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늦은 밤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 다른 모든 배심원들은 결정을 마쳤지만 단 한 명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 분)만은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증거 자료를 하나하나 다시 훑어보고 무엇이 진실인지 고민한다. 딱 한 사람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하고 법원에 발이 묶인 나머지 7명의 배심원들은 "정 모르겠으면 그냥 대세에 따르라"고 독촉한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배심원들>은 지난 2008년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올해로 시행 11주년을 맞은 국민참여재판의 의미를 다시금 전한다. 지난 2008년 첫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법조인 아닌 일반 시민이 형사사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고 적절한 형량을 정해 재판부에 건의하는 제도다.

첫 국민참여재판... 평범한 8명의 사람들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줄거리는 지난 10년간 의미 있는 재판 여러 개를 합쳐 재구성한 '픽션'이다. 홍승완 감독은 스토리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540여 건의 판결문을 참고하고 여러 현직 판사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과 재판 과정을 세세하게 취재했다고 한다.

나이도, 직업도, 성격도 제각각인 8명의 배심원들은 증거, 증언, 자백이 모두 확실해 양형 결정만 남아있던 존속살해 사건을 맡게 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갑자기 혐의를 부인하면서 유·무죄를 다투는 판결로 바뀌게 되고 재판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얼떨결에 첫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으로 선정된 8명의 보통 사람들은 '좌충우돌' 하면서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판단 앞에서 배심원들은 진지하게 고민한다. "처음이니까 잘하고 싶어서 그래요"라는 대사처럼,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이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여성 판사 김준겸 역을 맡은 문소리의 존재감도 도드라진다.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맡게 된 재판장 김준겸(문소리 분)은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고 18년간 내리 형사부를 전담했을 만큼 강단 있는 판사다. 그는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와중에도 절대 재판을 포기하지 않는다. 주체적이고 강단 있는 판사 캐릭터는 여성이기에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사법농단'을 향한 날카로운 메시지?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심원들'이다. 그렇기에 김준겸을 비롯한 재판부는 다소 무능해 보이기도 한다. 법원장(권해효 분)과 사법부의 윗사람들은 재판 결과보다 그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김준겸과 배석 판사들은 고심하고 토론하는 배심원들을 어딘지 모르게 한심하게 보는 듯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사법농단'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 이 영화는 보편과 상식이 정답이라는 당연한 메시지를 부패한 사법부 인물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재판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8년 1월 시범 도입됐지만 이후 10년간 시행률은 1%대에 그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총 2267건, 전체 재판의 1.5%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아직 제도가 우리 곁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의미다.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 CGV아트하우스

 
이 영화가 지금 우리를 찾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11년 전 떠들썩 하게 시작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해진 시점에 <배심원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면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한다. 때로는 법조문과 양형 기준 만을 따지는 전문가보다 보편과 상식이 있는 우리의 판단이 더 옳을 수도 있다. 이 영화처럼 말이다. 

15일 개봉.

한 줄 평: 우리에게 '국민참여재판'이 꼭 필요한 이유
별점: ★★★★(4/5)

 
영화 <배심원들> 관련 정보
연출: 홍승완
출연: 문소리, 박형식,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향
제작: 반짝반짝영화사
배급: CGV아트하우스
러닝타임 : 114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9년 5월 15일
배심원들 문소리 박형식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