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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며칠 전 새로 알바를 구하기 위해 유명 알바 포털사이트인 알바천국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자신의 이력서를 올렸다.

해당 앱에는 이력서를 공개해 구인업체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A씨는 이 기능을 사용하되 바(술집) 업종의 경우 이력서를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놓았다.
 
A씨는 바(BAR) 종류의 업소는 이력서 열람 제한을 설정해놨지만 이러한 조치가 소용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바(BAR) 종류의 업소는 이력서 열람 제한을 설정해놨지만 이러한 조치가 소용없었다고 주장했다.
ⓒ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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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3곳이 넘는 '대화카페'라는 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이들은 업체를 '대화카페'라고 소개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고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보자가 받은 '대화카페' 구인 문자.
 제보자가 받은 "대화카페" 구인 문자.
ⓒ 제보자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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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들에서 보낸 문자는 한결같이 똑같았다. '대화카페' '데이트카페' '토킹카페'라면서 A씨에게 보내온 문자에는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면 된다"라거나 "단순히 대화만 하는 거니 걱정하지 마라" "마치 데이트를 하는 느낌으로 손님들과 한 시간을 보내면 된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A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이 업체 중 한 군데를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이곳이 '카페'가 아니라 '키스방(유사 성행위 업소)'과 유사한 업체인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알바천국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지난 11일 알바천국에 전화를 해서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알바천국은 A씨에게 점주가 다른 업종의 점포로 등록하고 구직자에게 연락하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구직자 이력서가 왜 유사성행위 업소에... 
 
알바천국 포털사이트 대문
 알바천국 포털사이트 대문
ⓒ 알바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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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천국 문의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여러 개 등록돼 있었다. "대화카페 문자 스트레스 받아요. 가짜 업체 위장해서 다른 기업 이름으로 열람하고 문자는 자기네 업소명 보내고 엄연히 유흥업소 구인구직 알바 사이트가 따로 있잖아요?"(4월 10일), "지원한 적도 없지만 대화카페 알바를 하라며 문자가 왔는데 대화 카페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고"(3월 18일) 등의 게시물이 그것이다.

알바천국은 6년 전인 지난 2013년 '클린알바 10계명'을 만들어 채용 공고의 품질관리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클린알바 10계명'에는 '구직자가 원하지 않는 회사에서 이력서를 열람할 수 없'고 '24시간 공고 필터링 시스템을 운영해 불량공고를 걸러내'며 '허위공고 신고가 들어온 매체는 공고를 등록하지 못'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이 담겨 있다. 

알바천국 측은 16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24시간 공고 필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불량 공고를 삭제하고 있다"며 "구직자 이력서 열람을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 인증 과정(사업자 등록증 검수 등)을 거쳐야 하고 유흥 관련 직종인 경우 이력서 열람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약 30여 명의 담당자가 배정되어 진행하는 자사 모니터링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도용하거나 편법으로 악용하는 사업주가 있어 사후 신고를 받아 해당 기업을 찾아 사업자 가입 차단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알바 포털을 통해 유사 성행위 업소로부터 불쾌한 문자를 받았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관련 기사: 20대 여성 노리는 '데이트카페'... 알바 앱 조심하세요). 여러 차례 기사를 통해 반복해서 지적됐던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알바노조는 알바 포털의 관리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알바노조의 신정웅 위원장은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사업자가 (다른 업종으로 위장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영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상하게 시급이 높은 아르바이트라든지 수상한 업종에 대한 자료 취합 작업이 여전히 소홀한 것이 아니냐"라고 우려를 전했다.

태그:#알바천국, #대화카페, #키스방, #이력서 공개,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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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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