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이면 LG팬들이 윌슨과 켈리의 '여권 압수 해 달라'는 요청을 할 것 같다.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LG 팀 역사상 이 정도로 마음 놓고 야구를 볼 수 있게 한 원 투 펀치를 가져본 기억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윌슨은 지난해 9승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 평균자책점 부문 2위로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의 0점대 방어율은 경이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방어율이 오르겠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대만족'이다. 4월 한 달만 놓고 보면 4월 21일 키움전 자책점 2점이 전부다.

켈리도 3월 30일 잠실 롯데 전 한 경기를 빼면 나머지 등판 경기는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4월 한 달만 놓고 본다면 (4월 28일 마감 기준) 평균자책점 1.59로 2점도 주지 않은 것.

LG는 헨리 소사, 데이비드 허프 등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인 외국인 투수를 보유한 적도 있었다. 이 두 선수도 충분히 좋은 투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2019년 지금의 원-투 펀치는 그 둘에 대한 기억을 지우도록 해 주고 있다. 이 둘의 투구가 얼마나 좋길래 LG 팬들로부터 '여권 압수'를 고려하게 만들까.

소사와 허프의 빛과 그림자
 
소사의 LG 통산 기록 소사의 4시즌 간 통산 기록

▲ 소사의 LG 통산 기록 소사의 4시즌 간 통산 기록 ⓒ 장정환


우선 소사를 살펴보자. 소사가 LG에서 활약한 기간은 2015~2018시즌까지 4년. 무엇보다 소화 이닝이 압도적이다. 2015년 2016년은 200이닝 가까이 소화했고 17, 18시즌도 많이 소화 해 주었다. 소사는 대포알 같은 직구를 기반으로 잘 던지는 변화구 하나만 섞는 2피치 스타일의 투수였다. 실제 소사의 지난 기록을 보면 한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직구와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특이사항이라면 2018 시즌은 슬라이더보다 스플린터의 구사가 많다는 것 정도.
 
소사의 땅볼 유도 능력 LG 시절의 소사의 땅볼 유도 능력

▲ 소사의 땅볼 유도 능력 LG 시절의 소사의 땅볼 유도 능력 ⓒ 장정환


그렇지만 단점이 두 가지 있었다. 우선 홈과 원정간 성적 차이가 다소 심했다. 소사는 홈에서의 통산 평균자책점이 3.54 원정에서의 평균자책점은 5.22. 이것은 드넓은 잠실에서의 투구는 본인, 팀이나 부담이 적지만 구장이 조금만 좁아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제 소사는 수원구장에서 성적이 부진해 (통산 평균자책점 9.92) 로테이션을 걸러 주어야 했었다. 또 하나의 단점은 땅볼과 뜬공 비율. 표에서 보다시피 소사가 땅볼로 상대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플라이성 타구가 나올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는 방증이다. 2015 시즌 한 해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즌은 뜬공이 더 많았다. 구단 입장에서는 1선발급의 위력을 떨치기에는 그는 다소 부족했던 투수였다.
 
허프의 LG 통산 기록 허프의 LG 통산 기록

▲ 허프의 LG 통산 기록 허프의 LG 통산 기록 ⓒ 장정환

 
허프는 2016 시즌 대체 선수로 들어와 LG의 가을 야구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특히 2016 시즌 LG가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수세에 몰렸을 때 자청해 등판하겠다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허프 역시 소사와 비슷한 유형의 투수였고 직구의 비율이 거의 50%를 육박했다. 16 시즌에 다소 이것저것 '섞어서' 던졌다면 17 시즌은 커브, 스플린터는 봉합해 버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 올인했다.

 
허프의 땅볼 유도 능력 LG 시절 허프의 땅볼 유도 능력

▲ 허프의 땅볼 유도 능력 LG 시절 허프의 땅볼 유도 능력 ⓒ 장정환

 
다만 허프는 내구성이 문제였다. 2017 시즌 부상 때문에 5월이 되어서야 1군에 모습을 보였고 그나마 활약을 하나 싶었는데 7월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쓰러졌다. 이 두 차례의 부상 때문에 재계약을 하기에는 뭔가 껄끄러웠던 것. 결국 내구성에 의문을 품은 LG는 당시 재계약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고 아쉽게도 허프는 일본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이적하였다.
 
윌슨과 켈리의 순조로운 KBO 항해
 
윌슨의 기록 LG 윌슨의 기록. 4월 28일 마감 기준

▲ 윌슨의 기록 LG 윌슨의 기록. 4월 28일 마감 기준 ⓒ 장정환


이번에는 윌슨을 살펴보자. 윌슨의 평균 구속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구속이 전년도보다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직구, 커브, 싱커의 평균 구속이 2km정도 떨어졌다. 그리고 직구, 슬라이더, 싱커 이 세가지로 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런데 올 해는 볼 배합이 크게 달라졌다. 우선 직구는 10%를 넘지 않고 커브와 싱커 그리고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확연하게 올랐다. 이 두 가지 변화구의 특징은 스트라이크 존 우측과 좌측 하단으로 휘어져 나가는 볼이다. 그 결과 경기당 평균 투구수는 줄이면서 동시에 6~7이닝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는 것. 실제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평균 투구수가 10개 정도 줄었으나 소화하는 이닝 숫자는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켈리의 기록 LG트윈스 켈리의 기록. 4월 28일 마감 기준

▲ 켈리의 기록 LG트윈스 켈리의 기록. 4월 28일 마감 기준 ⓒ 장정환

 
켈리 역시 윌슨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다. 차이가 있다면 윌슨과 달리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구사율이 모두 10%대이고 싱커는 42.5%다. 윌슨과 비슷하나 싱커를 제외하고 구사할 수 있는 볼을 모두 다 비슷한 비율로 섞어서 던지기 때문에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실제 4월 28일 삼성과의 경기가 좋은 예다. 27일 윌슨 뒤에 나왔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불리할 수 있지만 7회까지 별 일 없었다는 듯 이닝을 소화하고 내려갔다. 좀 더 바란다면 1선발 윌슨, 2선발 차우찬, 3선발 켈리를 배치 해 '우-좌-우'의 형태로 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성적은 충분히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이 두 투수들의 활약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싱커(투심)이다(주: 변화 궤적이 싱커와 투심 패스트볼과 비슷하기 때문에 기록을 싱커로 집계 할 수 있음). 우선 싱커(투심)와 직구와의 평균 구속이 2km차에 불과하다. 직구를 타자들이 기다렸다가 좌타자의 바깥쪽 또는 우타자의 무릎 쪽으로 파고드는 직구와 비슷한 구속의 변화구가 들어온다면 힘 없는 땅볼을 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땅볼 유도는 모두 리그 BEST 10 안에 들어가며 땅볼과 플라이볼의 비율 역시 좋다. 결국 소사와 허프에 비해 장타 허용도 적고 건강하기 때문에 '계산이 서는 투수'들인 것이다.
 
지금과 같은 내야 수비 유지가 변수
 
땅볼 유도 TOP10 땅볼유도 TOP 10. 4월 28일 마감 기준

▲ 땅볼 유도 TOP10 땅볼유도 TOP 10. 4월 28일 마감 기준 ⓒ 장정환


물론 두 투수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가는데 반드시 받쳐줘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내야 수비다. 특히 이런 싱커 또는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들은 내야 수비가 받쳐주지 못하면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소사, 허프처럼 힘으로 '찍어 누르는' 스타일의 투수들은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에 크게 맞거나 아니면 그 날 조용하게 넘어간다.

반대로 윌슨과 켈리는 다소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다. 야수들이 경기에서 도와주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땅볼로 평범한 타구를 양산해도 경기 운영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LG의 내야는 작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하지만 시즌 초반과 달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라면 야수들도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비 집중력도 떨어질 것이다. 그 때 다가온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이 두 투수 뿐 아니라 올 시즌 LG의 성적까지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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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트윈스 #윌슨과켈리 #투심과싱커 #여권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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