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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덴마크와 독일의 법률서비스 문턱이 어떠한지를 살펴봤다. 덴마크의 '오후 5시 변호사 무료법률상담'과 '학생이 장래 속할 직업 관련 조합에서 받는 무료법률상담', 독일의 '노타' '권리보호보험' 등은 우리 사회에선 쉽게 보지 못하던 보편적 법률복지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공공법률서비스를 우리 사회에서 제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정치인은 없을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갑) 의원의 별명은 '거지갑' 외에도 '박주발의'가 있다. 그의 법안 발의 실적을 두고 붙은 별명이다. 또 있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당시 지역구민들과 국민에게 '내 삶의 변호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법안을 잘 만드는, 변호사 출신의 의원. 여기서 궁금해진다. 그런 그가 덴마크나 독일에서와 같은 '국민에게 보다 가까운 법률서비스'를 만들고자 발의한 적은 없었을까. 3월 31일 박주민 의원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기자 말

 
박주민 의원의 별명은 '거지갑' 외에도 법안을 하도 많이 잘 만들어서 '박주발의'도 있다. 박 의원은 공공법률서비스에 관한 법률을 현재 발의 준비 중이다.
 박주민 의원의 별명은 "거지갑" 외에도 법안을 하도 많이 잘 만들어서 "박주발의"도 있다. 박 의원은 공공법률서비스에 관한 법률을 현재 발의 준비 중이다.
ⓒ 출처 : 오마이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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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법안을 발의했는데 '국민에게 보다 가까운 법률서비스'에 관하여 발의한 일은 없었는지? 
"지역구 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역사무실에서 주민들의 민원 상담을 하는 행사를 한 달에 2번씩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민원이 변호사들이 도와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분이 변호사를 찾지 않고 나를 찾아온 이유는 믿고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변호사가 없기 때문인 듯했다.

우리 지역은 의료협동조합이 잘 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조합에서 고용한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다. 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여기에서 착안해 '법률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다.

'국민소송'에 대한 법안도 제출했다. 국민의 세금을 잘못 사용한 경우 국민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소송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주민소송만 제도화되어 있다. 그나마도 까다로운 조건 탓에 제대로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송이 제도화되면 국민의 세금도 아낄 수 있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공익소송의 영역이 열리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한국은 하자 있는 제품으로 인한 손해를 해결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나 기업들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하면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만들어져있지 않다. 그래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와 관련된 법안도 제출했다. 

'퍼블릭 디펜더 제도'(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도입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형사사건 초기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변호사를 직접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국선변호인 등의 제도가 있기는 하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로워 도움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다 많은 분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으려 한다."
 
2017년 6월 28일 박주민 의원 등 12인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소관위원회에 부쳤다. 의료협동조합에 착안해 법률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제안 이유를 보면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하여 지역 주민들의 출자로 설립되는 참여형 법률 서비스 제공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2017년 6월 28일 박주민 의원 등 12인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소관위원회에 부쳤다. 의료협동조합에 착안해 법률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제안 이유를 보면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하여 지역 주민들의 출자로 설립되는 참여형 법률 서비스 제공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 출처 :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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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 사건에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제도가 있다. 최근 법률홈닥터, 마을변호사 등도 생겨났다. 공공법률서비스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 아닌가.
"이전보다 많은 관련 제도들이 확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분이 변호사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분들에게 변호사는 아직 만나기 어려운 사람일 뿐이다.

상가건물 임대차계약 체결 등 법률적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혼자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간단히 예방할 수 있는 법률적 분쟁에도 쉽게 노출이 되고 있다. 이런 부분도 커버할 수 있도록 공공법률서비스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 공공법률서비스가 늘면 국민에게 이로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 관련 법들이 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정치권의 관심 밖에 있고 둘째, 각종 이익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아직 위 제도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 공공법률서비스를 인위적으로 늘리면 법률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복지의 정의는 사람들이 불편함 없고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기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이나 곤란함 중 법률적인 보호를 제대로 못 받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법률서비스도 복지의 한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인위적으로 공공법률서비스를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법률서비스를 낮은 곳으로 보내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워낙 변호사가 되는데 큰 비용과 시간이 들고 사회에서 변호사에 대해 가지는 일반적인 기대가 높다 보니 그렇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을 통해 공공법률서비스를 공급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 변호사 업계에서 필요한 사법개혁은 무엇인가?
"이번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은 사법부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기반하여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 재판에는 당연히 당사자가 있고 그 당사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재판 결과나 과정이 이상하다고 느낀 변호사 중 일부는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우 소수였을 것이다. 그런 문화가 없고, 오히려 금기시되어 온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이런 사법 농단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이 사법부에 대한 평가나 감시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법원, 판사들이 함부로 법을 왜곡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감시나 법관의 태도에 대한 감시 등을 진행한 바는 있지만 지속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 지금의 법조인양성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본격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고 있어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추상적일 수는 있겠으나 몇 가지 방향에 대한 고민은 있으니 우선 그것을 말하겠다.

우선 지금보다 변호사의 수가 늘어야 한다. 이미 말했지만, 변호사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변호사로 양성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들이 변호사가 된다면 그것 자체로 법률서비스의 전문성과 질이 높아지는 기반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공익적 영역으로 진출할 분들도 많이 양성되었으면 한다. 변호사는 단지 개인적 이익을 좇는 존재가 아니라 공익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변호사 양성 과정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이것은 앞에 말한 세 가지 방향과 모두 연관이 있다. 더욱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이 변호사로 양성되고 특히 공익적 활동을 목표로 둔 사람들이 많이 양성되는 데 필요한 조건이라고 본다."
 
박주민 의원은, 반대자들이 있겠지만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법률서비스를 낮은 곳으로 보내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정부의 지원을 통해 공공법률서비스를 공급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박주민 의원은, 반대자들이 있겠지만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법률서비스를 낮은 곳으로 보내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정부의 지원을 통해 공공법률서비스를 공급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 박주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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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주민 의원은 기자와 인터뷰를 고심했다. 다른 의원들과는 고민의 결이 달랐다. "로스쿨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었다. 기자 역시 고민됐다. 어찌 됐든 박 의원과의 인터뷰 기사는 로스쿨 관련 연재의 큰 틀 속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자칫 의원의 진심이 왜곡돼 전달되지 않을지 걱정됐다. 그런데도 기자는 그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었다. 그에게 궁금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로스쿨의 가장 큰 고민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다. 그 이면에는 '되도록 적은 변호사가 배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관련 기사 : 월4천 변호사의 바람, 변호사 천 명씩만 나왔으면) 이러한 목소리는 대부분 이미 법조인이 된 이들 중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역시 변호사 출신인 박 의원도 같은 생각인지, 기자는 그것이 궁금했다.

박 의원은 공공법률서비스 법안들을 발의하는 이유에 "생활 곳곳에서 법률적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혼자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아주 간단히 예방할 수 있는 법률적 분쟁에도 쉽게 노출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법률서비스를 낮은 곳으로 보내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공공법률서비스를 확대하고 또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 

하지만 박 의원은 변호사 배출 방법 자체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공공법률서비스 법안들의 추진이 지연되는 이유를 설명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률조합과 같은 법안은 보다 공익에 부합하고, 더 많은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방향을 싫어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싫어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시민들이 똑바로 직시해야 할 듯하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박은선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http://www.lawlowyer.net) 소속으로, 기사의 수익금은 로스쿨 정상화 및 법조문턱 낮추기 운동에 전액 기부합니다.


태그:#박주민의 공공법률서비스 법안, #박주민의 법률협동조합, #박주민 의원,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법조인양성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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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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