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SK 와이번스에 5경기 뒤진 6위에 머물며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LG 트윈스는 FA시장에서 115억 원을 투자해 '타격기계' 김현수를 영입했다. 김현수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3할 타율만 7번 기록하며 두산 베어스를 1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간판타자였다. 외야자원이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잠실 라이벌'의 간판타자를 영입한 것은 그만큼 LG가 가을야구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 LG는 김현수가 없던 2017년보다 승률이 더 떨어지며 순위가 8위로 하락하며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김현수는 타율 .362 20홈런 101타점으로 커리어 두 번째 타격왕을 차지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지만 믿었던 마운드, 특히 필승조가 무너지면서 많은 역전패를 당했다.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매년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비슷한 상대전적을 기록했던 두산에게 15연패의 굴욕을 당한 것도 LG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LG는 7년 연속 150안타에 빛나는 팀의 상징 박용택과 2년 25억 원에 계약했을 뿐 FA 시장에서 그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주전 3루수 양석환(상무)의 입대로 3루 자리에 구멍이 뚫린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행보였다. 하지만 LG는 지난 5일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FA 3루수 김민성을 영입하며 약점을 메웠다. 과연 LG는 지난 2년의 부진을 씻고 다시 가을야구에서 팬들에게 유광점퍼를 입게 할 수 있을까.

[투수] 외국인 선수 정비 속 '토종 에이스' 차우찬 반등 절실
   
LG는 작년 시즌 외국인 원투펀치 헨리 소사(푸방 가디언즈)와 타일러 윌슨이 351.1이닝과 330탈삼진을 합작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든든히 지켰다. 이닝 소화 능력과 탈삼진 능력만 보면 소사와 윌슨은 리그 최고 수준의 원투펀치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두 투수는 작년 시즌 극심한 불운 속에 각각 9승을 올리는데 그쳤고 LG는 4년 동안 40승을 책임진 외국인 에이스 소사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리그 평균자책점 2위(3.07) 윌슨과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을 한 LG는 빅리그 통산 2승11패5.46을 기록했던 우완 케이시 켈리를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다. LG로서는 켈리가 작년 시즌 소사 만큼의 투구 내용만 선보인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사실 LG의 선발진에서 활약이 꼭 필요한 투수는 작년 시즌 팀 내 최다승(12승)을 기록하고도 평균자책점 6.09에 그쳤던 '토종 에이스' 차우찬이다. 

작년 11승을 올린 임찬규가 4선발로 활약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류중일 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는 5선발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물론 LG 투수진에 5선발 후보는 충분하다. LG가 입단 후 꾸준히 선발 투수로 육성하고 있는 김대현을 비롯해 작년 프로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한 배재준, 그리고 스프링캠프에서 류중일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신인 잠수함 정우영도 있다. 물론 LG팬들은 아직 '영원한 유망주' 임지섭도 잊지 않았다.

LG는 작년 시즌 27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정찬헌이 있다. 구위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올 시즌에도 정찬헌이 LG의 가장 유력한 마무리 후보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대졸신인 이정용에게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김지용의 수술로 셋업맨 자원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LG 불펜은 우완 고우석의 성장과 좌완 진해수, 사이드암 신정락의 분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타선] 김현수-조셉-채은성-박용택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결성
   
LG 타선에는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칠 수 있을 거 같은 '타격왕' 김현수와 작년 시즌을 통해 리그 정상급 우타 외야수로 성장한 채은성이 있다. 채은성이 타율 .331 25홈런119타점을 기록했던 작년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LG는 중심타선에 확실한 좌우 쌍포를 배치할 수 있다. 전성기가 지난 것은 분명하지만 박용택 역시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능력을 가진 타자 중 한 명이다.

3루수를 찾아 헤매다가 5년의 세월을 허비(?)한 LG는 올 시즌 3루수 찾기를 포기하고 타격 능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와 계약했다. 2016년과 2017년 빅리그에서 2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렸던 거포 토미 조셉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작년 시즌엔 한 번도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빅리그 통산 43홈런, 마이너 통산 90홈런을 때려낸 조셉은 LG의 우타거포 기근을 해결할 적임자로 꼽힌다.

양석환이 입대하면서 무주공산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던 핫코너에는 프로 통산 타율 .278 99홈런 528타점을 기록한 내야수 김민성을 영입했다. 김민성은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은 없지만 한국시리즈 6경기를 포함해 가을야구에서 35경기를 소화했던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고 공수를 겸비한 3루수 자원이다. 또한 유사시에는 유격수와 2루수로 '아르바이트'까지 가능할 정도로 쓰임새가 무척 다양하다.

작년 국가대표 선발과정에서의 논란과 스프링캠프 도중 카지노 출입으로 '국민 욕받이'가 된 오지환의 활약 역시 큰 관심거리다. 오지환은 여러 가지 논란으로 야구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LG에서는 작년 시즌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전 경기에 출전했던 '대체불가 유격수'다. 오지환이 FA를 앞둔 올 시즌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목할 선수] 벤치에 앉혀 두기엔 너무 아까운 이천웅의 타격 재능

2011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점왕에  올랐던 포수 최재훈(한화 이글스)은 2008년 두산 입단 후 2016년까지 프로 데뷔 후 9년 동안 한 번도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없었다. 물론 부상이 잦았던 탓도 있지만 같은 팀의 주전포수가 리그 최고의 안방마님 양의지(NC 다이노스)였기 때문이다. 결국 최재훈은 2017년 4월 한화로 트레이드됐고 2년 동안 232경기에 출전하며 독수리 군단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다.

과거 두산의 안방에 최재훈이 있었다면 최근 LG의 외야엔 이천웅이 있다. 2011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경찰야구단 시절이던 2014년 퓨처스리그 타율왕에 오른 이천웅은 2016년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293 6홈런41타점을 기록하며 LG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작년엔 김현수가 합류하면서 자리를 잃는 듯 했지만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부상 이탈 후 김현수가 1루로 이동하면서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340 122안타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천웅은 작년 .340의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올 시즌 확실한 주전 자리를 보장 받지 못했다. 좌익수에 김현수, 우익수에 채은성, 지명타자에 박용택이라는 LG의 간판타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풀타임 중견수를 소화하기엔 수비범위가 다소 아쉽다. 김민성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LG에서 3루 보강을 위해 이천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거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분명 이천웅은 넓은 잠실구장을 커버할 수 있는 뛰어난 외야 수비를 갖추지 못했고 1군 선수가 된 이후 통산 홈런이 10개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장타를 때려내는 유형도 아니다. 하지만 .306라는 통산 타율이 말해주듯 정확한 타격 실력 만큼은 그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풀타임 주전을 맡기자니 마땅한 자리가 없고 대타 요원으로 쓰자니 타격 실력이 너무 아까운 이천웅은 올 시즌 어떤 자리에서 활약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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