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캡틴 마블 >의 한 장면.

영화 < 캡틴 마블 >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개봉 전부터 각종 커뮤니티, SNS 상에서 뜨거운 설전(?)이 벌어진 마블 영화가 있었던가? <캡틴 마블>은 마블스튜디오 최초 여성 히어로 단독물, 주연 배우 브리 라슨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한 평점 테러 등 앞선 <어벤져스> 시리즈의 화제성과는 좀 다른 양상의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이다.

각종 갑론을박은 잠시 제쳐두고 언급하자면 <캡틴 마블>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시대를 마감할 <어벤져스:엔드게임>(4월 개봉 예정)으로 향하는 나름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마블 마니아라면 흥미롭게 지켜볼만 하다.

물음표 붙는 무명 감독들의 기용
 
 영화 < 캡틴 마블 >의 한 장면

영화 < 캡틴 마블 >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하프 넬슨>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국내 개봉작이 전혀 없는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2명 공동 연출진을 앞세운 <캡틴 마블>은 안소니, 조 루소 형제(<캡틴 아메리카> 2-3편, <어벤져스> 3-4편), 라이언 쿠글러(<블랙 팬서>) 감독 만큼의 수려한 극 전개를 보여주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거의 없는 신인 혹은 무명급 감독들을 깜짝 발탁해 온 마블의 그간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인선이지만 '감독 자신들의 장점이 과연 뭘까?'라는 점에선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종종 엿보였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은 캐럴 댄버스/캡틴 마블(브리 라슨 분)이 자신의 발자취를 찾아가면서 그녀를 둘러싼 음모의 중심에 점차 접근하고 한때 본인이 속했던 집단과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은 이미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첩보물 등에서 익히 익숙한 내용이다. 여타 여성 주인공 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넌 약해, 넌 여자라서 안돼!" 식의 짧막한 과거 이야기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타 영화 혹은 감독들과의 차별화를 가져왔어야 하지만 연출진은 이미 관객들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만약 '마블'이라는 이름표가 없는 작품이었다면 자칫 평범한 SF 영화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1990년대라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의 이야기를 통해 그때의 대중문화를 녹여내려고 한 시도 역시 앞서 1970-80년대 음악을 대거 활용하면서 유머까지 적절히 담아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보여준 절묘한 흡인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1990년대 팝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너바나의 명곡 'Come As You Are',  'Just A Girl'(노 다우트), 'Waterfall'(TLC)의 등장이 반가울 만하지만 긴 시간이 할애되지 않은 탓에 잠깐의 즐거움에 그치고 만다. 

역대급 화력을 지닌 히어로 등장... <엔드게임>에 대한 기대감 증폭
 
 영화 < 캡틴 마블 >의 한 장면

영화 < 캡틴 마블 >의 한 장면 ⓒ 김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캡틴 마블>은 상당히 주목해볼 만한 작품이다. 그간 마블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요 물품(?) 중 하나인 태서렉트(큐브)가 이 작품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담당한다. 이는 지난 2008년 이래 이어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흐름을 <캡틴 마블> 역시 이어간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속 충격적인 이야기를 향후 <엔드게임>에서 어떻게 매듭지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일종의 힌트 역할도 담당한다.

DC 코믹스의 <슈퍼맨> 또는 과거 마블의 힘든 시절, 20세기폭스사로 입양(?)된 <엑스맨> 시리즈 속 다크 피닉스와도 충분히 견줄 만한 막강 화력을 지닌 <캡틴 마블>의 등장은 양자영역 이론에 기반을 뒀던 <앤트맨과 와스프>와 더불어 우주정복자 타노스를 상대할 비밀 병기 출현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아카데미 수상 경력자 답게 브리 라슨은 특별히 모난 것 없이 영화 속 이야기와 크게 무리 없이 섞이면서 각종 논란과 상관없이 적절한 인선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해준다. '마블 장기 근속 사원' 사무엘 L. 잭슨을 비롯해서 갈수록 줄어드는 머리숱이 안타까움을 주는 주드 로, 그리고 아네트 베닝 등 중견 배우들 역시 이름 값에 부응하는 연기를 펼쳐 연출의 아쉬움을 상당부분 상쇄한다. 

다만 엄청난 CG의 힘을 빌어 만들어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의 젊은 시절 모습은 실제 영화 속 시대 배경이던 1995년작 <다이하드 3> 당시의 배우 얼굴과 비교할 때 물광 피부급으로 만들다보니 다소 어색함도 느끼게 한다.

이밖에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급 유머는 아니지만 숨은 능력을 지닌 고양이 '구스'를 비롯해서 2012년 <어벤져스> 이후 TV 시리즈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콜슨 요원(클락 그레그 분)의 등장은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보너스
 
 영화 < 캡틴 마블 >의 한 장면.

영화 < 캡틴 마블 >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 코믹스 원작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전혀 다른 세계관과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 <캡틴 마블>만 하더라도 극중 캐롤 댄버스의 군 시절 동료 마리아의 딸, 모니카는 코믹스상에선 훗날 어벤져스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하는 슈퍼 히어로가 된다. 과연 향후 마블이 그려낼 새로운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도 이런 내용이 반영될 수 있을까?

마블 영화가 주는 매력 중 하나는 이처럼 코믹스와 영화 사이의 차이를 대중들 스스로 찾게 만드는 마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상업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100년 역사를 지닌 코믹스만의 전통과 발상의 전환을 꾀한 할리우드 시스템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면서 마블은 수많은 대중들을 극장 안으로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이는 <캡틴 마블>, <엔드 게임>이후 등장할 새로운 작품에서도 그들만의 비법으로 꾸준히 활용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등록되는 글입니다.
마블 캡틴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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