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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보미의 영유아 학대 영상 중 일부 캡처한 것 여성이 영유아의 뺨을 때리고 있다.
▲ 아이 돌보미의 영유아 학대 장면 아이 돌보미의 영유아 학대 영상 중 일부 캡처한 것 여성이 영유아의 뺨을 때리고 있다.
ⓒ 청원자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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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아이돌보미 13년 차 공공연대 노동조합 분과 분과장 권현숙입니다. 이번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습니다. CCTV로 학대 장면을 처음 확인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말 못 하는 아이가 받았을 충격과 공포를 생각하니 아이돌보미의 한사람으로 더욱 미안했습니다. 한편으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가족부,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인정 거부

2015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위해 2007년도부터 매일 쓰던 활동일지를 없애버렸습니다. 월례회 형식의 간담회는 물론 아이돌보미 기수 모임도 해체했습니다.

간담회는 아이돌보미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아동 사건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를 막는 방안, 그리고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를 보호하고 진상조사를 하는 등 좀 더 나은 아이돌보미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간담회를 활성화해서 새로운 지침을 인지시키고 사례공유를 통해 아이돌보미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저희의 주장에 여가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아이돌보미 관리와 교육을 등한시한 것입니다. 

처우 개선? 더 열악해진 근로 조건

돌봄 서비스는 2007년부터 시행됐습니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정부가 양성한 아이돌보미를 파견해 맞벌이 가정 등의 양육 부담을 덜고 돌봄 공백을 해소하려고 시작된 정책 서비스입니다. 현재 아이돌보미는 정부가 위탁한 서비스 제공기관인 각 지역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에 직접 고용돼 영아 종일제·시간제 두 가지 형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수당을 받고 일하는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려고 아이돌보미들은 2016년 1월에 '근로자성을 인정해달라'고 집단 민사소송을 했습니다. 2018년 6월 22일 광주지방법원 제11 민사부(재판장 김승휘)는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지난 3년간 168명의 아이돌보미에게 주지 않은 체불임금 일부를 지급하도록 1심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 하루 전까지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판결 이후 여가부도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아이돌보미들은 2019년 근로기준법에 맞는 주휴, 연차,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여전히 아이돌보미들은 센터로부터 주휴와 연차수당은 물론 근로기준법상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일반의 경우, 점심·저녁·휴식 시간도 없이 근무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돌보미들의 열악한 처우는 여전한 셈입니다.

현재 부모들은 주말에 아이돌보미를 이용할 시 위탁 기관인 센터에 주중보다 시간당 1.5배의 돈을 더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센터가 아이돌보미들의 주말 수당을 주중 수당으로 책정해 지급하다 보니 부모들은 돈을 더 내고, 돌보미들의 주말 임금은 줄어 들었습니다.

정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2013년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문제가 불거진 뒤 돌보미에 대한 위탁기관의 관리·감독 역할 지침을 매년 하나씩 지웠습니다. 국가가 인력을 양성해 놓고 외면한 것입니다. 각 지자체가 센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과 교육 메뉴얼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가부가 변해야 아동학대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아이돌보미 자격정지와 복귀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자격 정지가 늘어납니다. 6명이던 자격정지가 2016년 8명, 2017년 15명, 2018년 16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여가부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보수 교육을 한다고 했지만 실상 교육을 하지 못했습니다. 매월 실시하는 간담회가 없어지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여가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양성 교육을 보완하고 자격정지 기간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여가부는 아이돌보미의 처우를 개선하고 월례회 형식의 간담회를 부활시켜야 합니다. 아이돌보미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시간 외 수당을 주는 문제로 아이돌보미들에게 간담회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나라의 예산을 쓰는 센터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2019년부터 센터는 이용자가 내는 이용료와 아이돌보미 수당의 차익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일로 아이돌보미를 나누면 나눌수록, 아이돌보미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센터의 이익이 늘어나고 아이돌보미는 더 적은 시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각 센터는 대책 마련 대신 '금천구 아동학대 사건이 있으니 활동에 유의하라'는 문자만 보냈습니다.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아이돌보미의 제도 개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정·금천구, 아동학대 예방교육 실시 및 종합대책 마련

금천구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아이돌보미 등 보육관계자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고 10일 밝혔습니다. '아동돌봄관리체계 종합개선대책'의 선제적 조치로 '아이돌보미' 등 보육관계자들에 대한 전반적 교육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또한 같은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간담회를 하고 아이돌봄사업 개선안을 논의했습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이돌봄 사업을 개선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습니다. 

당정은 간담회를 통해 아이돌보미의 자격증화와 정기교육, 활동 모니터링 강화 등 시스템 개선안을 논의하고 여가부는 전문가 및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당에서 제시된 의견을 더해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돌보미 양성·보수교육 표준 교재에도 아동학대 사례 등을 반영해 전면 개정한다고 합니다. 

당정의 말처럼 아동돌보미들에 대한 보수 교육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탁 기관인 센터가 아이돌보미를 채용할 때부터 철저히 교육·관리해야 합니다. 단순히 실습 매뉴얼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아이돌보미들이 현장에서 느낀 경험들을 토대로 직접 만들어보는 실습형 교육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책임 깊이 통감

아동학대는 어떠한 경우라도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아이돌보미의 처우 여부를 떠나 의사 표현도 하지 못하는 아이를 상대로 한 학대는 변명의 여지 없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돌보미의 한사람으로 상처받았을 아이와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소식을 접하고 상심하고 있을 국민께도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지난 13년 동안 돌보았던 많은 아이가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갑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했는가?' 반성했습니다. 앞으로 아이돌보미 활동하는 데 더 성실히 일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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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아동학대... 나는 오늘도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다 ☞ http://omn.kr/1ib98

태그:#아이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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