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도 그만큼 많은 책임이 뒤따른다. 한화 이글스의 간판 스타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출루머신' 김태균이 대표적이다. 김태균은 프로 데뷔 후 19년 동안 통산 타율 .324 304홈런(10위, 현역 3위), 1278타점(3위, 현역 1위) OPS(출루율+장타율) .956를 기록하고 있는 KBO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일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2012년부터 야구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김태균은 10억짜리 선수도 없었던 KBO리그에서 최초로 연봉 15억 원 시대를 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태균은 아무리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기록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홈런 때문에 늘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 김태균은 한화의 간판타자 자리마저 제라드 호잉과 이성열에게 넘긴 상황이다.

2016년까지 김태균이 5년 동안 짊어지고 있던 최고 연봉 선수의 무게는 2017년부터 이 선수에게 넘어갔다. 2017 시즌을 앞두고 5년의 해외 생활을 마친 후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와 4년 150억 원에 계약한 이대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대호는 최고연봉선수로서 많은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지만 아직 이대호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대호는 38세 시즌에도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하는 최고의 타자이기 때문이다.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 말 2사 주자 2루 상황 롯데 이대호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19.4.17

지난 4월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 말 2사 주자 2루 상황 롯데 이대호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과 미국에서 성공적인 5년 보낸 후 롯데 컴백

2010년 타격 7관왕과 2011년 타격 3관왕, 그리고 롯데의 4연 연속 가을야구를 견인한 이대호는 2011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다. 롯데는 팀을 상징하는 최고의 스타를 붙잡기 위해 총액 100억 원 규모를 제시했지만 KBO리그를 완전히 평정한 이대호는 사실 우승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었다. 결국 이대호는 2년 7억 엔(약 75억 원)의 조건으로 일본 프로야구의 오릭스 버팔로스와 계약을 맺었다.

이대호는 오릭스에서도 시즌 초반의 부진을 씻고 오릭스 타선 전체를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로 만들어 버렸다. 이대호는 일본 진출 첫 해 타율 .286 24홈런9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846의 뛰어난 성적으로 퍼시픽리그 1루수 부문 베스트 나인에 선정되며 일본 무대에서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대호는 2013년에도 홈런과 타점 숫자를 유지한 채 타율을 .303로 끌어 올리며 자신의 주가를 더욱 끌어 올렸다.

빅리그 진출과 일본 내 다른 구단 이적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대호는 3년19억 엔(약205억 원)이라는 엄청난 조건을 제시한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이대호는 2014년 타율 .300 19홈런68타점을 기록하며 소프트뱅크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당시 이대호의 연봉이 아베 신노스케(6억 엔), 스기우치 토시야(5억 엔, 이상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이은 일본 프로야구 3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2014년의 아쉬움을 2015 시즌의 대활약을 통해 날려 버렸다. 정규리그에서 타율 .282 31홈런98타점을 기록하며 퍼시픽그 타점왕에 선정된 이대호는 그 해 일본시리즈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내며 한국인으로는 최초, 비일본인 선수로는 19년 만에 일본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이대호는 2015년 11월에 열린 프리미어12에서도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역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일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던 이대호는 2016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빅리그 진출 여부에 따라 연봉 규모가 달라지는 계약)을 맺었다. 붙박이 주전이 아닌 플래툰 1루수로 활약한 이대호는 104경기에서 타율 .253 14홈런49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7년 어느덧 한국 나이로 36세의 노장 선수가 된 이대호는 5년의 성공적인 외국 생활을 끝내고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5월 4할대 맹타로 초반 부진 만회, 부진한 팀 성적은 여전히 숙제

4년 15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FA 계약 신기록을 작성한 이대호는 2017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320 34홈런111타점을 기록하며 전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대호가 부산으로 돌아온 첫 해 롯데도 길었던 부진을 씻고 5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이대호는 작년 시즌에도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333 37홈런125타점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작년 시즌 롯데가 정규리그 7위에 머무르며 1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25억 원의 연봉을 받는 이대호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제로 이대호는 롯데가 7연패에 빠져 있던 작년 3월 31일 경기가 끝난 후 퇴근길에 팬이 던진 치킨에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KBO리그 최고 연봉 선수로서, 그리고 부산 야구를 상징하는 롯데의 심장으로서 이대호가 짊어진 짐은 매우 무거웠다.

이대호는 올 시즌에도 4월까지 30경기에서 타율 .279 2홈런25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이대호의 나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준수한 활약이지만 팬들의 눈높이는 이대호의 나이가 아닌 연봉에 맞춰져 있었다. 롯데 역시 7위에 머물며 초반 순위경쟁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물론 초반 맹타를 휘두르던 민병헌의 부상과 마무리 손승락의 난조 같은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이대호는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비난의 중심이 되고 말았다.

롯데는 5월에 열린 11경기에서도 3승8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때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롯데의 순위는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따냈음에도 여전히 8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롯데의 부진과 별개로 4월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대호의 방망이는 5월부터 무섭게 살아났다. 이대호는 5월에 열린 11경기에서 타율 .438(48타수21안타) 4홈런17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42개의 타점은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직 이대호의 맹활약이 롯데의 승리와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대호는 38세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롯데의 4번타자, 그리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대호의 또래 선수 중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김강민(SK 와이번스)과 김태균(한화) 정도밖에 없다. 팀이 어수선한 사이 강로한이나 허일 같은 좋은 유망주를 발굴한 롯데는 민병헌의 복귀와 함께 반등을 노리고 있고 그 중심에는 역시 이대호가 있을 것이다.
 
안타 치는 이대호 2019년 5월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2사 주자 1루 롯데 이대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 안타 치는 이대호 2019년 5월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2사 주자 1루 롯데 이대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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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4년150억원 연봉2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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