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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에 문이 잠긴 채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바깥에서는, 철학과 학생들이 피켓시위를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와 기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 대학평의원회 회의실 바깥 상황 6월 21일에 문이 잠긴 채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바깥에서는, 철학과 학생들이 피켓시위를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와 기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 윤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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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남대학교(총장박재규) 당국이 철학과 폐지를 최종 결정했다. 19일 구조조정위원회의철학과 폐지 결정이 있고 이틀 후인 이날, 최고의결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회의는 오후 3시에 본관 소회의실1에서 열렸으며, 안건은 학칙개정으로 철학과와 사회복지학과에 대한 정원개정이 안건이었다. 이 회의에서 철학과는 14학년도 모집정원이 40명에서 0명으로 개정되어 사실상 폐과되었다.

학교는 줄곧 재정상의어려움을 내세워 철학과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반복해왔고, 이에 반발한 철학과 학생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학교 측의 폐과 방침에 강하게 대항해왔다. 학생들은 "경남대학교의 적립금은 1171억(전국 15위)이고 매년 큰 폭으로 축적되고 있는 추세(전국 16위)"라며 "한 해에만 84억이 넘는 돈을 남겨온 학교가 재정이 어려울 리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날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학교 측이 공지하지 않아, 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에서야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철학과 학생들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학교에 나왔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철학과 학생 30여 명은 복도에서 폐과에 반대한다는 문구로 피켓시위를 했다.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대학평의원회 구성원들이 학생들 모르게 회의실에 들어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자 술렁이는 회의실 바깥.
▲ 술렁이는 회의실 바깥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대학평의원회 구성원들이 학생들 모르게 회의실에 들어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자 술렁이는 회의실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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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열린회의에 대해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철학과폐지비상대책위원회는 "2010년에 당시 철학과 학생들과 학교 측이 작성한 합의서에는 2013년 9월 30일에 폐과 여부를 최초 평가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며, 이날 폐과가 결정된 것에 대해 "학교가 합의서를 어기고 3달이나 앞당겨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대학평의원회가 학내의 일에 대해 결정하는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내 구성원인 학생 측 구성원은 1명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이번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이 언뜻 보기에는 민주적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비민주적이고 졸속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문이 굳게 걸어 잠긴 채 회의가 진행됐다는 점과 겨우 30분 만에 회의가 끝났다는 점은, 회의가 비민주적이고 졸속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 낸다"며 대학평의원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진민 기획처장은, "폐과 여부를 9월 30일에 결정하든 6월에 결정하든 결국 폐과 결정이 될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대학평의원회를 다시 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 번 결정된 것을 번복하라는 요구인데 그럴 수는 없다"고 맞받아 쳤다.

학생들은 "총학생회장이 학생들을 따돌리고 비서실 문으로 회의실에 몰래 들어갔다"며, "겨우 1명 있는 학생측 평의원조차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비참하고 슬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 학생은 경남대학교 학생 3000여 명이 작성한 폐과에 반대하는 서명지를 몸에 감싸 들고,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21세기대학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남대, #철학과, #폐과, #박재규, #학과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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