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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겨울 1월 말부터 2월 초순까지 약 2주간의 팔라완 여행기이다. 나. 즉 글을 쓴 사람은 50대의 여성 다이버이고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사람(김군)은 동행자인 남편이다. 내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보니 사진에 나오는 사람은 주로 김군이다. - 기자말

팔라완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재작년 추석 즈음 마닐라 코론을 거쳐 엘니도와 에르토프린세사에 다녀왔다. 푸에르토프린세사 3박(그냥 휴식과 시발탄행을 준비)-시발탄 4박(이동하는 날 외에는 웬만하면 다이빙)-엘니도 5박(이동하는 날과 쉬어야 하는 날을 제외하고 다 다이빙)-푸에르토프린세사 삼박 무조건 휴식-세부를 거쳐 인천 서울로 오는 계획이다.

비행기표값 일인당 십만 원을 아끼려고 다른 항공사에 푸에르토프린세사행 직항이 있는데도 마닐라(돌아갈 때는 세부 경유)를 경유하는 세부퍼시픽 표를 끊었더니 15박17일이 되었다.
 
국내선(푸에르토프린세사행) 비행기에 타기위해 줄서 있는 김군모습
▲ 작은 비행기가 좋아 국내선(푸에르토프린세사행) 비행기에 타기위해 줄서 있는 김군모습
ⓒ 엄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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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6시 10분 도착. 삼층 국내선 청사로 이동 10시 15분 비행기로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11시 45분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PAL항공이나 이스타항공에 푸에르토프린세사행 직항이 있는 것을 알지만 항공료 아끼느라 마닐라 경유하는 세부퍼시픽을 예약해 몸이 고생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동하는 동안 다음엔 직항을 택해야겠다고 결심 또 결심하는 나였다. 돈 아끼려다 몸이 고생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안 그래야지 결심하고는 항공표를 예약할 때는 또 결국 아끼는 쪽으로 가고 있다.

흑수저가 놀자니 어쩔수 없는 건가 싶기도 했다. 국내선 비행기의 보딩을 기다리며 직항을 탔다면 아까 이미 도착했겠다고 생각하며 후회하는 나였다. 그와중에 연착과 게이트 변경 등. 거의 도착할 시간에 비행기를 타서 또 출발을 기다리다 보니 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보였다.

밤 11시에 강남 집을 나서서 12시간 동안 이것저것(택시-리무진버스-공항철도-마닐라행비행기-공항보딩버스 국내선 비행기)을 타거나 기다리거나 한 거다. 우리가 10시 반 올라탔던 푸에르토프린세사행 비행기는 결국... 현지 시간 12시에 이륙했다.

한 시간 반을 추운 비행기 안에 갇혀 있었던 거다. 이륙 후 에어컨을 껐는지 조금 따뜻해지긴 했다. 비행 시간까지 합치면 비행기에 앉아 있던 시간이 두 시간 반이 넘었다. 랜딩기어를 내린 시간이 한 시.

짐을 찾아들고 택시정거장으로 갔다. 숙소 알라아미드 비엔비에 가는데 삼백페소를 부르기에 "아구 됐어유" 하며 주차장 쪽으로 나와 트라이시클을 150페소에 흥정(이것도 비쌌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해서 탔다.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에서 숙소로 가느라 탔던 트라이시클에 있던 노래 반주기. 우리에게 노래를 권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 가라오케머신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에서 숙소로 가느라 탔던 트라이시클에 있던 노래 반주기. 우리에게 노래를 권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 엄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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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반주기가 있는 트라이시클은 처음이었다. 우리에게도 노래를 권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이 트라이시클 기사는 무턱대고 어느 여행사 사무실 앞에 세우더니 우릴 데리고 그 곳에 들어가려 했다.

"일정이 다 정해져 있고 우린 여기 처음 온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해서 다시 숙소로 출발했지만, 온갖 투어에 대한 설명(집요했다)을 들어주며 이동해야 했다. 그 짧은 이동 시간 동안 거절해야 할 것들이 몹시도 많았다. 세 번 네 번 투어가 필요해지면 연락하겠다고 약속할 때쯤 숙소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그 가까운 곳에 도착한 시간이 두 시였다.

나름 나이에 비해 행동 잽싼 편인 우리지만 연착에는 방법이 없었다. 숙소는 그냥저냥 직원들이 정말 친절하다. 평생 다녀본 숙소들(게스트하우스, B&B, 호텔, 리조트, 커티지, 방갈로 등등)을 통틀어 콘센트가 제일 많았다.
 
예약수수료와 세금등을 다 합쳐도하루  3만원정도면 묵을 수있었던 숙소.
▲ 힘들게 도착한 숙소모습 예약수수료와 세금등을 다 합쳐도하루 3만원정도면 묵을 수있었던 숙소.
ⓒ 엄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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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양옆 벽에 두 개씩, 침대 맞은편 벽에 세 개, 냉장고 옆에 두 개. 벽에 콘센트가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이었다. 충전해야 할 핸드폰 보조배터리들, 다이빙랜턴 배터리, 미니선풍기 두 개 등을 다 꽂고도 미니인덕션, 룸에 있던 전기포트와 핸드폰을 꽂고 사용할 수 있었다.

숙소에 대충 짐을 풀고 근처에 있는 로빈슨몰에 식사와 장보기를 하러 갔다. 필리핀스타일중식당이라는 클래식 사보리에 들어가 이것저것 시켜 보았다. 길거리에 있는 로컬식당에서 먹으면 삼사백페소면 먹을 음식에 팔구백페소 이상 지불해야 할듯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첫끼는 죽이나 수프를 먹어야 했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새둥지숲(생긴 것은 중식당의 계란탕이지만 비렸다), 스파이시쉬림프(맵게 볶은 새우, 전혀 맵지않고 달았다), 플레인라이스(밥) 등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자 야심차게 먹어보았지만 비위에 맞지 않았다. 결국 다 토하고 술, 주스, 요거트 등등 구매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1Kg짜리 대용량 요플레라니. 위장 장애가 있는 나는 분말죽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조금 쉬고 몸을 따뜻하게 하자 따뜻한 물과 차, 수프 정도를 먹게 되었는데이날이 아시안컵 축구가 있는 날이었다! ​축구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야심차게 가장 가까운 한국식당(로빈슨몰 맞은편에 있음)에 갔다. 그런데 TV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된단다. 피로에 절뚝이는 몸을 끌고 건너편에 TV가 있는 식당(게리스그릴-늘 농구나 축구를 틀고 있음)으로 가서 축구를 틀어달라 부탁했다.

매니저는 "와이파이 잘 되니까 니들 폰으로 봐라. 시끄럽게 응원해도 돼"라며 패스워드를 뭉테기로 주었다. 한번 사용한 패스워드는 못 쓰는 곳이다. 그래서 각자 와이파이 접속 후 방송앱을 틀었다. 외국은 중계권이 없는지 방송앱 자체가 외국에는 안 되는 것이었는지 접속 불가 지역이라고 나왔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김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울분의 맥주를 들이키는 나였다. 그 와중에 배고파서 화도 났다. ​외국에 사는 교민들이 왜 모여서 축구보며 응원하며 노는지 알겠더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피파따(스페인식족발튀김)와 오징어튀김을 먹고 산미구엘을 마시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긴긴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여행 당시 블로그에 포스팅 했던 글입니다.


태그:#팔라완, #푸에르토프린세사, #팔라완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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