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대역전극으로 당선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첫 참석하자, 이정미 대표가 여 의원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 노회찬 지역구서 당선된 여영국, 의원 배지 달다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대역전극으로 당선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첫 참석하자, 이정미 대표가 여 의원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4.3 재보궐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 국회의원 보궐선거 해당 지역구에서 원래 의석을 점유하고 있던 정의당과 자유한국당은 다시 의석을 되찾았다.

이번 보궐선거는 유권자들의 절묘한 선택이 나타난 선거로 평가된다. 경남 통영·고성에서는 한국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직전 선거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후보조차 구하지 못했던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약 36%의 득표율을 기록해 선전했다.

반대로 창원성산에서는 민주당-정의당 단일화 후보였던 여영국 의원이 승리했지만, 표 차이는 504표에 불과했다. 창원성산 선거결과에서 진보세력인 정의당-민중당 후보 득표 합산보다 보수세력으로 볼 수 있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대한애국당 합산 득표가 더 많았다.

요약하자면 유권자들은 여당인 민주당에게는 경고를, 제1야당인 한국당에게는 불완전한 기회를 건낸 것이다.

각 당의 손익계산서

반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다른 야당들은 희비가 갈렸다. 창원성산에서 승리한 정의당은 모든 것을 얻었다. 다시금 민주평화당과 함께 원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고, 정의당의 간판스타였던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를 다시 회복한 만큼 대외적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가 창원성산에서 전력을 다했지만 손석형 민중당 후보 보다도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만큼 당내 균열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나 보궐선거 정국에서 손학규 대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이언주 의원에 대한 징계는 당내 뇌관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민중당의 경우 같은 지역구에서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손석형 후보를 공천했지만, 19대 총선에 비해 40%P 가까운 지지율을 상실함에 따라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숨은 승자 민주평화당, 명시적 패배 부재와 지역기반 재확인

이번 4.3 재보궐선거에서 보이지 않는 승리를 얻은 정당은 기묘하게도 민주평화당일 수도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국회의원 2석(경남 창원성산, 경남 통영고성)과 기초의원 3석(전북 전주완산 라, 경북 문경시 나, 경북 문경시 라)을 결정하는 선거였다. 선거결과 한국당은 국회의원 1석, 기초의원 2석을 얻었다. 정의당은 국회의원 1석을 얻었다.

반면 민주평화당은 전북 전주완산에서 기초의원을 공천해 승리했다. 2위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3%P 차이의 대승이었다. 호남이라는 민주평화당의 지역기반에서의 낙승이었기에 지역기반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선거 결과였다. 정의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경고를 받은 선거였지만, 민주평화당은 명시적으로 패배하지 않았으며 이미지 타격도 없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당대표(왼쪽 두번째). 사진은 지난 2월 1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5.18 관련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민주평화당 정동영 당대표(왼쪽 두번째). 사진은 지난 2월 1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5.18 관련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정계 개편 정국... 발언권 강화 형세

또한 민주평화당은 2020년 총선 전에 이뤄질 정계 개편 정국 속에서 발언권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우선 정의당과의 원내교섭단체 재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의당이 창원성산에서 승리함에 따라 고 노회찬 의원 사망 이후 지위를 상실했던 공동교섭단체 결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다시 교섭단체를 결성할 선거기간 내내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평화당 내부의 반발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보궐선거 이전부터 대두됐던 정계 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가 바른미래당 분당 정국에서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이 민주평화당에 합류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참패하고 내부 균열이 도드라지는 상황에서 민주평화당에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이 탈당 후 합류하는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자체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정의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공동 원내교섭단체를 결성할 사유가 없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도 처지는 난감하다. 보궐선거 정국에서 당내 균열이 드러났다. 지지율이 반등할 여지도 크지 않아 보인다. 호남계 의원들이 탈당하면 바른미래당은 원내 3당 지위를 상실하고 원내 소수 정당으로 자립하거나, 한국당으로 흡수 합병 가능성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정의당은 원내교섭단체를, 바른미래당은 제3정당 지위를 위해 민주평화당의 정치적 행보를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으로의 흡수 합병을 지지하는 의원이 아니라면, 바른미래당 자립을 위해 선거법 개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민주평화당과의 협력은 필수요소다.

요약하자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득과 실을 딱히 찾을 수 없는 찝집한 성적표를 받았다. 정의당은 한 석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원내 소수정당이다. 바른미래당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민중당은 존립 근거에 타격을 입었다. 이 중에서 보이지 않는 승리를 얻은 정당이 민주평화당으로 보인다.

태그:#보궐선거, #민주평화당, #지역주의, #정계개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