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UAA

 
"내겐 영화가 너무 짧게 느껴졌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박형식은 굉장히 들뜬 모습이었다. 지난 2일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 <배심원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시사회부터 개봉까지 이렇게 길 줄 몰랐다. 하루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는 15일 개봉 예정인 <배심원들>은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날, 어쩌다 보니 배심원이 된 8명의 보통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형식이 맡은 권남우는 마지막으로 얼떨결에 '8번 배심원'으로 합류해 모두가 확신하는 사실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인물이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UAA

 
박형식은 <배심원들>을 통해 첫 상업영화에 도전했다. 첫 영화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은 그에게 현장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홍승완 감독은 촬영 전 박형식에게 "아무것도 공부하지 말고 그냥 현장에 오라"고 주문했다. 그 말을 그대로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한 번도 참관하지 않고 촬영 현장에 갔다는 그는 "첫 촬영부터 27번이나 다시 찍었다"고 토로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감독님이 뭘 원하시는지도 모르겠더라. 나는 편한데 (감독님은) 계속 편하게 하라고 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고 (얼버무리고) 촬영하는데, 계속 (홍 감독이) '다시 하자, 다시 하자'라고 반복하셨다."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준 것은 베테랑인 선배 문소리였다. 문소리는 '내가 데뷔할 때는 이창동 감독님과 40, 50테이크까지 촬영했다'는 무용담으로 박형식을 위로했다.

그는 "나는 하얗게 질려 있는데, 문소리 누나가 그 순간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따뜻하게 위로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문소리 누나 덕분에 정신을 다잡았고 오케이 컷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UAA

 
홍승완 감독이 원했던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2013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때 박형식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 당시 박형식은 순수하지만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는 '아기 병사'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홍 감독이 박형식을 캐스팅한 이유 역시 <진짜 사나이>에서 그를 눈여겨본 덕분이었다.

"<진짜 사나이>를 찍은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이 달라져서 이제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데, 감독님은 '아무것도 몰랐던' 나를 보고 캐스팅하신 것 같다."

박형식은 "내가 무슨 대사를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시점이 돼서야 기나긴 "다시"의 행진을 끝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게 우리의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부터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권남우는) 자칫 잘못하면 답답하고 '민폐'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남우는 답답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라서, 관객이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야 감독님이 원했던 게 뭔지 깨달았다."

"영화로 보니 내 연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UAA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 첫 영화 현장이었고 혹독한 신고식도 치렀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권남우에게 빠져들어 배우로서 감정이 끓어 오르는 경험도 했단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영화 초반에 권남우가 김준겸(문소리)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장면이었다.

"나는 대충, 쉬운 마음으로 하는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이 사건에 임하고 있다는 걸 전하는 신이었다. 그 연기를 할 때 (감정이) 확 올랐던 기억이 난다. 배심원실에서 뭔가 해보려고 애썼던 모든 것들이 스쳐지나갔다. 문소리 선배가 그 순간에 나를 쳐다보는 눈빛과 공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박형식은 <배심원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화로 보니 내 연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첫 촬영한 장면에서 긴장한 것도 보였다. 문소리 선배에게 '내 장면을 다시 촬영하고 싶다'고 했더니 '너만 그런 거 아니다. 당연한 거다.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하고, 다음엔 그 고민을 덜 하고 싶어서 노력한다'고 위로해주셨다. 나도 다음에는 더 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2010년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2017년 해체)'로 데뷔한 박형식은 '아이돌' 꼬리표를 떼고 조금씩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2012년 KBS 2TV <드라마 스페셜-시리우스>로 연기에 첫 도전한 그는 SBS <상류사회> MBC <화랑> JTBC <힘쎈여자 도봉순> KBS 2TV <슈츠> 등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했으며 어느덧 8년 차 배우가 됐다. 박형식은 연기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기는 정말 재미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하면서 행복하다. 그래서 계속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게 생기면 그 하나를 파는 성격이었다. 하나를 하더라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어쩌다 보니 (시작했지만) 애착을 가지게 됐다.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 더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고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다.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배심원들>에서는 권남우였지만 다음에는 어떤 작품 속에 내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UAA

 
최근 박형식의 행보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선택한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하거나 호평을 얻고 있기 때문. 많은 사랑을 받았던 <힘쎈여자 도봉순>부터 수목극 시청률 1위를 기록했던 <슈츠>, 개봉 전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배심원들>까지 그는 꾸준한 상승세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 찾아온 2년의 공백은 그에게도 아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박형식은 오는 6월 10일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에 입대한다. 

"그런(공백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은 안 하고 있다. 돌아와서 어떻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다. 군대에 가면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오지 않을까. 지금은 주로 일 생각만 하고 있는데, 가면 일 생각 말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고 그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UAA

 
마지막으로 그는 <배심원들>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2008년 도입됐지만 이후 10년간 시행률이 1%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나처럼) 배심원 제도에 대해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었을 것 같다. 이번 영화로 인해 많은 분들이 법무부에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으로 선정됐다는) 우편물이 날아왔을 때 설레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부담스럽거나 무겁지 않게 (법에 대해)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은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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