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옛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으로 땅 주인들은 땅값 상승으로만 3조 5600억 원의 이득을 거뒀고, 향후에도 막대한 개발 이익을 챙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세운 재개발지역 개발계획 수립 전후인 2002년~2016년 공시지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세운 재개발사업은 종로구 세운상가부터 중구 진양상가까지 주변 일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구 면적은 43만 9456.4㎡이고 총 6개 구역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실련 조사 결과 세운 재개발 지역의 땅값은 사업이 진행하면서 급상승해왔다. 사업이 시작된 2002년 기준 공시지가는 평균 3.3㎡당 1670만 원이다. 그런데 지구지정이 이루어진 2006년에는 3.3㎡당 3110만원까지 상승했다. 불과 4년 사이 두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가격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주거 중심의 복합용도 개발이 가능해진 2010년에는 3.3㎡당 4710만원, 사업시행계획 수립 전인 2016년에는 3.3㎡당 5100만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2016년 기준 사업지구 전체 공시지가는 5조 6600억 원으로 2002년 대비 상승률은 305%에 달한다. 2002년 2조 7670억 원이었던 사업지구 전체 공시지가는 2016년 5조 6600억 원 늘어난 8조 4320억 원으로 추산됐다.
남은경 경실련 국장은 "중구지역 평균 지가 상승률에 따른 상승분을 빼더라도 토지 상승 차액은 무려 3조 5600억 원"이라며 "이 개발이익은 사업시행 인가 전 발생했기 때문에, 모두 토지주가 가져가고, 향후 개발이익까지 고려하면 더 막대한 개발이익이 사유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대한 토지 가격 상승에는 서울시의 특혜성 정책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시는 세운구역에 재개발구역지정요건 완화와 용적률 층고 완화, 건축기준 완화 등을 허용해줬다.
당초 세운 구역 일대는 건물 높이 3층 미만, 용적률 150% 내외로 제한돼 왔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하면서, 이 규정을 대폭 완화해줬다. 건물 높이는 30층 내외, 용적률은 900%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서울시는 도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변경해, 세운 구역을 '도심복합용도 지역'으로 바꿔줬다. 이에 따라 세운 구역은 상가가 아닌 아파트와 오피스텔도 지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세운 3-1, 3-4,5 구역에 주거비율을 90%까지 허용하는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을 승인해주기도 했다. 재개발 사업 이후 도심특화산업을 위한 공간 확보율은 1.7%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세운상가 세입자들이 이곳에 재정착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세운 구역(3-1, 3-4.5, 6-3-1,2)의 임차인 우선 분양임차권 신청 현황을 보면 총 263개 사업장 가운데 47개 사업장(18%)만 신청했다. 원래 100개 상가가 있었다면, 재개발 이후에도 남아있을 상가는 18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남 국장은 "신청 비율이 낮은 이유는 주거 비율이 높은 주상 복합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도심특화산업 면적의 확보율이 낮기 때문"이라며 "막대한 불로소득은 토지주에게 돌아가고, 도심산업생태계는 붕괴되는 도심 난개발 사업이 세운재개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큰사진보기
|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운재개발 사업에 따라 막대한 개발이익이 토지주에게 귀속된다고 비판했다. |
ⓒ 신상호 | 관련사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