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전현직 법관 10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10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5일 불구속 기소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소 후 22일 만이다.
이 전 실장 외에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임성근·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이다.
당초 기소가 예상됐던 차한성 전 대법관과 현직인 권순일 대법관은 기소 명단에서 빠졌다.
통합진보당 사건부터 '박근혜 비선 의료진' 재판까지
이날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 전 통합진보당 사건 ▲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시도 ▲ 전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 헌법재판소 내부 자료 수집 ▲ 한정위헌 취재 위헌제청결정 사건 ▲ 매립지 등 귀속 분쟁 사건 ▲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 ▲ 민변 변호사들 체포치상 등 사건 ▲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사건 ▲ 정운호 게이트 관련 법관 비리 은폐·축소 ▲ 서울서부지법 집행관사무소 비리 수사 확대 저지 ▲ 김영재·박채윤 원장 부부 의료기기업체 특허소송 등에 개입·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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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지난해 9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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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과 공모해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지위를 상실한 전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개입했다. 이들의 의지에 따라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도 각각 국회의원 행정소송과 지방의회의원에 영향을 미쳤다.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위원은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처장, 임종헌 전 차장과 공모해 법원 내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안의 소모임 인사모(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모임)를 없애기 위해 탄압 방안이 담긴 문건 등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민걸 전 실장은 2016년 국회의원의 부탁을 받고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던 박선숙·김수민 의원,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의 '보석허가 여부 및 유무죄 심증'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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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사찰과 재판개입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2018.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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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규진 전 위원은 2015년 7월~2017년 4월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시켜 관습법 헌법소원 사건,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등의 정보 325건을 넘겨받아 법원행정처에 보고·전달했다. 이외에도 이 전 위원은 헌법재판소를 견제할 목적으로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 사건과 매립지 등 귀속 분쟁 사건에 개입했다.
전 통합진보당처럼 당시 박근혜 정권에 민감한 재판에 개입한 사례가 또 있다.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차장으로부터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과 관련해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밝혀달라'라고 요구받았다. 이후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담당 재판관에게 이를 이행하도록 했다. 가토 전 국장은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기사화한 인물이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2015년 8월 민변 변호사들의 경찰 체포치상 사건과 관련해, 이미 선고가 이뤄지고 판결문 등록이 완료됐음에도 담당 재판장에게 민변 변호사들의 문제를 더 부각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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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거인멸" 논란 유해용 전 판사 소환 압수수색영장 기각 후 자료를 파기해 증거인멸 논란을 일으킨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지난해 9월 12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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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의료기기업체 특허소송 관련 내용을 빼내 임종헌 전 차장을 거쳐 청와대에 전달되도록 했다. 앞서 유해용 전 연구관은 임종헌 전 차장으로부터 해당 소송이 대통령 관심사건이란 청와대의 요청을 전달받았다.
법조 비리 은폐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도 이날 기소됐다.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법원행정처와 협의해 수사기밀을 수집·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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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법관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영장심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신광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8.0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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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렬 전 부장판사는 조의연·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게 이를 지시했고 두 영장전담판사는 2016년 5월~9월 총 10회에 걸쳐 수사기밀을 보고했다. 또 153쪽 분량의 수사보고서 및 관련자 조서 등을 복사해 전했다. 이러한 문건은 신광렬 전 부장판사를 거쳐 임종헌 전 차장에게 전달됐다.
2016년 8월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 비리가 불거졌을 때에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은 사무국장, 총무과장, 기획법관, 사무국장 등을 통해 수사기밀을 수집, 5회에 걸쳐 임종헌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법관 총 66명의 비위사실을 증거자료와 함께 대법원에 통보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