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7시 포레스트 아레나(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경기 모습.

8일 오후 7시 포레스트 아레나(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포레스트 아레나가 관중들이 만든 파도로 넘실거렸다. 초록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이 완벽한 경기력으로 홈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었다는 뜻이었다. 같은 날 새벽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리버풀 FC가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안필드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대구 FC도 똑같은 4-0 점수판을 완성시켰다. 관중들이 벌떡 일나서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신나는 게임이 된 것이다.

안드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한국)가 8일 오후 7시 포레스트 아레나(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홈 게임에서 4-0 완승을 거두고 16강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여놓았다.

세징야 없이 에이스는 '김대원'

홈 팀 대구 FC의 공격 활로를 여는 세징야는 아직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서 관중석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래도 최근 물오른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는 대구 FC의 아이돌 정승원과 대구 FC의 특산품 역습의 중심 김대원이 있기에 큰 걱정은 아니었다. 

수요일이자 어버이날 저녁이었지만 역시 포레스트 아레나 관중석에는 8355명 많은 관중들이 찾아와 주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대구 FC 선수들은 게임 내내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를 맘껏 자랑했다. 

게임 시작 후 8분 만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김대원이 재치있는 몸놀림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멜버른 빅토리 수비형 미드필더 조슈아 호프가 빠른 김대원을 인지하지 못하고 섣불리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쓰러진 것이다. 

이 중요한 득점 기회에서 간판 골잡이 에드가의 오른발 킥은 힘이 넘쳤다. 11미터 페널티킥을 가운데로 차 넣는다는 것은 그만큼 킥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비교적 이른 시간에 물꼬를 튼 대구 FC의 공격은 후반전에 더욱 빛났다. 

52분에는 키다리 수비수 정태욱이 코너킥 세트 피스에 가담하여 시원한 추가골을 터뜨렸다. 강윤구가 왼쪽 구석에서 올린 코너킥을 반대쪽에서 정태욱이 솟구쳐 오르며 헤더 슛을 시도했는데 멜버른 빅토리 골키퍼 매튜 액튼이 그 공을 잡지 못하고 앞에 흘렸다. 정태욱의 오른발 2차 슛이 그물이 찢어질 듯 시원하게 들어간 것이다.

일방적인 흐름 속에 2-0 점수판이 되자 대구 FC 필드 플레이어들의 압박이 조금 느슨해진 틈을 타 멜버른 빅토리가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뛰어난 반사 신경은 두 차례의 실점 위기를 멋지게 넘겨버렸다.

73분에 멜버른 빅토리의 키다리 골잡이 아티유가 조현우와 1:1로 맞선 기회에서 왼발 슛으로 만회골을 노렸지만 각도를 훌륭하게 줄이고 달려나온 조현우가 막아냈고, 76분에 캄소바가 기습적으로 날린 오른발 슛도 대구 FC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이번에도 조현우가 다리로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대구 FC는 이 아찔한 실점 위기를 넘기고 거세게 몰아치는 공격 흐름을 만들며 8355명 파도타기 응원을 이끌어냈다. 80분에 터진 쐐기골이 그 절정의 순간이었다. 주인공은 역시 대구 FC의 에이스 김대원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준엽이 밀어준 공을 받아서 상대 수비수 1명을 따돌린 김대원은 결코 쉽지 않은 각도에서 왼발 슈퍼 골을 멜버른 빅토리 골문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김대원의 왼발 끝을 떠나 거의 회전이 걸리지 않은 공은 골키퍼 매튜 액튼의 글러브를 스치며 빨려들어간 것이다. 

그로부터 3분 뒤 이 게임을 마무리하는 쐐기골이 하나 더 나왔다. 대구 FC 오른쪽 측면에서 전개된 빠른 역습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김준엽의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믿고 반대쪽에서 빠져들어간 또 다른 교체 선수 정선호가 들어오자마자 첫 터치를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이제 대구 FC는 K리그 1 일정으로 돌아와서 오는 11일(토) 오루 7시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을 치르며 19일 오후 2시에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DGB 대구은행파크로 불러들인다.

그리고는 곧바로 광저우로 날아가 챔피언스리그 F조 마지막 게임을 준비해야 한다. 승점 2점차로 앞서 있는 상태에서 중국의 전통 강호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다. 비기기만 해도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나란히 16강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대구 FC가 유리한 입장이지만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이기기 위해 덤빌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10라운드가 끝난 K리그 1 순위표에서 대구 FC가 최소 실점(5실점) 기록을 자랑하고 있기에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진정한 수비력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19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8일 오후 7시, 포레스트 아레나)

★ 대구 FC 4-0 멜버른 빅토리 [득점 : 에드가(9분,PK), 정태욱(52분), 김대원(80분,도움-김준엽), 정선호(83분,도움-김준엽)]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에드가
MF : 강윤구, 황순민(75분↔한희훈), 츠바사(82분↔정선호), 정승원, 장성원(68분↔김준엽)
DF : 김우석, 홍정운, 정태욱
GK : 조현우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대구 FC 60.8%, 멜버른 빅토리 39.2%
유효 슛 : 대구 FC 6개, 멜버른 빅토리 3개
슛 : 대구 FC 19개(박스 안 10개), 멜버른 빅토리 4개(박스 안 4개)
슛 적중률 : 대구 FC 31.6%, 멜버른 빅토리 75%
패스 : 대구 FC 609개, 멜버른 빅토리 396개
롱 패스 : 대구 FC 65개, 멜버른 빅토리 42개
패스 성공률 : 대구 FC 91%, 멜버른 빅토리 80.3%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대구 FC 84.2%, 멜버른 빅토리 67.6%
크로스 : 대구 FC 29개, 멜버른 빅토리 10개
크로스 적중률 : 대구 FC 37.9%, 멜버른 빅토리 20%
가로채기 : 대구 FC 12개, 멜버른 빅토리 9개
오프 사이드 : 대구 FC 0, 멜버른 빅토리 1개
코너킥 : 대구 FC 5개, 멜버른 빅토리 4개
태클 : 대구 FC 16개, 멜버른 빅토리 18개
태클 적중률 : 대구 FC 75%, 멜버른 빅토리 72.2%
파울 : 대구 FC 9개, 멜버른 빅토리 5개
경고 : 대구 FC 0, 멜버른 빅토리 1장


◇ F조 현재 순위
1위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12점 4승 1패 6득점 3실점 +3 ***** 16강 진출!
2위 대구 FC(한국) 9점 3승 2패 10득점 5실점 +5
3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7점 2승 1무 2패 8득점 5실점 +3
4위 멜버른 빅토리(호주) 1점 1무 4패 3득점 14실점 -11
- 남은 일정(5월 22일, 왼쪽이 홈 팀)
☆ 광저우 에버그란데 - 대구 FC(티엔허 스타디움, 광저우)
☆ 멜버른 빅토리 - 산프레체 히로시마(렉탱귤러 스타디움, 멜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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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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