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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키티카(Hokitika)의 대표적인 관광지 호키티카 계곡
 호키티카(Hokitika)의 대표적인 관광지 호키티카 계곡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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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안내 책자를 보니 호키티카(Hokitika)에는 예상외로 볼거리가 많다. 오늘은 관광책자 첫 페이지에 소개된 호키티카 계곡(Hokitika Gorge)을 가보기로 했다. 시골길을 따라 상쾌한 아침 풍경을 즐기며 운전한다. 한가한 시골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여행 온 보람이 있다.

호키티카 계곡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이미 많은 자동차로 붐빈다. 이름 있는 관광지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완만하게 경사진 산책로를 걸어 계곡으로 들어간다.

처음 만난 전망대에 올라 주위를 살핀다. 발 아래 청록색을 띤 강물이 서서히 흐르고 있다. 강물 위로 협곡을 잇는 출렁다리가 특이한 물 색깔과 어울려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문 사진사로 보이는 사람은 카메라 장비를 담은 배낭을 펼쳐놓고 렌즈를 바꾸어 가며 사진을 찍고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특이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이 많다.

출렁다리에 도착했다. 10명 이상이 동시에 다리에 들어서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조심스럽게 출렁다리에 들어선다. 청록색을 띤 특이한 강물이 발 아래 흐르고 있다. 앞을 보면 큰 키를 자랑하는 상록수가 빽빽이 들어선 산들이 깊은 계곡을 만들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칠 때마다 출렁거리는 다리 위에서 주위 풍경에 넋을 빼앗기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산책로 끝자락에 있는 계곡에 도착했다. 바위가 많다. 그런데 바위 색깔도 특이하다. 회색을 띠고 있다. 바위에 앉아 주위를 즐기는 사람 그리고 강물에 손을 담그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잠시 관광객과 하나가 되어 낯선 풍경을 즐긴다.
  
호키티카(Hokitika) 계곡의 출렁다리가 멀리 보인다.
 호키티카(Hokitika) 계곡의 출렁다리가 멀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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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풍경이 좋아도 하염없이 앉아 있을 수 없다. 왔던 산책로를 따라 되돌아간다. 같은 길이지만 풍경이 올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오면서 지나쳤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느 시인이 올라가며 못 본 꽃을 내려가면서 보았다던 말이 가까이 다가온다.

붐비는 주차장을 떠나 다시 한가한 시골 도로를 달린다. 야영장이 있다는 푯말이 있다. 들어가 본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야영장이다. 입구에는 시설 사용에 대한 안내와 함께 빈 봉투가 비치되어 있다. 근무하는 직원은 없고 야영객이 사용료를 봉투에 넣어 자물쇠가 있는 통에 넣게 되어 있다.

화장실과 간단한 부엌 시설 그리고 묵직한 통나무로 만든 식탁이 캠핑객을 맞이하고 있다. 넓은 잔디밭에는 캠핑카와 캐러밴이 한가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젊은 남녀가 캠핑카에서 늦은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커다란 캐러밴을 가지고 온 나이든 부부는 야외 의자를 펼쳐놓고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외떨어진 야영장에서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함께 지내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성 호텔이 아닌 수백만 개의 별을 지붕삼아 지내는 경험은 남다를 것이다.
  
야영장에서 한가하게 소일하는 관광객,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야영장에서 한가하게 소일하는 관광객,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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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을 끼고 있는 호수에 가본다. 지금까지 보았던 뉴질랜드의 호수는 모두 아름답다. 호수의 규모가 크고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풍광이 좋기 때문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작품이 되는 호수 풍경이다.

잠시 주위를 즐기고 있는데 근처에 있던 젊은 여자가 겉옷을 벗고 수영복 차림으로 차가운 물에 주저하지 않고 들어간다. 그리고 능숙한 몸놀림으로 호수 멀리 수영하며 나간다. 어려서부터 물과 친숙하게 지낸 뉴질랜드 사람이다.

호수를 떠나 다른 관광지를 찾아 운전한다. 좁은 언덕을 돌아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다. 멀리 강이 흐르고 있다. 작은 마을도 보인다. 리뮤(Rimu)라는 곳이다. 안내판에는 1882년 5월 2일 이곳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고 적혀있다. 따라서 금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이 모여 큰 동네를 형성했던 곳이라고 한다. 금광 산업이 끝났지만, 마을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2차 대전에 참전해 전사한 군인 이름이 새겨진 작은 기념탑이다. 이러한 오지에서도 전쟁에 참가해 40여 명이 전사했다. 그들을 잊지 않고 기념탑을 세워 추모하는 것이다.

호주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 호주를 여행하면서 지나친 작은 마을에서 기념탑을 본 기억이 있다. 기념탑에는 전사한 동네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현충일(ANZAC)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꽃다발도 놓여 있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군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뮤(Rimu)의 모습.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뮤(Rimu)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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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키티카에 지내는 마지막 날이다. 저녁은 동네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동네 한복판에 주차하고 식당이 줄지어 있는 거리를 걷는다. 여행객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피자집과 같은 간이식당이 많다. 우리는 식당과 술집이 함께 있는 제법 큰 식당을 찾아 들어섰다.

식당은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앉을 곳이 없다. 맥주 한 잔 마시며 자리가 나기를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자리가 나왔다며 안내한다. 메뉴를 본다. 소와 양이 많기로 유명한 뉴질랜드다. 메뉴판에 있는 스테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뉴질랜드 요리사가 내놓을 스테이크를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문득 여행 중에 보았던 넓은 들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던 수많은 소가 생각난다. 소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머리에서는 채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입에서는 육식을 원한다.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 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질랜드, #남섬, #HOKIT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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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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