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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여행 준비(http://omn.kr/1j07k)

[간사이 국제공항 → 오사카성]

공항에 도착해서 간단히 식사를 해야 했다. 한국에서의 아침은 여섯 시도 되기 전에 먹었고, 일본에서의 제대로 된 첫 식사가 3시 반에 예약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애매하니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먹고 첫 여행지인 오사카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우동과 규동을 먹었다. 일본의 서민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불고기 덮밥 같은 규동을 맛 보여 드리고 싶었지만, 국물을 원하는 분들이 많아 대부분 우동을 선택했다. 나는 오랜만에 규동 맛을 봤다. 추억의 맛.
 
일본에서의 첫 식사
▲ 규동 일본에서의 첫 식사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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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일본 철도) 서일본에서 판매하는 충전식 교통 카드인 ICOCA 카드를 구입했다. (이코카는 "갈까?"라는 뜻의 일본어 발음이다.) 3일간 여행하는 동안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야 하는데, 매번 표를 구매하고 모자란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1일권 등의 할인권도 있지만, 그 정도로 혜택을 봐야 할 만큼 많이 탈 계획은 아니니 교통비만큼은 지불의 편안함을 택했다. 그리고 교통 카드는 다음 여행에서도 충전하면 쓸 수 있으니 기념품으로 가져도 된다.

 
JR 서일본에서 판매한다.
▲ 충전식 교통 카드인 ICOCA 카드 JR 서일본에서 판매한다.
ⓒ JR 서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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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덴노지(天王寺)역까지 JR 간사이 공항선의 특급 열차인 하루카(はるか)로 이동했다. 하루카는 교통카드로는 탈 수 없고, 별도의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서울역에서 KTX, 새마을호를 탈 때와 같다. 덴노지역에서 오사카칸조선(大阪環状線)으로 환승해서 오사카조코엔(大阪城公園, 오사카성 공원)역에서 내렸다. 소요시간 46분, 교통비 2,360엔.

[오사카성]

일주일 전부터 일기 예보를 봤지만, 우리가 도착하는 일요일의 비 소식은 변동이 없었다. 다행히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운치 있고 좋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산을 받쳐 들고 산책을 시작해 본다. 멀리 보이던 성의 상징, 천수각(天守閣)이 점점 가까워진다. 4월 중순이라 벚꽃이 졌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곳곳에 피어 있는 벚꽃에 안심했다. 종류에 따라 꽃이 지고 있는 나무, 만개한 나무가 있었다. '어른들이 꽃을 이렇게 좋아하시는구나.' 걷다가 수시로 멈춰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꽃 사진, 단체 사진. 배경으로는 오사카성.
 
해자 건너 오사카성의 천수각이 보인다.
▲ 오사카성 해자 건너 오사카성의 천수각이 보인다.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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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가지고자 지었다는 오사카성은 그 후로 소실되고 다시 지어지기를 반복했다.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건물인 만큼 천수각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오르막길과 계단이 이어진다. 천수각의 실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관련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맛있는 점심이 예약되어 있어 시간 상 관람은 생략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오사카성의 천수각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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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 게 요리 전문점 카니도라쿠 본점]

오사카의 번화가인 도톤보리에 도착했을 때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상점이 즐비해 있는 아케이드를 걸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여유 있게 구경할 수 있는 상황은커녕, 사람들 덩어리의 일부가 되어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답답한 인파가 끝나는 지점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쁜 곳이 나타난다. 에비스바시(다리)다. 도톤보리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에비스바시 가까이에 있는 글리코 사인이다.

제과 회사의 옥외 광고로, 예전 이 회사의 마라톤 선수가 도톤보리에 골인했던 장면이 그려져 있다. 주변의 여러 네온사인과 함께 오사카 방문의 인증숏 촬영 지점이 되어 있다.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한다. 아니, 할 수 있다면 더 해야 된다. 인증숏을 남겨 본다.

 
오사카 여행의 인증숏 촬영지
▲ 도톤보리의 글리코 사인 오사카 여행의 인증숏 촬영지
ⓒ Google 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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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스바시를 건너면 대게 요리 전문점인 카니도라쿠가 있다. 식도락이 아닌 "게"도락이라는 뜻이며, 게를 재료로 한 갖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홈페이지(https://douraku.co.jp/)에서 각 지점의 예약 상황을 조회할 수 있어 비어 있는 시간에 예약이 가능하다. 한국어 번역 사이트도 제공한다.

한국에서 예약을 했는데, 인기 있는 가게인 만큼 빈틈이 별로 없다. 첫날 오후 세시 반에 도톤보리 본점의 방을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식사 시간이 애매해졌지만 이번에 먹지 않으면 언제 먹을지 모를 음식을 두고 스케줄을 논할 바가 아니었다.
 
큰 게가 상징이다.
▲ 카니도라쿠 도톤보리 본점 큰 게가 상징이다.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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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도라쿠에 도착하니 3시 20분이다. 구글맵의 경로 탐색으로 짠 일정이 현지에서 칼 같이 실현되었다. 방은 도톤보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예약 참 잘했다는 말씀들을 들으니 일단 마음이 놓인다. 음식은 예약할 때부터 주문해 두었고, 여섯 가지 요리로 구성된 4,195엔 런치 코스였다.
 
도톤보리 강이 보인다.
▲ 방에서 내려다본 풍경 도톤보리 강이 보인다.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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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로 만든 갖가지 요리로 구성된 메뉴
▲ 카니도라쿠의 코스 요리 게로 만든 갖가지 요리로 구성된 메뉴
ⓒ 카니도라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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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게, 게 회, 게 계란찜, 게 그라탱, 구운 게, 게 가마솥밥, 그리고 후식으로 말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음식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아기자기한 모양에 감탄하고, 한 입 먹을 때마다 처음 먹어보는 맛에 감탄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따뜻한 니혼슈(정종)를 한 잔 씩 시켰다. 비를 맞고 와서 따뜻한 술 한 잔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이 집에서 맛보아야 하는 게술(카니자케, 800엔/잔)을 마셔 봐야 했다. 구운 게 껍데기를 넣어 향을 음미하면서 마신다. 어른들은 게 껍데기 맛도 보시면서, 씹을수록 취한다 하신다. 

여담으로, 따뜻한 술이 들어가니 출국할 때부터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륵 풀어졌다. 그 바람에 미소시루(된장국)를 바지에 엎어서 잠옷으로 가져간 운동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바지를 빨리 세탁해 줘야 한다며 어른들의 마음이 매우 조급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에는 뽀송뽀송하게 마른 바지를 입고 기분 좋게 여행할 수 있었다.
 
구운 게로 향을 낸다.
▲ 카니도라쿠의 게술(카니자케) 구운 게로 향을 낸다.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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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의 제대로 된 첫 식사는 꼭 이곳에서 하고 싶었다. 생각했던 대로 제대로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여행의 첫날은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행복하게 채워졌다.
 
갖가지 게 요리를 맛본다.
▲ 아기자기한 게 요리를 맛보는 즐거움 갖가지 게 요리를 맛본다.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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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도톤보리 → 교토 숙소]

도톤보리 근처의 난바역에서 교토역까지는 전철로 45분 정도 이동했다. 교토는 버스 노선이 잘 갖추어져 있어 구석구석까지 닿는다. 숙소 가까이까지 가는 교통편도 버스였다.

하지만, 첫날 저녁에 익숙하지 않은 교통편에 도전하는데 부담이 있었고 비도 계속 오니 전철로만 이동하기로 했다. 교토역에서 엔마치역까지 10분 정도가 걸렸다. 집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피곤감이 몰려온다. 그런 몸을 이끌고 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비 오는 어두운 저녁의 초행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15분 정도를 걸어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교토의 평범한 골목 안의 작은 2층 집.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 3일 동안 묵은 2층 집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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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보관함에 현관 열쇠가 들어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보관함이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는 어른들 생각에 마음은 급하고 여기저기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 허둥지둥하고 있는 와중에 외숙모가 문 바로 옆에 매달려 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외숙모는 여행 내내 길을 봐주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주었는데, 난생처음 가이드가 되어 본 나에게 더 깜짝 선물이었다.

좁은 현관에 들어서서 문을 열어보니 사진으로 보았던 다다미 거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드디어 왔다. 3일 동안 묵을 우리 집. 우리 마음대로 먹고 자고 마시고 씻을 수 있는 진짜 우리 일본 집이다.
 
“우리” 일본집 거실에서 고단한 몸은 휴식을 취한다.
▲ 숙소의 거실 “우리” 일본집 거실에서 고단한 몸은 휴식을 취한다.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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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의 만찬, 그리고 아침 식사]

카니도라쿠에서 식사를 마친 시간이 저녁 식사 시간이었으니, 뭔가 더 먹어야 한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로 빌리는 숙소는 당연히 조식 제공이 안되니, 아침 식사 준비도 해야 된다. 요리를 해서 먹으려면 여행할 시간이 줄어드니 도시락을 사 두었다가 먹기로 했다. 도시락 천국에 왔으니 당연히 맛보아야 할 일이기도 했다. 점심, 저녁에는 바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니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아침밖에 없다.

엔마치역에서 숙소로 오는 대로변에 마트가 있어 기억해 두었다. 어머니, 작은 이모와 함께 셋이서 집을 나서본다. 아까는 집을 찾으며 정신없이 걸어오느라 보지 못했던 골목이 눈에 들어온다. 돌아오는 길도 기억해야 하니 더 자세히 보게 된다. 게시판과 전봇대가 있는 모퉁이에서 꺾으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기억을 공유한다.

한참 멀었던 것 같은 마트가 금방이다. 모르는 길은 끝이 안 보이고 아는 길은 모르는 사이에 도착한다. 어머니와 작은 이모에게는 일본의 마트도 좋은 구경거리다. 이웃 나라이지만 먹는 것이 다르니 마트에서 파는 것도 다르다. 알뜰하고 깔끔하게 포장해서 진열되어 있는 것에 감탄을 한다.
 
마트 쇼핑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
▲ 교토의 마트 마트 쇼핑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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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식구가 이것저것 맛볼 수 있도록, 갖가지 반찬이 있는 도시락, 유부초밥, 일본식 김밥 도시락을 골랐다. 그리고, 여행 첫날밤의 한 잔에 곁들일 안주 거리로 회와 건어물 구이를 준비했다.

게시판과 전봇대를 끼고돌아 집에 도착하니 식구들이 반긴다.

"우리 이제 길 다 알아."

어머니와 이모는 낯선 이국의 동네에 익숙해지는 즐거움을 느낀 얼굴이었다. 호텔에 묵었으면, 레스토랑에서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오는 길을 기억했을까? 두 분의 상기된 표정에 제일 기분이 좋은 것은 내가 아니었을까... 도시락은 냉장고에 넣으면 밥이 딱딱해지니 집의 북쪽 창문 아래에 진열해 두었다.
 
서늘한 곳에 보관 중인 내일 아침 식사
▲ 아침용 도시락 서늘한 곳에 보관 중인 내일 아침 식사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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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 만찬의 술은 외숙모의 캐리어에서 나왔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소주 여섯 병. 여행 첫날의 긴장을 녹여주기에는 늘 먹던 술이 최고다. 캐리어에서는 참치, 김치, 골뱅이 캔도 나왔다. 여행지의 숙소에서 조촐하게 한 잔 하기에 딱인 안주다.

한 잔 두 잔 기울이다 보니 옛이야기가 하나 둘 이어진다.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웃다가. 칭찬도 하고 욕도 하고 우리 이야기하다가 남 이야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끊어질 기세가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술도 떨어지고, 내일을 생각하며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다. 남은 이틀의 여정도 건강하게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잠은 충분히 자 두어야 한다.

2층 다다미 방에 이불 다섯 채를 깔고, 1층에 두 채를 깔았다. 금세 잠드는 소리, 잠 못 들어 뒤척이는 소리가 방을 점점 채운다. 1층에서 아버지와 이모부가 나누는 이야기 소리에, 잠 못 들던 큰 이모가 내려가서 이야기를 보탠다. 못다한 이야기도 한참을 나누고는 모두 잠에 든다. 바다 건너 섬나라에서의 첫날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2층 침실에 준비되어 있던 침구
▲ 숙소의 침실 2층 침실에 준비되어 있던 침구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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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만져본다. 적당히 시원하게 보존되고 있다. 백반, 생선 구이, 튀김 같은 반찬은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하고, 나머지 초밥류는 시원하게 먹는다. 도시락을 가운데 모아 놓고 각자 접시에 덜어 먹으니 조식 뷔페가 다르지 않다. 아침부터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기대했던 도시락 조식은 대성공.
 
조식은 도시락 뷔페
▲ 아침 식사 조식은 도시락 뷔페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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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 여행 2일 차의 긴카쿠지(은각사), 철학의 길, 아라시야마

태그:#교토, #카니도라쿠, #에어비앤비, #도톤보리,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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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을 개발하는 직장인 ●작가, 시민 기자, 기업 웹진 필진 ●음악 프로듀서 ●국비 유학으로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공학박사 ●동경대학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쿄대 스토리"의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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