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추정되고 있는 국내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모두 200만여 명에 달한다. 최저시급 인상, 52시간 근로 등 고용시장의 변화로 아르바이트가 단순한 용돈벌이 수준에서 생계형으로 바뀌고,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2, 30대의 청년 계층은 물론이고 중장년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는 여전히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해 법과 제도의 보호로부터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의 한 축을 차지하면서도 법률적인 보호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SBS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편에서 짚어봤다.
 
 SBS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편의 한 장면 ⓒ SBS

 
알바 노동자, 오늘 당장 잘려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

18살의 김재훈씨. 그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달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용돈벌이로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하루에 8~9시간씩 일을 수행하고 있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자퇴했으며, 이 일을 하면서 벌써 두 번째 몸을 다쳐 아직도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보험 처리가 어려워 대부분의 비용을 자부담해야 했다고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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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편의 한 장면 ⓒ SBS

 
하루 20~40건의 배달 일을 보통 밤 12시까지 수행하며, 간혹 새벽 2시까지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취재진이 취재하던 날 김씨는 총 26건의 배달 일을 마쳤고 9만4200원을 벌었다. 그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있단다. 다만, 자신처럼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29살의 황해수씨. 그는 17살 때 처음 시작하여 지금까지 모두 30개의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고1 때 최초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패스트푸드점에서였으며, 이후 닭갈비, 웨딩홀, 전단지, 카드영업, PC방 등 안 해 본 일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대학은 1학년 때 자퇴를 했으며, 자취를 하며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늘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일하다 보면 하루하루 잘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바라는 건 정말 단기다. 이 비정규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오늘 당장 잘려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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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편의 한 장면 ⓒ SBS

 
이러한 이유로 아르바이트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단다. 그는 11년 동안의 아르바이트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부터 유튜브를 운영해오기 시작했다. 그가 아르바이트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들은 비수가 되어 아직까지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었다. 일요일에 그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본 한 엄마가 아이에게 "너 공부 못하면 저 아저씨들처럼 일요일도 못 쉬고 일을 해야 되는 거야" 하고 말하는 상황을 직접 겪었단다.

그는 "노동의 가치를 부모들이 서열화하고 있다"며 운을 뗀 뒤 "그냥 네가 노력 안 했잖아, 공부 안 했잖아, 이 한 마디로 나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천대하고 무시"하는 사회의 현실에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각자가 하는 일과 역할이 있는데, 필요에 의해 탄생한 건데, 너무 노동의 가치만으로 직업을 폄하하고 사람들을 무시하고 서로가 서로를 너무 옥죄고 있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배웠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그 말이 맞는 것인지."

35세 민철식씨. 잠깐의 임시 계약직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로만 살아온 청년이다. 모두 20여 개의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생계 때문에 일의 종류를 가리지 않았단다. 그는 현재 정규직에 대한 꿈은 거의 포기한 상태다. "정규직은 모든 청년들에게 있어 꿈이다. 나도 해보고는 싶다. 한때 공무원도 생각해봤는데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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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편의 한 장면 ⓒ SBS

 
현재 그의 통장 잔고에 찍힌 액수는 64만 원이 전부다. 그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다"며 동선을 줄이고 최대한 아끼면서 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 안에 기술을 배워 이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계속 아르바이트만 하면 힘들다. 아르바이트만으로 먹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

법적 지위 부여하고 정식 고용 형태로 인정해야

그렇다면 현재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실태는 어떠할까? 신정웅 알바노조위원장은 2017년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놓고 "유심히 봐야 될 부분이 노동환경"이라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고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77.4%,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59.4%, CCTV를 통해 노동자들을 감시했다는 호소는 41.8%, 4대보험 미가입 87.6%, 폭언폭행을 경험한 경우 54.5%, 성폭력 12.9%"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불안에 떨고 있고, 스스로 조심하고 방어할 수밖에 없는 실태"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취업이 힘든 과정 속에서 취업준비생이 많아지는 과정을 이행기 노동시장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에 아르바이트가 많아진 현상도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에서 서로 맞물린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SBS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편의 한 장면 ⓒ SBS

 
아울러 그는 "정부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아르바이트 규모는 증가하고 있는데, 객관적인 실태 통계는 명확한 게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한계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라는 분류가 법률 명칭이 아니기 때문에 통계청에서는 아르바이트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법과 제도의 보호에서 배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아르바이트에 대해 "사회 안전망 그리고 근로기준법, 이런 것들을 적용 받지 못하는 사회적 배제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제는 고용 형태로 인정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증가하는데, 변화하는 산업구조나 일자리 형태의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매년 연차별 실태조사를 통해 추이를 파악하고 제도적 개선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35살 박정훈씨. 그는 다음달 1일 출범을 목표로 '배달알바노조' 결성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이제 아르바이트도 직업으로 봐야 한다며 "배달 아르바이트는 4대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걸 고쳐 달라는 자기 목소리 내기가 무척 힘들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인데 자신이 무직이라 생각하고 사장도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모두들 노동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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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법적인 것들을 감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건 상당한 사회문제"라며 "아르바이트가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다들 생각을 하는데, 공부를 못하는 것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못 받거나 저임금을 받아야 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만일 그렇다면 너무 불행한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법률적 지위를 얻지 못해 보호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 이런 현실 속에서 무려 30개의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던 황해수씨의 주장(아래)은 귀기울여봄직하다.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에서 청년과 청소년들이 다수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결국은 노동환경이나 좋은 일자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일자리에 개입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는 정부의 책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뉴스토리 알바인생 그들은 지금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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