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영화 포스터

<미성년> 영화 포스터 ⓒ (주)쇼박스

 
주리(김혜준)는 아빠 대원(김윤석)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 영주(염정아)가 이 사실을 알기 전에 조용히 아빠의 불륜이 끝나야만 하는데,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일은 자꾸만 꼬여버린다.

알고 보니 아빠의 불륜 상대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윤아(박세진)의 엄마, 미희(김소진)인 데다가 미희는 아빠의 아이를 임신 중이다. 급기야 윤아의 폭로로 주리으 엄마까지 모든 사실을 알아버리게 된다. 

나이 같지만 서로 다른 삶 살던 소녀들, 만난 계기는...

<미성년>은 부모들의 불륜 사건으로 인해 서로 엮이게 된 두 소녀의 상처와 치유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는 잔잔한 드라마다.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두 소녀의 일상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판이하다.

중산층 가정의 주리는 학교가 파하면 학원에 가고,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윤아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부모의 보살핌 속에 자라온 주리, 그리고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서 해결해 온 윤아. 이들은 부모의 불륜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어떻게 해서든 일을 수습하려는 주리와 달리 윤아는 그러든지 말든지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주리는 모든 원망을 윤아에게 쏟아 붓는다. 주리에게는 미희가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침입자이고 윤아는 방관자, 더 나아가 동조자와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윤아의 말대로 그들이 뭘 어떻게 하든 있었던 일들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는 노릇인 데다가 자기들끼리 싸운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주)쇼박스

 
대원과 미희의 관계가 알려지고, 두 가족은 상처받고 망가진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이 관계에 대해 설명, 아니 최소한의 변명이라도 하는 어른은 없다. 영화의 제목 '미성년'은 중의적인 표현을 가지고 있다. 주리와 윤아의 물리적 나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미성숙한, 그래서 미성년과 다름없는 성인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대원은 비겁하고, 미희는 철이 없다. 자식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얼굴에 초콜릿을 잔뜩 묻히고도 초콜릿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어린 아이처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로부터 계속해서 도망치는 대원의 모습은 지질하기 짝이 없고, 가정이 있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딸에게 자신의 사랑을 이해받고자 하는 미희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어른들 행동에 답답하다가도... 뭉클해지는 이유

아이들은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한다. 처음엔 원수처럼 으르렁거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리와 윤아는 서로에 대한 연민과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고, 이 변화의 과정은 탄탄한 드라마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덕분에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시선과 호흡만으로도 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표현하는 염정아와 김소진의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오고 주리와 윤아를 연기한 두 신인배우 김혜준, 박세진의 연기도 섬세함과 과감함을 모두 보여주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유지된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주)쇼박스

 
영화는 진지함과 가벼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감동과 재미 모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영주의 처연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겁다가도 대원이 등장하면 정통 코미디에 나올법한 (적당한 수위의)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펼쳐지면서 웃을 수밖에 없다. 또한 무책임한 어른들의 행동에 화가 나다가도 씩씩하게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미성년>은 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으로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까지 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 설정, 개성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개연성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매력 있는 연기까지. 성공적인 연출 데뷔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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