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피겨에 부는 고난이도 점프 바람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 선수들이 4회전 점프를 뛰기 시작한 이후 일본, 미국 등 피겨 강대국의 에이스들이 트리플 악셀을 비롯한 고난이도 점프를 들고나오고 있다. 차준환(휘문고)과 함께 한국의 아이스쇼 무대에 선 '일본 여자피겨 신성' 키히라 리카가 그 중심에 서 있다.
 
키히라는 20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인공지능 LG ThinQ 아이스 판타지아 2019' 아이스쇼를 통해 한국 피겨 팬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이날 키히라는 잔잔한 선율에 맞춰 두 개의 갈라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장기인 탄탄한 점프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일본 여자피겨 선수 키히라 리카

일본 여자피겨 선수 키히라 리카 ⓒ 박영진

 
공연 후 만난 키히라는 일본과 한국의 아이스쇼 차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큰 차이는 없지만 한국 피겨 팬분들이 더욱 빨리 호응해 주시는 것 같다"면서 "한국 팬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더욱 재밌게 스케이트를 탔다"며 웃었다.
 
최근 여자 피겨에는 러시아 선수들을 기점으로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점프 등 남자 선수들의 영역이었던 고난이도 점프 바람이 불고 있다. 러시아 주니어 유망주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안나 셰르바코바 등이 4회전 점프 중에서도 난이도가 매우 높은 쿼드러플 러츠 점프를 이미 실전에서 여러 차례 성공한 것은 세계 피겨에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 

이어 지난달 세계선수권에서는 이들과 같은 코치 밑에서 훈련하고 있는 엘리타베타 투르신바예바(카자흐스탄)이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성공시키며 은메달을 획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키히라도 이런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트리플 악셀 점프를 실전에 과감히 배치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1회전으로 처리하는 등의 실수가 잦았고 이는 올 시즌 시니어로 올라와서도 이어지면서 복불복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차츰 성공률이 높아졌고 이 기세로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선수권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키히라는 두 대회 우승에 대해 "당시 대회를 앞두고 엄청난 결전의 날과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두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면서 "우승을 통해 앞으로 해야 할 목표를 새겨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키히라도 러시아 선수들을 비롯해 강국의 유망주들이 모두 고난이도 점프를 도전해 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일본 여자 피겨의 에이스로 거듭난 그는 점프에서 엄청나게 빠른 회전력을 보여주고 있고, 정확한 에지를 사용하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스케이팅 스킬과 비점프 요소 등 구성점수(PCS)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에서도 고른 기량을 갖고 있다. 3년 후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위해, 그는 다음 시즌에는 4회전 점프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키히라는 "다음 시즌까지 4회전 점프 완성을 하고 싶다"면서 "트리플 악셀에서 우선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고 싶고, 점프도 중요하지만 다른 기술을 더 완벽하게 다듬어 나갔으면 한다"고 목표를 전했다.
 
 러시아 피겨선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러시아 피겨선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박영진

 
메드베데바 "쿼드러플 살코 도전하고파"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는 평창에서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을 꿈을 이루기 위해 베이징에서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 주니어 선수들이 4회전 점프들을 쉽게 해내면서 러시아 피겨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올림픽은 물론 국제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더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 이겨야만 한다. 선배인 예브게니아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메드베데바에게 이 같은 점을 묻자 "그는 경쟁에만 너무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메드베데바는 "어린 선수들이 쿼드러플 러츠를 뛰고 있고, 알리사 리우(미국) 선수도 트리플 악셀을 뛰고 있는데 이는 피겨가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거기에만 매달리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드베데바도 고난이도 점프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다가오는 시즌에는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허락이 된다면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드베데바는 이번 아이스쇼에서 러시아의 'Million Roses' 음악에 맞춰 매혹적이면서도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연기를 은반 위에 수 놓았다. 이 음악은 국내에서 가수 심수봉이 부른 백만송미 장미의 원곡이기도 하다. K팝의 열성 팬인 메드베데바가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무대인 것이다.
 
그는 "한국 아이스쇼를 위해 준비한 것이 맞다. 몇 년 전에 처음 들었던 곡인데 한국에서 이 노래를 사용할 수 있어 좋았다. 옛날 노래와 최신 스케이팅을 함께 접목해 선보인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을 얘기했다.
 
이번 아이스쇼에서 차준환은 아이돌 그룹 빅스(VIXX)의 혁과 함께 콜라보 무대를 선보였다. 그를 옆에서 함께 본 메드베데바도 K팝과 함께하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그는 "만약에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엑소 백현과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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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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