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강원제주

포토뉴스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 미시령터널 매표소 인근 일성콘도(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인근 도로변에서 최초 발화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최초발화 원인은 향후 조사를 통해 확실하게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내용이 사실에 가장 부합한다.
 
화재진압 4일 밤부터 화재진압을 하는 모습을 봤는데 이곳은 5일 낮에도 불이 꺼지지 않아 여러 대의 소방차가 계속 물을 뿌리고 있었다. ⓒ 정덕수
 
당시 미시령 인근엔 초소 30km 상당의 태풍급 강풍이 불었다. 당시 JTBC 취재팀은 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영동지역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미 산불이 '기회'? 의원님들, 국민을 본받으십시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날 오후 8시 40분 JTBC '뉴스룸'에서 현장 화면이 전국적으로 방송됐다. 40여 분이 지난 오후 9시 22분, 손석희 앵커는 뉴스 끝에'속보'로 강원소방본부에서 지휘 차량을 급파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서울에서도 소방차량 15대를 지원했다는 내용을 현장 중계로 보도했다. 동시에 고성군 토성면 지역의 콘도와 펜션, 속초시까지 산불이 번져 대피령이 확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오후 8시 20분경, 고성과 속초 지역에서는 이미 산불이 확산하여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이상을 이미 어두워진 저녁에 방송화면으로 보여주기란 다소 무리였다. 속초 시내 방향 동명동이나 장사동을 화면으로 잡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더구나 동명동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언덕 위엔 KBS 속초방송국이 있고, 장사동엔 영동극동방송이 있다. 영동극동방송은 이번 산불에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화재진압 4일 밤 이미 불은 발화지점에서 직선거리 7km 위치에서 번지고 있었다. 속초도립의료원 옆에서 자정 무렵 최선을 다해 불길을 차단하려는 소방관들의 분주한 모습을 만났다. ⓒ 정덕수
 
일부에서는 '산불을 조기에 진화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의문이라도 품은 듯 보였다. "최초 산불이 발생한 시점에 조기 진화를 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소방차가 출동해도 최소 10분 이상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사방으로 번지고 있었다. 일성콘도 근처 주유소에서 신고자가 소방서로 전화를 걸어 신고를 한 시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고를 접수한 소방관들이 출동 준비를 해 나오기 전 불길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였다. 속초 소방서의 모든 장비를 총출동시켰다 하더라도 조기 진화를 할 단계는 넘어선 상황이었다. 

이번 산불에 전소된 드라마 세트장이 최초 발화지점에서 직선거리로 1.9km 위치에 있다. 그 앞엔 '콩꽃마을'이란 관광 식당가가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갔지만, 속초소방서는 이미 모두 출동을 한 상태였다. 일성콘도 방향으로 출동하던 소방차들은 이 시간 다시 소방서방향으로 급히 돌아가야 됐을 수도 있다. 소방서 주변에 도시가스와 충전소들이 3곳이나 있어서다.
  
산불피해지역 4일 밤 원암리 국도변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도에서 확인되듯 숲을 따라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넓게 확산됐다. 고성군 지역은 아직 어느 범위까지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 지도의 위쪽으로 더 확장되었으리라 본다. ⓒ 네이버 지도
 
이 시간 고성군 방향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고성군 소방서에서 최초 발화지점까지의 거리는 20km가 넘는다. 빨라야 30분이 걸린다. 하지만 이미 산불은 8시 무렵 고성군 토성면 일대로 넓게 퍼진 상태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기 진압에 왜 실패했느냐'는 비판은 수고한 이들을 욕하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2005년 4월 4일 발생했던 양양산불은 이번 고성 산불과 유사하다. 국립기록원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양양산불은 17개 분야에 총 3939만5888원, 이재민들은 163가구에 418명이 발생하였다. 부속 건물이 309동, 소상공인 69동, 축사 22동, 비닐하우스 19동, 산림시설 973ha, 문화재 22개소, 농기계 650대 등 큰 피해를 발생케 하였다.' 
 
산림시설이라고 된 면적이 973ha가 피해를 보았다고 되어 있는데, 이보다 광범위한 면적으로 퍼진 고성과 속초시에 걸친 산불의 피해면적이 지난 5일 자 발표라고 하더라도 250ha란 부분에 의문이 생긴다. 현재 위성촬영을 해 면적을 계산하더라도 정확한 피해면적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산림청장은 "당초 산림피해는 530ha이었으나, 국립산림과학원 위성영상 분석결과 1757ha로 분석되었다"고 발표했다.
 
소방차(전북) 전국에서 출동한 소방차가 강원도 산불피해지역으로 달려왔다. 전북에서 출동한 소방차를 속초에서 만났다. ⓒ 정덕수
   
소방차(대전) 전국에서 출동한 소방차가 강원도 산불피해지역으로 달려왔다. 대전에서 출동한 소방차를 속초에서 만났다. ⓒ 정덕수
  
소방차(서울·강원) 전국에서 출동한 소방차가 강원도 산불피해지역으로 달려왔다. 서울에서 출동한 소방차를 속초에서 만났다. ⓒ 정덕수
 
조기 진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강풍을 타고 퍼진 산불은 "불이 막 날아와 그냥 여기저기 툭툭 떨어지더라"는 현지 주민의 말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번졌음을 알 수 있다. 

"아이고 그때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네. 난 그냥 어디 불났다는 줄 알고 나왔거든. 근데 그냥 앞이 하나도 안 보여. 어떻게 살아나왔는지 몰라." 

'불이 처음 난 걸 안게 언제인지 아느냐'고 묻자 한 아주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8일까지도 대피 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머니에게 더는 물어볼 수 없었다. 

다행히 5일 새벽부터 바람이 많이 누그러들었다. 그러나 이미 불이 옮겨붙은 산과 집들은 곳곳에서 계속 타고 있었다. 잔불이라고는 하지만 다시 강풍이 불면 언제든 번질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알기에 소방관과 군인, 공무원 그리고 의용소방대 등은 총력을 다해 화재 현장을 살펴나갔다.
  
소방헬기 산림청 소속의 소방헬기는 백두대간의 중심축인 설악산과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강원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방장비다. 강원도의 도입을 국회가 아직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 정덕수
  
화재진압 소방공무원원의 국가직화를 문재인 대통령이 7월까지 가능하도록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은 “국가직이 아니면 불을 못 끄느냐”면서 “법을 얼렁뚱땅 만들어 넘겨주면 갈등만 더 증폭된다”고 주장했다. ⓒ 정덕수
 
대전에서 왔다는 소방관은 이미 무너진 건물에서 불길이 피어오르는 위치로 소방호스를 잡은 다른 소방관을 위해 밸브를 열어주고 있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라는 질문에 소방관은 "어제 10시 무렵 출동명령을 받고 나왔는데 속초 들어오니 새벽 3시가 넘었던 것 같다"며 "소방차는 무거워서 고속도로에서도 속도를 못 냅니다. 한 시간에 60km도 채 못 간다"고 답했다.

'식사를 했냐'는 이어진 질문에 소방관은 대답 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내 물을 뿌리는 다른 소방관을 위해 소방 호스를 이동시켜주기 시작했다. 소방관이 비켜서자 물탱크와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정리해두는 공간에 아직 뜯지 않은 빵 봉지가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태그:#강원도 산불, #고성산불, #소방관 처우개선, #자유한국당의 태도, #이진복 의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