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학에서는 평가 대부분이 '글쓰기'로 귀결된다. 너댓 장부터 몇십 장 넘는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과제가 많다. 중간-기말고사도 객관식이던 고교 시절에 비해 논술형이 '혁명적으로' 늘어난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의학계열, 예체능계열 모두 마찬가지다.

'대학 글쓰기'는 신입생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신입생 대부분은 전공과목보다도 글쓰기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교양과목을 많이 이수해야 한다. 특히 논술전형 대신 객관식 수능-내신 공부에 전념했던 정시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응시생들은 더 당황할 수 있다. 당장 새학기부터 전혀 다른 학문의 장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의 글쓰기교육 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그나마 부족한 학문적 글쓰기 교육이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글쓰기 교양과목을 크게 줄이려고 한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손쉽게 폐지 및 축소할 수 있는 교양과목을 '글쓰기'로 보기 때문이다. 글쓰기 교양과목을 확대했던 추세가 주춤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김채윤 씨의 ‘대학생 필자의 전공 리포트 쓰기 과정 연구’ 일부 화면 캡처.
▲ 리포트 작성 소요 시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김채윤 씨의 ‘대학생 필자의 전공 리포트 쓰기 과정 연구’ 일부 화면 캡처.
ⓒ 신향식

관련사진보기

 
대학 글쓰기 교육의 현실과 해결방안을 제시한 논문 두 편이 관심을 끈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김채윤 씨의 ▲'대학생 필자의 전공 리포트 쓰기 과정 연구'(2015년)와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안상희 씨의 ▲'대학 신입생 필자의 리포트 쓰기 수행 연구'(2017년)가 바로 그것이다.

두 논문에서는 공통으로 '대학 글쓰기 교육의 미흡함'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신입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 편의 글을 끝까지 써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례가 많다는 연구결과까지 공개했다. 신입생 때부터 학문 공동체의 글쓰기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전공별로 특화한 글쓰기 지도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논리적 글쓰기 교육조차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김채윤 씨는 '대학생 필자의 전공 리포트 쓰기 과정 연구'에서 대학생 전공 보고서의 일반적 특징을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공학계열별로 나누어 분석했다. 전공 보고서의 일반적인 특징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은 문서 파일 형식으로 된 3?5장 분량의 전공 보고서를 학기 당 12개 가까이 제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리적 글쓰기에 대해 다룬 문장 이론서적들과 작문 교과서들.
▲ 논리적 글쓰기 중요  논리적 글쓰기에 대해 다룬 문장 이론서적들과 작문 교과서들.
ⓒ 신향식

관련사진보기

 
김채윤 씨는 "대학생들이 전공 보고서를 쓸 때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글쓰기센터(클리닉)에서 도움을 받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글쓰기 전문가의 책과 전문 자료를 참고하거나 친구-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대다수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들은 인터넷 과제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여 유사한 과제를 참고함으로써 어려움을 해결한다고 했다.

김 씨는 대학생들의 전공 보고서 쓰기 활동을 돕기 위해서는 ▲전공 특성을 고려한 글쓰기 방법, ▲컴퓨터를 이용한 글쓰기 방법, ▲쓰기·읽기·말하기의 관련성을 고려한 글쓰기 방법 등 좀 더 다양한 글쓰기 교육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그 이유로 과제 제시자의 '요구 수준'과 과제 수행자의 '실제 쓰기 능력'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었다.

"(1학년 때) 교양 과목으로만 글쓰기를 배운 학생들에게는 (2~4학년 때) 교수가 요구하는 전공 보고서가 부담이 됩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전공 보고서를 쓰기 전(pre-writing) 과정에 해당하는 계획하기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전공 보고서 쓰기를 돕는 계열별 글쓰기 교육이 필요합니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안상희 씨의 ‘대학 신입생 필자의 리포트 쓰기 수행 연구’ 일부 화면 캡처.
▲ 전공 리포트의 쓰기 목적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안상희 씨의 ‘대학 신입생 필자의 리포트 쓰기 수행 연구’ 일부 화면 캡처.
ⓒ 신향식

관련사진보기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안상희 씨는 '대학 신입생 필자의 리포트 쓰기 수행 연구'에서 신입생의 보고서 쓰기 수행 실태를 살펴 보았다. 특히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그 원인,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했다.

"대학 신입생 필자가 겪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은 총 네 가지 범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계획하기'와 ▲'집필하기'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 ▲글쓰기 과정과 일정을 '조절'하는 어려움, ▲'과제 환경'과 관련된 힘겨움도 있습니다."

안 씨는 "대학 신입생 필자가 글쓰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주요 전략은 모두 네 가지 범주"라면서 ▲'관습 모방하기', ▲'자료의 신뢰성 확보하기', ▲'개인적 자기 조절하기', ▲'과제 환경 활용하기'를 그 예로 들었다.

안 씨는 "대학생 필자의 실제 글쓰기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쓰기 교육의 집중화가 필요하다"면서 "▲분석하기, ▲요약하기, ▲설명하기, ▲자료 활용하기 등으로 세분화하여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글쓰기교육 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그나마 부족한 학문적 글쓰기 교육이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글쓰기 교양과목을 크게 줄이려고 한다.
▲ 대학 글쓰기 교육 개선 필요 대학의 글쓰기교육 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그나마 부족한 학문적 글쓰기 교육이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글쓰기 교양과목을 크게 줄이려고 한다.
ⓒ 신향식

관련사진보기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김채윤의 '대학생 필자의 전공 리포트 쓰기 과정에 대한 연구'

연구목적=대학생 필자가 작성하는 전공 보고서의 특징과 전공 보고서 쓰기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전공·계열별 글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문제=첫째, 대학생의 전공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는가를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공학계열별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둘째, 대학생 필자의 전공 보고서 쓰기 과정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계열별로 비교하였다.

연구방법=대학생 필자의 전공 보고서의 특징과 전공 보고서 쓰기 과정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설문 조사와 인터뷰 조사를 연구 방법으로 선택하였다. 설문 조사는 국내 4년제 대학교의 2·3·4학년 학생 2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설문 조사에 참가했던 4명의 대학생들에게 추가 인터뷰 조사를 시행하였다. 특히 전공 보고서의 특징이 전공·계열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계열별로 나누어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대학생 필자의 쓰기 과정 역시 전공·계열의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계열별로 설문 조사를 실행하였다. 설문 조사 결과 가운데 세밀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은 후속 인터뷰 내용을 추가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결론=①전공 보고서는 전공의 특성, 글쓰기 매체, 쓰기와 연관된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대학생들의 전공 보고서 쓰기 활동을 돕기 위해서는 전공 특성을 고려한 글쓰기 방법, 컴퓨터를 이용한 글쓰기 방법, 쓰기·읽기·말하기의 관련성을 고려한 글쓰기 방법 등 좀 더 유연한 방법이 필요하다.

②학생들의 인지적 쓰기 과정은 전공에 따라 다르다. 쓰기가 일련의 과정으로 구성된 인지적 활동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조사 결과는 전공에 따라 강조해야 하는 글쓰기 방법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③전공 보고서 쓰기를 돕는 계열별 글쓰기 교육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전공 보고서 쓰기 과정의 쓰기 전(pre-writing) 과정에 해당하는 계획하기 단계부터 보고서 쓰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공에 따라 쓰기 과정별 인지적 활동이 다르고 그에 따른 글쓰기 전략도 달랐다.

제언=1학년 때 교양 영역에서 배우는 글쓰기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본격적으로 전공 보고서를 작성하는 2~4학년의 글쓰기 활동에 도움을 제공할 수 없다. 전공에 따라 학생들에게 필요한 전공 보고서 쓰기의 전략과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학술적 글쓰기 교육의 시기와 방법, 목적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김채윤 씨의 ‘대학생 필자의 전공 리포트 쓰기 과정 연구’ 일부 화면 캡처.
▲ 리포트 형식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김채윤 씨의 ‘대학생 필자의 전공 리포트 쓰기 과정 연구’ 일부 화면 캡처.
ⓒ 신향식

관련사진보기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안상희의 '대학 신입생 필자의 리포트 쓰기 수행 연구'

연구목적=대학생이 어떠한 보고서를 부여받는지 확인하고 신입생의 보고서 쓰기 수행을 면밀하게 분석하고자 하였다. 특히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그 원인, 극복 전략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구방법=혼합 연구 방법 중에서도 순차적 탐구 전략(sequential explanatory strategy)을 사용했다. 대단위의 설문 조사 연구(양적 자료 수집)를 수행한 뒤 초점 연구 참여자 12명을 선정하여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질적 자료 분석의 과정을 거쳤다. 연구자가 최대한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양적 연구 방법과 질적 연구 방법 사이의 수렴을 모색하며 고안된 연구 방법이다.

연구문제=①대학생들은 교양·전공 강의에서 어떠한 리포트 쓰기 과제를 수행하는가? ②대학 신입생들이 리포트 쓰기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어려움의 원인은 무엇인가? ③대학 신입생들이 리포트 쓰기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안상희 씨의 ‘대학 신입생 필자의 리포트 쓰기 수행 연구’ 일부 화면 캡처.
▲ 대학 글쓰기 교육 관련 연구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안상희 씨의 ‘대학 신입생 필자의 리포트 쓰기 수행 연구’ 일부 화면 캡처.
ⓒ 신향식

관련사진보기

 
결론=교양 보고서의 외형적 특성 중 지정 '분량'의 경우 '없음'이 3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2∼5장'이 38%로 뒤를 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활용하는 '매체'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한글/워드)'가 62.8%로 가장 많고, 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인원'은 '1인 과제'가 76.4%로 가장 많았다. 공학계열에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응답이 '손글씨(43.8%)'였다. 이는 공학계열에서 실험실습 보고서나 연습문제 풀이를 손글씨로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대학 신입생 필자가 겪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은 '계획하기'와 관련된 어려움, 그리고 '집필하기'와 관련된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쓰기 과정과 일정을 '조절'하는 것과 관련된 어려움, '과제 환경'과 관련된 어려움도 있었다. 글쓰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주요 전략은 '관습 모방하기', '자료의 신뢰성 확보하기', '개인적 자기 조절하기', '과제 환경 활용하기' 등이다.

제언=①교수는 보고서 과제를 부과할 때 신입생 필자에게 과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이 과제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과제 자체와 평가 기준에 대하여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일도 필요하고 과제 수행 방법도 알려 주어야 한다.

②일관적이고 명확하게 안내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혼란을 겪는다. 교수의 사소한 언급에도 학생들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교수자는 과제와 관련하여 일관적인 견해를 유지해야 한다.

③신입생 대상 글쓰기 교육에서는 대학의 학술적 글쓰기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학술적 담화 관습을 교육해야 한다. 인터뷰 결과, 신입생들은 대학 입학 전까지 한 편의 글을 끝까지 써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례가 많았다.

④기초 교양 글쓰기 교육 뒤 전공 글쓰기 교육이 있어야 한다. 계열별 글쓰기에서 각 전공의 담화 관습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⑤WAC 프로그램을 통한 전공 글쓰기 교육에 주목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 대학 글쓰기 교육에서 정착한 프로그램으로 '글쓰기 집중 교과목(Writing Intensive)'을 지정하여 운영하는 방식, 글쓰기 교과와 전공 교과가 결합하여 운영하는 방식이 있다.

⑥글쓰기센터(Writing center)와 같은 글쓰기 교육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담 기관은 글쓰기 강의를 포함한 전체적인 대학교육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365'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신향식 기자는 글쓰기 교양과목을 지도하는 대학강사입니다. 배지현(고려대 불문과 2학년, 고려대 교육TV방송국 부원)씨가 취재를 지원했습니다.


태그:#대학생 글쓰기, #학술 글쓰기, #학술문, #보고서, #대학 작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