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포스터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포스터 ⓒ (주)NEW


가족은 어떤 형태로 인식될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다. 가정을 이룬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아주 연약한 상태로 태어난다. 부모님의 보호가 없다면 당장 먹을 수도 자신의 배설물을 치울 수도 없는 존재인 한 아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 한 아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가족을 맞는다. 태어난 순간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한 순간, 한 순간 가족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가족은 어쩌면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진정으로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두 아이의 이야기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로 인해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버려진 두 명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목 아래가 전신 마비된 세하(신하균)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구(이광수)가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책임의 집에서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이들이 함께 지내는 공간과 시간을 꼼꼼히 묘사한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세하를 위해 동구는 밥을 같이 먹여주고, 휠체어를 끌어준 후, 씻겨주고 화장실 용무까지 챙겨준다. 세하는 동구를 위해 같이 수영장을 가고 여러 가지 일들을 온전한 생각으로 챙겨준다. 동구의 정신 지능이 조금 어려 어리숙 하게 보일 뿐, 두 사랑은 여느 가족의 모습처럼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인상적이다.

"형아, 형아 말 잘 들으면 형아는 나 안 떠날 거지?"
"그럼."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장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장면 ⓒ (주)NEW

  
엄마에게 버림받은 동구는 유일하게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세하가 떠날까 봐 두려워하지만 세하의 대답 한 마디에 안심하고 잠이 든다. 이건 단순히 장애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태어나면서 생기는 가장 강력한 관계인 가족은 끊어질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혹시라도 끊어질까 두려워 그 끊어짐에 대해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 불안감은 보편적인 인간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 불안이 실제가 되었을 때, 그 실망감과 절망감은 웬만해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큰 장벽이다. 실제로 그 관계의 단절을 경험한 동구와 세하는 그래서 더욱 각자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꼭 붙들어 맨다.

서로의 단점을 채워주며 관계를 맺는 세하와 동구

영화 속 세하는 강해 보이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일부러 큰 소리를 치고, 거만한 행동을 한다. 조금은 예의 없게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당당하다. 예의 없어 보이지만 결코 약하게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동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를 자책한다. 실제로 매우 약해 보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더 세하에게 의지한다. 두 사람이 같이 다닐 때는 비장애인들과 큰 차이가 없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은행 업무도 처리한다. 조금 불편하게 보이고 시간이 더 걸리지만 못하는 것은 없다. 둘이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도 여느 형제와 다를 바 없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장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장면 ⓒ (주)NEW

  
영화 속 내내 세하와 동구는 비장애인, 장애인의 구분 없이 그들의 일상을 사는 모습이 전해진다. 특히 동구의 수영 강사로 등장하는 미현(이솜)은 세하와 동구를 오빠라고 부르며 그저 평범한 동네 오빠처럼 대한다. 그래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들을 장애인으로 바라보기보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영화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똑같은 일상을 살고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해결하려 한다. 집이 필요해 대출을 받는다거나 밀린 세금을 챙기는 등 조금의 불편함이 있을 뿐 비장애인의 일상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그런 장애인에 대한 시각뿐만 아니라 동구를 버린 엄마(길해연)의 존재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그걸 바로 잡으려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른이 된 동구에 대해 잘 몰라 잘 챙기지는 못하지만 예전, 동구를 버렸던 순간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적어도 엄마로서 그가 흘리는 눈물은 진심이다. 그를 악한 존재로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동구에게는 두 개의 가족이 생긴다. 그가 어떤 쪽을 진정으로 선택하게 되는지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렸다. 이건 영화가 결말로 향하는 과정을 쫒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

영화 속 장애인 시설인 책임의 집을 이끌던 박신부(권해효)는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장애인으로 태어나든 비장애인으로 태어나든 누구나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 세하와 동구는 몸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다 한다. 결코 삶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자신의 부모와도 같았던 박신부의 그 말을 늘 마음속에 안고 실천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 책임 속에 그들은 서로를 의지해 삶을 살아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장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장면 ⓒ (주)NEW


그들은 진정한 형제이며 가족이다. 그들이 함께 누웠던 침대, 같이 바라본 하늘의 별, 뛰며 놀던 운동장, 같이 다녔던 수영장 등 그들이 함께 했던 그 공안이 집이고 가족이 되었다.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가족에게 버림받았을 때, 그 상실감은 큰 아픔을 주지만 또 다른 가족을 선물하기도 한다. 세하와 동구는 그 아픔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며 많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믿음과 사랑을 주는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가족은 서로 피로 이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이 많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만들어지는 관계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이건 장애인, 비장애인을 넘어서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똑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들의 삶을 소재로 삼았지만 결코 장애인의 약한 점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들도 똑같은 삶을 살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관점에서 캐릭터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전개되고 영화의 말미에는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약한 자는 약한 자가 돕는다는 인식이다. 세하와 동구 자체도 약자가 약자를 돕는 구도이며, 그들 주변에 있는 공무원 송주사(박철민), 취업준비생 미현 등도 어찌 보면 사회의 약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서로 도와주며 더욱 성장하고 강해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각 캐릭터의 성장도 함께 보여준다. 결국 그들은 약한 모습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약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보다 강한 공동체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가족을 만들었고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은 장애인이라기보다는 일상의 삶을 똑같이 사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영화는 내내 그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동일한 삶을 가진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구분 짓기는 장애인들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세하와 동구처럼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형태의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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