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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 및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 및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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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놀랐습니다. 회사(서부발전)도 아니고, '회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면서 노동자가 노동자를 고발한 겁니다. 의도가 다분하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고 김용균씨가 일하다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의 한국노총 소속 서부발전노조 유승재 위원장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이태성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언론팀장이 긴 한숨을 쉬며 <오마이뉴스>에 건넨 말이다. 

이태성 시민대책위 언론팀장은 지난달 19일 유승재 위원장에게 고발당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최근 논란이 됐다.  

이 팀장을 고발한 서부발전노조 유승재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개인 유승재가 개인 이태성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형사고발을 한 것"이라면서 '회사와는 관계없는 개인에 의한 고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고발사건의 피해자로 '한국서부발전'을 명시했다. 

유 위원장은 "서부발전은 제가 30년 동안 일하며 키워온 회사다, 애착도 강하고 자부심도 큰데 이태성씨가 자꾸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가 바닥을 치게 됐다"면서 "무슨 말을 해도 시비가 가려지지 않으니, 허위사실 유포한 분과 법정에서 시시비비만 가리자는 뜻에서 고발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재 위원장에게 고발 당한 이태성 팀장은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씨 사건을 처음 알린 인물이다. 100여 개의 단체가 뜻을 모아 만든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의 언론팀장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는 김용균씨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만들어진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 특조위)' 현장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오마이뉴스>는 9일 오후 이태성 팀장에게 고발당한 경위와 심경, 김용균 특조위의 활동 방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고발한 사실, 놀랍다"
  
2018년 12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정규직 대표 100인 기자회견에서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 사무처장은 "오늘도 또 동료를 잃었다"라며 울먹였습니다.
 2018년 12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정규직 대표 100인 기자회견에서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 사무처장은 "오늘도 또 동료를 잃었다"라며 울먹였습니다.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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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태안경찰서 사진을 SNS에 올렸다. 조사받고 왔나?
"아니다. 아직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검찰에서 수사 지휘를 관할경찰서인 태안경찰서에 넘겼다. 그래서 태안경찰서에 가서 고발장 자료부터 우선 받아온 거다."

- 그럼 현재 태안에 있나?
"그렇다. 앞으로도 조사를 계속 받아야 해서. 그리고 현재 김용균 특조위가 태안에서 조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나 역시 현장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처음에 고발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말로 놀랐다. 회사(서부발전)도 아니고, 서부발전 소속 노동자가 '회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면서 노동자를 고발한 거다. 사실상 서부발전을 대변하고 있다. 의도가 다분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이태성 팀장이 확인한 고발장에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한국서부발전'으로 규정돼 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서부발전과 시민대책위는 지난 2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칙' 등 합의내용을 발표하면서 상호 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회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
  
고 김용균씨가 숨진 태안화력 9.10호기가 운영을 중지한 가운데 진상조사위의 조사를 받게 된다.
 고 김용균씨가 숨진 태안화력 9.10호기가 운영을 중지한 가운데 진상조사위의 조사를 받게 된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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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게 고발 이유다. 동의하나?
"저는 유승재 위원장 개인에게 고발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고발 내용을 보면 마치 서부발전과 시민대책위가 맺은 합의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한다. 서부발전노조는 합의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데, 회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

유승재 위원장이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한 내용은 ▲발전사들이 산재 은폐를 조장했고 ▲서부발전이 협력업체 직원에게만 안전수칙 서약서를 받아 재해 발생 시 책임을 전가했으며 ▲서부발전이 구내식당 사용에서 비정규직에 차등을 뒀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 당시 서부발전이 재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등 7가지다. 

- 고발내용에 대한 반박 자료는 다 있나?
"그렇다. 모든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다. 다만 고발에 따른 준비사항이 너무 많아서 다른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그 점이 가장 아쉽다. 6개월 이상 조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던데, 경찰은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 고 김용균씨 어머니는 관련 내용을 알고 있나?
"걱정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 않았다. 다만 고발장을 보니, 제가 한 발언이 서부발전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하는데, 저는 발전소가 죽음의 외주화를 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이렇게 위기에 빠져있다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거다."

"본질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 및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 및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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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고발로 오히려 김용균씨 진상조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것 아닌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저와 비정규직 노조를 고소고발했다는 측면보다 고 김용균씨 사건 자체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코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 고소고발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 김용균 특조위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까?
"지금도 김용균 특조위 활동은 진행 중이다. 그래서 더 특조위 활동을 짐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특조위 활동을 무력화 하려는 것이 주 목적 아닌가 싶다. 특조위 활동 과정에서 시민대책위가 밝히지 못했던, 우리가 잘 몰랐던 새로운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

- 김용균 특조위에서는 어떤 내용을 주로 다루게 되나?
"김용균 특조위는 국무총리의 훈령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조사 이후 권고안을 마련하게 되는데, 권고안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현장에서 실행되는지 일정기간 확인할 수 있다. 정규직화 문제를 비롯해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모니터링 한다는 뜻인데, 드러나지 않은 적폐도 확인될 것이라 믿는다."

한편 유승재 위원장은 한국서부발전 노조 명의로 민주노총 발전노조 서부발전본부 유승현 본부장을 '모욕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노조는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에 소속된 관계자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대응 하겠다'라는 공문도 발송한 상태다.

한국서부발전 정규직노조는 다수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서부발전노조와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발전노조 서부발전본부로 나뉜다.

태그:#김용균, #서부발전, #태안화력, #이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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