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경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누가 죄인인가 _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피해와 불이익을 고발합니다' 중 한 장면.

2019년 2월경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누가 죄인인가 _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피해와 불이익을 고발합니다' 중 한 장면. ⓒ 유튜브 갈무리

 
최근 한 편의 동영상이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바로 지난 2월 17일 '영화전공 8기'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누가 죄인인가 _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이하 서공예) 학생들의 피해와 불이익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노란 색 교복을 입은 학생 여러 명은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가 재판을 받는 과정을 패러디했다. 해당 영상에는 학생들이 직접 출연해 "누가 죄인인가"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원작 뮤지컬에서 안중근이 제국주의 일본의 과오를 지적했듯, 학생들은 학교의 잘못을 노래로 지적했다.
 
학생들이 영상에서 고발한 학교 측의 문제들은 ▲ (학생들을) 강제적으로 외부공연에 참여시킴 ▲ 공연장에서 섹시함과 스킨십을 요구함 ▲ 학교의 시설을 불법으로 개조함 ▲ 공연 거부 시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함 등이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해당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해당 영상은 5월 1일 현재까지 유튜브에서 479만 4천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MBC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아래 서공예)의 비리를 폭로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영상 업로드 후 나흘 후인 2월 21일 '교육청 시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교장을 직무정지 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2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원에 서명했다. 
 
이미 서공예에 관해 제기된 문제들이 많아 보이는 상황. 이미 여러 언론들을 통해 밝혀진 부분도 많지만, 과연 그 이후에 해결은 됐을까? 또한 문제를 고발한 이후 학생들에 대한 보복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는 외부인은 좀처럼 알기 힘들다.

MBC < PD수첩 > 제작진은 지난 4월 30일 방영된 '누가 죄인인가? - 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편을 통해 본격적으로 서공예 비리 의혹에 관해 파헤쳤다.

학생들 폭로 그 너머... 현실은 더 열악했다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MBC

 
< PD수첩 >이 파헤치는 사건이 자주 그렇듯, 이번에도 취재 중단을 요구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제작진에게 걸려왔다고 한다. 어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연락해 "방송이 할 일이 더럽게 없냐"라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도대체 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사건 이전부터 서공예의 '노란 교복'은 그 자체로도 유명하다.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서공예를 졸업했고,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많이 배출된 인기 학과의 경우 경쟁률이 100대1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예체능 계열의 학교가 대부분 그러하지만, "중학교 3년을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는 재학생의 말에서는 간절함이 느껴질 정도다.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MBC

 
이날 방송 내용 중 가장 압권은 학생들이 한 보험회사 사내 행사에 불려갔다는 사실이었다. 술에 취한 직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당시에 상황에 대해 한 학생은 "마을 회관에서 잔치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왜 보험회사 행사에 학생들이 불려갔을까? 방송에 따르면 서공예의 교장이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의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해당 보험사가 학교 단체들과 MOU를 맺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습을 이유로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기업 행사 현장에 가서 춤춰야 했던 것이다.

방송에선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사회를 경악시킨 군부대 공연 또한 언급됐다. 한 학생은 군부대 공연 당시 교장이 '간식을 나눠주면서 군인들을 안아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묻자 교장과 학생 간의 간담회에서 교장은 "(내가 그런 말을 한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교장은 오히려 이런 공연은 모두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학부모의 말마따나, 만약 교장과 학교 측이 외부 공연 과정에서 학생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다면 "무대를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좋은 최상의 무대를 제공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것과 다름없다.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MBC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MBC


서공예 학생들이 해외공연에 동원되었다는 얘기 또한 직접 들어보면 충격적이다.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난 해외공연에서 학생들은 정작 관객이라고 할 사람이 얼마 없는 조그마한 한인 교회에서 아이돌 춤을 추었다고 한다. 더 황당한 건 학생들이 자비를 들여 해당 공연에 참여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당사자인 학생들은 이에 분노했다. 이상한 것은 또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돈을 들여 해외공연에 참여했는데, 동행한 사람 중 교장의 아내인 행정실장과 교장의 여행비는 학교 경비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이 해명을 요구하자 교장은 "(행정실장은) 엄마의 역할을 하러 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대답했다. 제작진은 해외 공연 관련해서 학교 관계자가 올린 글 또한 소개했다. 이 글에는 경비를 모두 행정실장 개인 계좌로 보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공식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경비를 입금하라는 부분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학생들 실습실은 먼지투성이, 그런데 교장 일가는 게스트하우스까지?

지난 4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직접 서공예로 실사를 나간 바 있다(당시 < PD수첩 > 제작진이 동행했다). 실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이야기했다. 당초 몸이 아픈 학생들도 학교 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었다는 것. 학교의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서야 학생들도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소수의 행정팀 직원만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육위원회가 찾아가 살펴본 학교 환경은 좋지 않았다. 실습실은 좁고 냄새가 났으며 장마 때는 물이 샐 정도였다. 실습 도구는 턱 없이 부족했다. 지난 장마철에는 실습 도구들이 물에 젖어 다 버려야 했다고 한다. 행정실에서 허락해주지 않으면 학생들은 여름에 에어컨도 마음껏 틀 수 없다. 제작진과 인터뷰를 한 학부모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학교를 작년에 빼고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교직원은 "학생 120명이 연습실 7개를 나눠서 써야한다. 학생들이 '저 그 연습실 들어갔다 나오면 폐병 걸려 죽을 거 같아요'라고 한다"면서 "벌집처럼 생긴 방 7개 안에 공기청정기 하나 제대로 놓인 곳이 없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서공예의 열악한 인프라는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 괴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학교엔 남자 교사가 수십 명 있지만 교직원용 남자 화장실은 달랑 한 개였다고 한다. 

그런데, 더 황당한 장면은 다음에 펼쳐졌다. 학교측이 실사를 나온 교육위 위원들에게 보여주기를 거부하다가 결국 공개한 장소가 있었는데, 바로 행정실장이 혼자 쓰는 방이었다. 이 방은 학생들의 실습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그 외에도 업무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교장 일가를 위한 공간들이 교육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학교 옥상에서 발견된 게스트하우스는 더 충격이다. 그 옆에는 널찍한 옥상 정원도 마련돼 있었다. 이 정원은 구청 지원금 5천만 원에 학교 예산 5천만 원을 투입해 만들었다고 한다. 교육위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송에 나온 한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옥상 정원은 교장 일가가 생일 파티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쓰였다고 한다. 

교육청이 내놓은 감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2019학년도 학교회계 세입 예산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복지 실태는 열악했음에도 잉여금이 11억 원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또 이날 방송에 의하면, 교장 일가는 이사회의 정관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기도 했다. 일반직원의 정년은 공무원법을 따르되 행정실장의 경우 의사회의 의결을 거쳐 연장할 수 있게 정관을 고친 것이 대표적이다.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PD수첩 > '누가 죄인인가?-아이돌 사관학교에서는 무슨 일이?'편 중 한 장면 ⓒ MBC

 
서공예는 학교 예산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한다. 특목고이기 때문에 일반고에 비해 등록금이 3배 비싸다. 그런데 방송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교장과 행정실장 둘이서 면접비 등 특별수당으로 챙긴 비용이 4천만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이후 교육청은 '교장 파면', '행정실장 해임'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현행법상 사립학교는 교직원 인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재단 이사회에 있다. 현 이사장은 교육청의 감사 결과에 대해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일축했다. 

이렇듯 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부조리함을 뼈저리게 느끼는데,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학교 운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 PD수첩 > 방영 이후 학교는 좀 더 학생들을 위한 장소로 변할 수 있을까. 부디 전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길 바란다. 이제 학생들이 더 이상 거리로 나서지 않고 공연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PD수첩 서공예 누가_죄인인가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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