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스페인하숙>에서 배정남은 '쉐프'(?) 차승원을 뒷받참하는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화면 캡쳐)

tvN <스페인하숙>에서 배정남은 '쉐프'(?) 차승원을 뒷받참하는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화면 캡쳐) ⓒ CJ ENM

 
지난 15일 첫 회가 방영된 이래 tvN <스페인하숙>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거의 2년만에 돌아온 나영석 PD+차승원+유해진 콤비 조합에 대한 기대감 이상으로 쏠쏠한 재미가 더해지며 '역시 나영석 예능'이라는 호평도 이어졌다. <스페인하숙>은 지난 <삼시세끼>의 분위기와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생활 환경이 스페인 해외로 옮겨진 것과 장작불+가마솥 등에만 의존하던 '차줌마' 차승원에게 전기압력밥솥, 렌지 등 최첨단 기기(?)가 주어진 정도 외엔 이전 예능의 흐름은 여전하다. 본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삼시세끼와 그림이 유사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라고 했던 말은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하숙>은 오히려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단절된 공간 속 '막내' 배정남의 존재감
 
 tvN <스페인하숙>의 한 장면. 배정남은 쉽게 방전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tvN <스페인하숙>의 한 장면. 배정남은 쉽게 방전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 CJ ENM

 
그런데 <스페인하숙> 차승원+유해진 콤비에겐 약간의 환경 변화가 조성된다. 과거 <삼시세끼> 만재도에서도 조리, 시설 담당이라는 역할 분담이 있긴 했지만 앞마당이라는 공용의 공간에서 대부분의 일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생활하는 둘 사이의 유기적인 호흡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는데 <스페인하숙>에선 알베르게(민박집)이라는 배경의 특성상 본인들만의 작업 환경은 확연히 나뉘었다. 프런트와 주방 사이의 간격이 멀어진 만큼 각각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자칫 삭막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도 있는 공간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배정남이다.

다소 서툴긴 하지만 주방 보조로서 차승원을 성실히 뒷받침해주면서 <스페인하숙> 속 맛깔나는 양념의 몫을 담당해낸다. 처음엔 의기양양 정성을 다해 일하다가도 금방 체력이 방전되어 지쳐 버리는 배정남의 치명적인 단점은 이곳에서 재미를 살려주는 장점으로 되돌아온다. 그간 <무한도전> <거기가 어딘데> <미운우리새끼> 등에서 보여준 인간미는 <스페인하숙>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된 옷을 입은 것 마냥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만들어 준 원동력이 되었다.

앞서 손호준, 남주혁 등 <삼시세끼>에 출연한 막내들과는 차별되는 배정남의 매력은 뻔할 수 있는 <스페인하숙> 속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배정남의 예능 속 재발견
 
 최근 배정남은 SBS <미운우리새끼>, KBS <거기가 어딘데> 등의 예능 출연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방송화면 캡쳐)

최근 배정남은 SBS <미운우리새끼>, KBS <거기가 어딘데> 등의 예능 출연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방송화면 캡쳐) ⓒ SBS, KBS

 
지금이야 각종 예능에 출연하며 익숙해진 모델 배정남이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은 비교적 컸다. 거칠고 투박한 외모와 더불어 모 연예인과의 클럽 시비 논란 소문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2017년 영화 <보안관>으로 연기자 도전에 성공하고 <무한도전> 출연을 계기로 배정남의 연예 활동은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엄청난 개그 감각을 지닌 인물은 아닌 탓에 일부 극성맞은 시청자들로부터 눈총받기도 했지만 '히든카드', '미래예능 연구소', '효리와 함께 춤을', '진짜사나이특집' 편 등 반고정에 가까운 무도 출연으로 예능 분야 새 얼굴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큰 주목을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지난해 KBS <거기가 어딘데>는 배정남의 허술하지만 매력 넘치는 인간미를 잘 담아낸 예능이었다. 숨쉬기도 힘들 만큼 고온의 오만에서 함께 사막횡단에 나선 동료 연예인 대원들에게 떡국, 김치찌개, 비빔면을 만들어내는 등 상상 이상의 장면을 보여준다. 물론 앞서 서술한 것처럼 '초반 오버페이스, 후반 방전'이라는 배정남 고유의 특징은 사막 한복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지만 말이다.

지난해 말부터 종종 출연하게 된 SBS <미운우리새끼>는 시청자들이 배정남을 '호감형 연예인'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줬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친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란 배정남의 성장기는 이 프로그램에서도 한 번 더 소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처럼 보살펴준 하숙집 할머니를 찾아나선 방영분은 고정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일련의 예능 출연으로 배정남은 어떤 의미에선 제2의 연예인 생활을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노력으로 만든 '반전 매력'
 
 tvN <스페인하숙>의 한 장면.  스페인어 단어를 일일히 한글로 적은 배정남의 노트는 그가 얼마만큼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증명하는 증거였다.

tvN <스페인하숙>의 한 장면. 스페인어 단어를 일일히 한글로 적은 배정남의 노트는 그가 얼마만큼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증명하는 증거였다. ⓒ CJ ENM

 
작은 키, 선배 배우들조차 알아듣기 힘든 부산사투리 등 배정남은 해당 분야에서 성공하기 힘든 약점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 탓에 <보안관> 이후 아직까진 배우로선 확실한 입지를 만들어내진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로 경쟁이 치열한 모델계에서 인정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영역인 예능에서도 반전 매력을 보여주며 뒤늦게 대중들의 관심 및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지금의 인기는 어찌 보면 배정남이 흘린 땀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스페인 출국에 앞서 노트에 빼곡히 채운 스페인어 각종 단어(물론 모두 한글로 적어뒀지만)를 꾸준히 외우는 식으로 현지 촬영에 대비하는 모습은 배정남이라는 인물이 그저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게 결코 아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부족한 만큼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현지 상인들과 서툴고 투박한 발음이지만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등 프로그램에 작지만 큰 힘이 되는 역할도 담당한다.

스페인 민박집 속 이야기가 남은 방영분에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그의 존재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끌어낼 것임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은 더욱 늘어갈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도 배정남은 충분히 캐스팅이 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이렇게 나 PD의 예능 세계는 또 한 명의 '예능 인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배정남 스페인하숙 차승원 유해진 나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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