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미들급에서 활약 중인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30·나이지리아)에 대한 팬들의 시선이 뜨겁다. 그는 데뷔 당시부터 주목을 끌더니 거침없는 기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조지아 애틀랜타 스테이트 팜 아레나서 열린 UFC 236 미들급 잠정 타이틀전은 아데산야의 향후 행보에 좀 더 큰 그림을 꿈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아데산야는 잠정타이틀을 놓고 켈빈 가스텔럼(28·미국)과 맞붙었다. 타격을 주무기로 하는 젊은 선수들 간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안팎의 관심이 높았으나 결과는 아데산야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었다.

한창 물이 오른 가스텔럼의 주먹도 아데산야의 기세를 멈추지 못했다. 켈빈 가스텔럼을 꺾고 잠정챔피언에 오른 아데산야의 다음 목표는 현 챔피언 '저승사자(The Reaper)' 로버트 휘태커(29·호주)다. 아직 매치업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여러 가지 명분상 아데산야의 타이틀전 후보 '0순위'임은 확실하다.

아데산야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본스' 존스(31·미국)와도 겨루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아데산야는 현 미들급 최고의 사나이는 물론 상위 체급 역대 최강자까지 모두 표적에 두고 있었다.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 ⓒ UFC

 
'투신' 앤더슨 실바를 잇는 정통 흑인 타격가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아데산야를 보고 있노라면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44·브라질)의 냄새가 난다. 실바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옥타곤에서 16연승을 달리면서 챔피언 타이틀을 10차례나 지켜낸 미들급 레전드다. 전성기 시절의 실바는 전천후 스트라이커 스타일을 앞세워 레슬러, 주짓떼로, 밸런스 파이터 등 상대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때려눕히며 미들급을 넘어 전 체급 최고의 챔피언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팬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투신(鬪神)'으로까지 불렸다. 자신의 체급을 평정한 것도 모자라 한 체급 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출신 포레스트 그리핀(40·미국)을 어린아이 다루듯 일방적으로 농락하는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실바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기대주들이 더러 등장했으나 성적, 기량 등 여러 면에서 모자랐다.

반면 리듬감 넘치는 장신의 흑인 타격가 아데산야는 다방면에서 실바를 연상시키며 새 시대를 기대케 하고 있다. 아데산야의 타격은 큰 궤적으로 힘껏 휘두르는 것 같지는 않으나 흑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성에 다양한 테크닉을 앞세워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실바가 그랬듯 좋은 타이밍에서 정확하고 짧은 정타를 꽂는지라 그 파괴력은 보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다.

입식 무대에서도 맹위를 떨쳤던 아데산야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정석적인 타격도 능하지만 무술영화나 만화에 취미가 많은 인물답게 다양한 변칙 플레이에도 능하다. 상대의 킥을 영화의 한 장면 같이 허리를 젖히며 피해내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브라질리언 킥을 작렬시킨다.

신체 각 부위를 활용한 단타 혹은 콤비네이션 공격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등 래퍼토리가 다양하다. 거기에 테이크다운 디펜스도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어 '이제 막 전성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의 17연승 무패 성적도 놀랍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이 좋아져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싸움꾼 가스텔럼까지 제압, 이제는 정상권에서 경쟁
 
14일 경기에서 충돌했던 가스텔럼은 신장은 작지만 킬러 본능이 돋보이는 싸움꾼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강력한 카운터로 승부를 끝낼 줄 안다. 신체 사이즈에서 유리한 아데산야는 거리를 두고 자신의 공간에서 리듬을 타려 했고 반대로 가스텔럼은 안으로 파고들어 펀치 거리에서 싸우고 싶어 했다.

아데산야는 견제성 킥을 꾸준히 차주며 가스텔럼이 들어오는 순간 카운터를 노렸다. 가스텔럼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타이밍을 잡았다 싶으면 거침없이 파고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몇 번의 돌격모드로 인해 아데산야의 공격횟수가 확 줄어들었을 정도다. 가스텔럼은 상대를 당황시키고 스텝을 꼬이게 하는 위엄을 보였다.

2라운드 들어 아데산야는 사이드로 돌면서 미들킥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거기에 스위치 스탠스를 통해 앞 손까지 부지런히 활용하자 가스텔럼도 이전 라운드처럼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아데산야의 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졌다. 짧고 간결한 한방에 맷집 좋은 가스텔럼도 순간적으로 다운을 허용했다.

이어 그의 다채로운 킥과 펀치에 백스핀 엘보우까지 들어갔다. 그야말로 아데산야의 페이스였다. 안 되겠다 싶은 가스텔럼이 대놓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던 장면이 이를 입증한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가스텔럼의 얼굴에도 난감한 기색이 그려졌다.

3라운드에서도 흐름을 잡아간 쪽은 아데산야였다. 가스텔럼이 펀치를 내려면 파고들어야했지만 아데산야는 어지간한 거리에서는 미들킥과 로우킥을 쉽게 사용했다. 이를 통해 계속해서 가스텔럼의 셋업 타이밍을 끊어먹었다. 3라운드 막판 가스텔럼은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으나 아데산야는 어렵지 않게 빠져나갔다. 장신의 키와 이를 활용한 킥이 주 무기인 아데산야에 비해 단신의 펀처 가스텔럼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4라운드에 접어들자 가스텔럼은 압박의 강도를 끌어 올렸다. 펀치를 휘두르며 파고들다가 테이크다운 시도를 섞어줬다. 아데산야는 유연한 스텝과 상체 움직임으로 가스텔럼의 수많은 헛스윙을 끌어냈다. 케이지에 등을 대고 몰린 상황에서는 손목 컨트롤을 통해 어렵지 않게 상황을 벗어났다. 그런 가운데 가스텔럼에게 기회가 왔다. 4라운드 막판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하이킥을 적중시키며 아데산야를 휘청거리게 했다. 하지만 아데산야의 이후 대처가 좋았던지라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5라운드에서 가스텔럼은 가속페달을 끌어올렸다. 펀치에 킥을 더해 콤비네이션까지 시도했다. 테이크다운 시도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아데산야는 길로틴초크와 트라이앵글초크를 시도하며 클린치, 그라운드 상황에서도 만만치 않음을 과시했다. 점수에서 자신이 밀리고 있음을 느낀 가스텔럼은 4라운드 중반 이후에는 대놓고 공격에만 올인 했는데 이는 아데산야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짧고 예리한 펀치 카운터로 다운을 여러 차례 가져갔다. 맷집이 좋은 가스텔럼이니까 판정까지 버티어냈다고 여겨질 만큼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결국 승부는 만장일치 판정으로 아데산야가 가져갔다.
 
 화력에 한창 물이 오른 싸움꾼 켈빈 가스텔럼(사진)도 아데산야의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력에 한창 물이 오른 싸움꾼 켈빈 가스텔럼(사진)도 아데산야의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UFC 아시아 제공

 
아데산야는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실바를 잡아낸 것을 비롯 가스텔럼같은 위험한 상대와의 맞대결도 승리로 이끌어내며 가파른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창 젊은 선수이니만큼 경기를 치를수록 기량이 늘어가는 모습이다. 지금의 기세라면 휘태커는 물론 상위체급 존스와의 슈퍼파이트까지 욕심낼만하다. 현재를 넘어 향후 행보가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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