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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꿈을 발효시키기도 하고, 시간의 무료함을 덜어주기도 하고, 삶의 울타리를 넓혀주기도 한다. 어린이에게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열람실 책상은 그날의 손님이 누가 되었든 차별하지 않고, 벽시계는 항상 바쁘게 쫓기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편 도서관의 시설이 날로 발전하면서 이용 대상과 이용 목적 등도 다양해지고 있다.

은퇴 후 지난 여름부터 책읽기를 위하여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조금 더 깊고 다양하게 세상을 이해하고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목적이다. 삶을 표현하고 세계와 교감하기 위하여 평소에 문학에 관심과 소양도 없었는데 글쓰기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

이용자 중에는 학생이나 수험생뿐 아니라, 나와 같이 시간적으로 느긋한 은퇴자도 있고, 집안의 더위를 피하고 교양도 쌓을 목적으로 온 주부들도 있다. 또, 색다른 장면으로 거의 매일 장애인 아들을 데려와 학습을 도와주는 아빠를 보면서 도서실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한다.
 
마포중앙도서관 상징물
▲ 마포중앙도서관 마포중앙도서관 상징물
ⓒ 김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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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중앙도서관은 예전 마포구청을 허물고 그 자리에 현대식으로 2년 전에 개관했다. 시설 중에는 자료열람실 외에도 키즈카페라는 요즘 유행하는 어린이 실내놀이터도 있고 청소년교육센터와 영어교육센터도 있다. 또 미디어실, 잡지실, 세미나실, 문학창작실, 미술작업실, 북카페, 유아자료실, 만화창작실, 진로직업체험센터, 수유실 등이 있다.

건물 1층에는 편의점과 식당들이 있는데 고급 체인점 식당에 항상 손님이 많은 걸 보면 예전에 공부하는 사람은 춥고 배고프다는 선입견과 정서적인 차이를 느낀다.

오래전 나는 지금은 흔적조차 없이 고층빌딩으로 변한 청진동 해장국 골목에 위치한 신세계독서실이란 곳에서 1년 가까이 생활했다.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올라와 잠자리 겸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었다. 겨울에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고, 침낭을 덮고 다닥다닥 붙어 잠을 잤다.

밤에 종종 연탄불이 꺼져 추위에 떨기도 하고, 여름에는 좁은 공간에서 더위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며 지냈다. 주변에도 독서실이 여럿 있었는데 그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에는 가격도 저렴하고 인정도 많았다. 후한 인심은 고향을 떠나 몸도 마음도 궁핍한 삶속에서 그나마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그 후에 이용해 본 정독도서관이나 남산도서관은 자리를 잡기 위해 문 여는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줄을 서고 기다려야 하는 풍경이 매일 연출되었다. 티켓을 끊어 입장하고 다른 사람들 자리를 잡아놓기도 하면서 자리 다툼이 심했다.

식당에는 라면 등 편의 식품으로 허기를 달래고 꿈을 향하여 보이지 않는 터널의 빛을 찾았다. 당시에도 사설 독서실이 있었으나 입장료가 비쌌고, 칸막이가 되어 있어 나태해지기 쉬운 단점이 있었다.

나중에 직업인으로 생활하면서 논문을 준비하느라 국회도서관 국립도서관에도 한동안 다녔는데 입장에서부터 책의 대출, 열람실 이용 등 절차가 복잡했다. 특히 지금은 논문 검색 등은 인터넷으로 가능하나 당시에는 반드시 도서관에 가서 대출신청을 하고 한참을 기다려 열람이나 대출을 할 수 있었다. 또 근무하는 직원들의 태도도 고압적이었다. 오고 가고 기다리는 시간들이 모두 아깝고 길게 느껴졌다.

누구나 책과 공부는 우리 삶과 직결되는 것으로 평생 그 사람의 인생에서 짊어져야할 짐이면서 무기로써 행복의 기초를 마련해주고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도서관 시설이 예전과 달리 다양한 복합공간으로 진화되면서 계절적으로도 오히려 여름에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출입도 대출이나 반납도 회원증 하나로 본인이 직접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설이 동네 곳곳에 설치된다면 이용자도 늘어 문화를 통하여 세상을 보는 안목도 넓어지고 어린이에게는 즐거움과 상상력도 향상시킬 것이다.

태그:#도서관, #책, 공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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