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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 수사 기간을 연장해 장자연씨가 자살하기 전 남긴 일명 '장자연 리스트'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재수사를 청원합니다."

무려 37만 4천여 명이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故 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 청원이 단 3일 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청원 수 37만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 산하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은 이번 달 말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8일 올라온 <고 장자연씨 관련 증언한 윤**씨 신변보호 청원> 역시 게시 일주일 만에 청원 수 28만을 돌파하며 관심을 모았다. 이렇게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자 경찰이 전격 윤씨에 대한 신변 보호에 들어갔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오늘 오전 10시 30분 경찰청 피해자 보호과에 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윤씨가 신변 보호를 요청했고 오늘 오후 2시 30분부터 가동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뉴스9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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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13일 KBS <뉴스9>는 <'정준영'에 묻힌 '장자연'... "신변보호" 청원 20만 돌파>라는 '뉴스줌인' 보도에서 "너무 속상하다, 언니 장자연씨 사건만 올라오면 항상 이슈가 이슈를 덮는 것 같다"는 윤지오씨의 토로를 전했다. 엄경철 앵커는 "저희 입장에서도 윤지오씨를 이곳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뭔가 이슈를 만들어 봤는데 사실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연예인들이 관련됐고 선정적인 이슈가 집약된 정준영 사건에 언론의 관심이 과도하게 쏠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기할 점은 정준영 사건이나 버닝썬 사건 등 경찰의 부실수사나 유착 의혹이 의심되는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도드라진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정준영 사건의 경우 일반인 제보자가 증거 자료를 방정현 변호사에게 제공했고, 결국 방 변호사가 유착이 의심되는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15일 공개 소환조사를 통보한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역시 언론의 재조명을 받으며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건 역시 경찰의 부실수사를 피해자인 일반인이 적극적으로 언론에 제보한 경우다. <PD수첩>이 MBC <뉴스외전> 등을 통해 후속 보도에 나선 고 이미란씨 사건 또한 유족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반론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빅뱅' 승리와 정준영이 경찰에 출석한 14일 한 인터넷 매체가 <'정준영 성관계 몰카 유포 사건' 틈타 조용히 잊혀지고 있는 뉴스 5가지>란 기사가 SNS 상에서 반응을 얻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5가지 뉴스는 ▲ 전두환 5.18 재판 ▲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및 횡령 재판 ▲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윤지오씨의 증언 ▲ 조선일보 대주주이자 코리아나 호텔 방용훈 사장 부인 사망 관련 추가 폭로 ▲ 클럽 버닝썬 미치 아레나 마약 및 정경유착 의혹이다.

그렇다면 지상파 3사와 JTBC 뉴스는 이러한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었을까.

승리와 정준영의 카톡 대화방을 최초 보도한 SBS가 '정준영 사건'에 '올인'한 것과 달리 여타 방송사의 메인 뉴스들은 조금씩 다른 논조, 다른 사건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었다.

정준영 '올인'한 SBS, '버닝썬' 환기시킨 MBC
 
▲ 8시뉴스 사실은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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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계속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사건의 피해자를 궁금해하고 또 그게 누구누구라면서 근거 없는 글을 쓰고 퍼뜨리는 것은 분명한 범죄입니다. 이런 모습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심각한 일인데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누구라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채팅방에서 전하기만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날 SBS <8뉴스>의 <[사실은] '정준영 지라시' 전달만 하면 처벌 안 받는다?> 보도의 앵커 멘트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정준영 사건' 이후 공론화되고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짚은 보도라 할 수 있다. 충분히 짚을 만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날 SBS <8뉴스>는 아래와 같이 '정준영 사건' 보도를 쏟아냈다. 마치 '끝까지 판다'와 같이 3일째 관련 보도를 이어간 셈이다.

<같은 날 소환된 정준영·승리…쏟아지는 질문엔 같은 답만>
<정준영 구속영장 신청 검토…승리 '성매매 알선' 입증 어려워>
<관련 없다더니 "죄송" 뒷북 인정…대중 기만한 기획사 대응>
<[단독] 정준영 변호사가 경찰에 제출한 '허위의견서'에는…>
<경찰-정준영 측 유착 의심도…아직 휴대전화 압수도 안 해>
<증거 확보는커녕 포렌식 업체만 압수수색…보복 수사 논란>
<"경찰의 명운 걸고 수사" 연루 의혹에 혼쭐난 경찰청장>
<[사실은] '정준영 지라시' 전달만 하면 처벌 안 받는다?>


<'성 접대 의혹' 김학의 소환 통보…"조사 기간 연장 재요청">이라는 김학의 전 차관 관련 단신도 곁들이긴 했다. 하지만 '연예인', '성폭력', '경찰 유착' 등 민감하면서도 선정적인 해당 이슈만 너무 파고든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버닝썬' 게이트가 "경찰총장 뒷배" 끌어내기까지>라는 기사를 통해 '정준영 사건' 보도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경찰총장이 뒤를 봐준다'는 승리 카톡방의 대화내용이 공개되면서 이제 경찰 고위직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지고 있습니다. 단순 폭행사건이 연쇄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며 버닝썬 사건은 경찰조직이 명운을 걸어야 하는 대형 게이트로 발전했습니다. '정준영 동영상'이나 '여성 연예인' 같은 관음증을 거부하고, 버닝썬과 권력의 유착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라는 게 여론의 주문입니다."
작년 11월 '버닝썬 사건'을 최초보도한 이후 관련 보도를 이어왔던 MBC는 이날 조금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보도량은 7건으로 SBS와 엇비슷했지만, 정준영 사건에 집중하면서도 위와 같이 경찰 유착과 고위직 연루를 포함해 좀 더 '큰 그림'과 선정적인 보도에 대한 경각심도 잊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에 이어 <'고통의 나날'… 마지막까지 지켜본 친구의 증언>이란 보도를 통해 '장자연 사건'을 언급했다.
 
▲ 뉴스데스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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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MBC는 지난해 <PD 수첩>을 통해 2회에 걸쳐 장자연 사건을 재조명한 바 있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윤지오씨가 아닌 고 장자연씨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된 이아무개씨의 목소리를 전했다. <뉴스데스크>는 이날 장씨의 죽음 이후 입을 닫고 있던 이씨의 입을 빌려 '장자연 문건'이 유서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에 힘을 실었다.

사안의 본질 짚자는 JTBC, 김학의 사건 톱으로 올린 KBS
"오늘(14일) 뉴스룸의 톱뉴스는 삼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소식입니다. 검찰이 마침내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사법농단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전체가 투입됐다가 이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곧바로 삼성 수사로 옮겨간 것입니다. 속도도 매우 빨랐습니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수사를 준비해오다가, 조금 전에 삼성물산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 사안은 아시는 것처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혐의였던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과 연결돼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작년에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물산의 주요 계열사인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밝혀내고 고발하면서 시작된 수사가 이제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습니다."
 
 
▲ 뉴스룸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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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오프닝 멘트다. '정준영 사건'을 톱으로 내세운 MBC,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을 다룬 SBS와 달리 JTBC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이른바 '삼바'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이후 정준영 사건을 6꼭지 다루면서 역시나 '연예인 사건'의 시각에서 탈피했다. 손석희 앵커의 멘트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연예인의 성범죄와는 별개로 이번 사안의 본질을 놓치지 말고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강남의 클럽을 둘러싼 마약과 성범죄, 탈세와 경찰 유착 의혹 같은 것들입니다. 앞으로 밝혀야 할 것이 무언지 수사 과제를 채승기 기자와 짤막하게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이날 <뉴스룸>은 꼭 짚어 '마약'과 '성범죄', '탈세'와 '경찰 유착'이 사건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뉴스룸>의 경우 지난해 검찰 진상조사단의 조사 이전부터 장자연 사건을 꾸준히 재조명해오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들이 저 살려주세요. 대통령님, 저 좀 살려주세요."

김학의 사건의 피해자 이아무개씨의 목소리다. 이날 KBS <뉴스9>는 김 전 차관으로부터 수시로 성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는 '김학의 사건'의 피해 여성 이씨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날 정준영 사건을 3꼭지 보도한 KBS의 톱 뉴스는 바로 이 '김학의 사건'이었다.

<경찰청장 "'별장 성접대' 영상 속 인물, 육안으로도 김학의 명확>
<6년 전 검찰도 동영상 속 김학의 확인…내일 소환>
<'그날의 진실'은?… '별장 성접대' 피해 여성의 절규>
<"김학의 부인도 회유·폭언"… '저 좀 살려달라' 눈물의 호소>


'정준영 사건'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라고 할까. '김학의 사건'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 의혹과 함께 언론 역시 자의든 타의든 조명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에서 '외압'을 받았던 사실이 확인된 공영방송이 이 '김학의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는 것 자체가 현 정부 들어 달라진 지상파 뉴스의 풍경을 상징한다.

이르면 오늘 정준영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소식이다. 이 정준영 사건 역시 '버닝썬 사건'이 열어젖힌 판도라의 상자 속 일부였다. 피해자를 필두로 이어진 제보와 MBC를 비롯한 일련의 연속 보도가 '정준영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하여 이제는 검찰진상조사단의 조사와 맞물려 과거 검경의 부실수사 사건으로까지 여론의 관심이 확대되는 중이다. 

'버닝썬 사건'과 '정준영 사건'을 공론화 한 MBC와 SBS 보도에서 보듯 파급력을 확인한 지상파와 방송사들이 과연 후속 보도를 어떻게 이어나가는지, 계속해서 여론을 환기하고 관심을 지속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지도 지켜보도록 하자. 높아진 여론의 눈높이를 반영하고,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반영해 내는지 말이다. 

다음 달이면 '기레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세월호 참사 5주기다.

태그:#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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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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