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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 하면 두꺼운 안경을 끼고 책들에 파묻힌 모범생이 떠오른다. 그런데 요즈음 다른 모습들이 포착된다. 지난달 18일 청와대 앞에선 전국 로스쿨 학생들의 총학생회인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이하 법학협) 주최로 천여명의 로스쿨 학생들이 모여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대체 이들은 왜 공부에서 손을 놓고 광장에 나왔던 걸까? 또 8일부터는 강원대 앞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이하 법원협) 구성원들이 점심시간마다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14일 위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이들 중 한 명이자 1인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강원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과 전화인터뷰를 했다. 아직 재학생인 탓에 행여 불이익이 있을까 그의 학년과 이름은 비공개하는 점 양해를 바란다. [기자말]
 

 
지난달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주최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 날 참여한 강원대 로스쿨생은, "변호사의 수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지난달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주최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 날 참여한 강원대 로스쿨생은, "변호사의 수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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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중단하고 2.18. 총궐기대회에 참여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별개가 아니다. 지난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의 합격률은 49.3%였고 오는 4월 발표될 제8회의 합격률은 44%에 이를 것이라고들 한다. 내가 변시에 응시할 때에는 합격률이 더욱 낮아질 거다. 이로 인해 지금 로스쿨 교육은 그야말로 위기다.

우리 로스쿨에는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지만 변시 관련성이 없으면 대부분 폐강된다. 나는 특성화법이나 실무 수업, 또 형사정책 수업 등을 많이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시험에 나오지 않는' 공부에 집중하면 합격에서 멀어지니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로스쿨은 변시 학원과도 같고 이는 낮은 합격률 때문이다. 바로 이런 현실을 나는, 또다른 많은 로스쿨생들은, 정부의 관계자들과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 시민들도 로스쿨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됐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달라', '보다 많은 법조인을 배출되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국민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법조인들이 많이 나와야 로스쿨을 만든 목적 그대로, 국민들이 쉽고 편하게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왜 청와대 앞에 모여서 정부에, 법무부에 일련의 요구들을 하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 국민들이 잘 알지도 체감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 로스쿨에 드리운 편견 때문일 것이다. 금수저, 음서제 이런 오명 속에서 국민들이 로스쿨 학생들의 목소리에 크게 공감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전면적 블라인드 전형 등으로 로스쿨 입시가 '탈락자가 억울하지 않은 입시'로 만드는 노력을 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익명이지만 내 인터뷰도 그 알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입학정원 대비 75%'라는 합격률은 이미 합의된 것이고, 또 로스쿨생들이 이를 이미 알고 입학했으니 합격률을 높이라는 시위는 잘못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그것이 과연 국민적 합의, 사회적 합의였을까? 내가 알기로 '입학정원 75%의 합격률'은 2010년 법무부가 정한 지침에 불과하고 그조차 4기 졸업 시기에 재논의하기로 해놓고 재논의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합격기준처럼 적용되고 있다. 법에도 안써있는 일방적인 법무부의 지침이, 그것도 재논의 약속을 어기고 계속 적용되는 그 지침이 대체 무슨 구속력이 있기에 '입학정원 75%의 합격률을 신뢰하고 입학한 이상 너희에게 입학정원 75% 합격률을 적용하는 것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또 과연 그 지침이란 게 로스쿨 관련법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 지금 로스쿨 교육의 붕괴만 봐도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25개의 고시학원을 만들려고 로스쿨을 만든 게 아니다. 그럼, 그 지침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 지침이 법규도 아니고, 로스쿨생과 법무부 간의 무슨 계약도 아니다. 아니 계약이래도 사정변경이나 공익상 이유를 이유로 다시 합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법조계의 수많은 관련자들은 지금이라도 로스쿨의 위기를 인정하고 법을 아는 이들답게 지침을 자격시험화에 관한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

다만 자격시험이 되면 변호사로서의 실력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변시에 출제할 판례들을 정해 놓고, 즉 전국공통교재 등을 통해 그 공부를 충실하게 하게 한 다음, 로스쿨에서 엄정하게 학사관리를 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로스쿨 제도에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차라리 로스쿨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닌지?
"로스쿨 폐지 주장에는 찬성할 수 없다. 로스쿨 제도 자체는 훌륭하기 때문이다.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사법개혁을 이룬다든지, 사회적 약자가 로스쿨을 통해 사법시험체제에서보다 더 많이 변호사가 될 수 있다든지, 전문변호사가 양성된다든지 장점이 정말 많다.

특히 나는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서 하나의 법적쟁점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동기들 중 사회에서 전문적 직업활동을 하다가 로스쿨에 와 그 분야의 전문변호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문제는 이런 장점이 지금의 낮은 변시 합격률 때문에 갈수록 퇴색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로스쿨 자체가 아니라 로스쿨의 장벽인 '현저하게 낮은 합격률'이다.

- 지난달의 총궐기대회에 참여할 때 본인의 공부시간을 뺐기는 등 손해란 생각에 망설여지지는 않았는지?
"학부 때 교수님께서 '피를 흘리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런 말이 낯부끄럽지만, 뭔가 얻으려면 싸울 수밖에,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로스쿨 정상화에 관심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당장 불합격할 가능성은 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가 정상화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촛불시위로 세상을 바꾸지 않았나. 우리도 현재의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된 법조인양성시스템이 되도록 바꿀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하기 위해 한 명이라도 더 나서는 것이 로스쿨과 법률서비스를 접하는 국민들을 위해 옳은 일,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8일부터 강원대 로스쿨 앞에서 법원협 주최의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에 대한 것인가?
"1인시위 피켓에 '법학협은 지금 당장 2.18.집회의 후속조치를 마련하라', '법학협은 지금 당장 재학생들의 총의를 모아라' 등이 써있었다. 우리 로스쿨의 이석훈 학생회장이 전국 로스쿨의 총학생회인 법학협의 의장이기에 법학협에 2.18. 총궐기대회 후속조치 추진을 요구하는 1인시위인 듯 하다.

나는 이 1인시위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으나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이석훈 의장의 소속 로스쿨 학생으로서 나는, 이석훈 의장이 어서 응답하여 적극적으로 후속조치를 추진해줬으면 좋겠다. 2.18.총궐기대회가 무슨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었지 않나? 당연히 후속조치가 진행되어야 한다.

더욱이 2.18. 총궐기대회는 1학년 입학 전, 3학년 졸업 후의 시기여서 로스쿨 내에서 홍보의 어려움 등 한계가 많았다. 그렇다면 당시 총궐기대회를 준비하며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 지금 어서 법학협 차원의 후속조치가 진행돼야 한다. 특히 새로이 추가 집회를 하자는 안건이 제기되어 이에 대한 총투표가 있어야 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추가 집회는 또 언제 있는지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회장 최상원)는 8일부터 강원대 로스쿨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법학협은 지금 당장 2.18.집회의 후속조치를 진행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 현재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의 의장이 강원대 로스쿨 이석훈 회장이기에 이와 같이 강원대 로스쿨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회장 최상원)는 8일부터 강원대 로스쿨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법학협은 지금 당장 2.18.집회의 후속조치를 진행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 현재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의 의장이 강원대 로스쿨 이석훈 회장이기에 이와 같이 강원대 로스쿨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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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대 로스쿨 학생회장이기도 한 법학협 의장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안타까운 것이, 주변의 친구들이 현재 로스쿨 교육의 문제는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왜 합격기준을 '입학정원 75%'로 하고 있는지, 왜 그것이 문제인지 등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법학협 의장이 각 로스쿨 학생회를 중심으로 관련 기사들이나 관련 단체들의 활동상황이 나올 때마다 기수별 SNS를 통해 이를 알렸으면 좋겠다. 그런 로스쿨생들이 문제를 제대로 알고 고민하면서 논의의 장이 활발해질 듯 하다. 또 법학협 주최의 토론회도 추천한다. 전국에서 학생들이 모여 난상토론이라도 하여 생각을 나누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찾아봤으면 한다. 지난 2.18. 총궐기대회 당시 시간적 제약 등으로 법학협이 그같은 작업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앞으로는 반드시 '문제를 알리고, 소통하고, 의견을 모으는' 일련의 작업을 강력히 추진해주길 바란다."

- 법학협 외 로스쿨 관련 주체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외람되지만 로스쿨 교수님들께 '초심을 기억해달라'고 부탁드린다.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게 예비법조인 교육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초심을 떠올리신다면 교수님들께서 이렇게 침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업시간에 실무가 출신 교수님들께서 "이런 건 실무에서는 없는 사실관계"라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그럼 로스쿨생들이 왜 그렇게 시험에만 나오는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갖고 행동하셨으면 한다. 

로스쿨 교수는 차세대 법조인을 양성하는 중요한 지위에 있다. 그 지위에 계신 분들은 당연히 현 로스쿨 위기 해결에 나설 책임도 있다. 로스쿨생들은 3년만 있으면 로스쿨을 떠난다. 하지만 교수님들 대부분에게 로스쿨은 평생의 직장인데, 이대로 로스쿨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셔야 하지 않겠나."

- 하지만 로스쿨 문제는 '학생들의 일'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그런 얘기는 솔직히 화가 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선배들 중 '우리도 우리가 알아서 시위했다 그러니 너희도 너희가 알아서 시위해라'라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 지금 변시 합격률 상승을 막으려는 변호사들 중엔 로스쿨 선배들도 적지 않지 않나. 그런데 앞에서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뒤에서는 막고 이런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내일 모레 변시 보는 입장에서 속된 말로 재학생들은 '쫄린다'. 우리보다 여유있고 힘이 있는 그들이, 부디 후배들이 하고싶던 공부에 매진하며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더이상 막지 말고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

-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전국의 로스쿨 원우들 역시 초심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다들 로스쿨 지원시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꺼내 읽어보자. 대부분이 자신의 전문분야나, 국민을 위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 입학하기 원한다고 적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의 시스템은 손볼 필요가 있다. 우리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변시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면 절반이 넘는다. 그런데도 실제 집회에는 잘 나오지 않으려고들 한다. "집회를 했으면 좋겠"지만 "나는 공부할테니 내 옆의 니가 좀 가라"는 것인가,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것인가. 제발 우리부터가 움직여야 교수님들도 선배들도 국민들도 함께 움직일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또 국민들이 현 로스쿨의 문제를, 어느 한 교육기관의 일이라거나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단적으로, 변호사가 늘면 일단 시장원리로 인해 수임료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신규변호사 수 통제', 그것이 누구에게 불이익하고 누구에게 이익인 것인지 국민들이 그 답을 안다면, 변시 공부를 위해 일분일초도 아껴야 하는 로스쿨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외치고 또 외치는지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라고 믿는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시민여러분께서 지지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WHY 로스쿨? WHY 로스쿨정상화?' 연재기사 보기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박은선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http://lawschool.dothome.co.kr) 소속이며,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법조문턱낮추기 및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합니다.


태그:#로스쿨 정상화, #변호사시험 합격률, #강원대 로스쿨, #이석훈,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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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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