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 ⓒ 박진철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지면서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으론 프로구단의 대표팀 차출 협조 문제로 특정 구단을 향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프로선수는 몸이 곧 재산이다. 아픈 선수에게 애국심만 앞세워 대표팀 경기를 뛰라고 강요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나 올림픽은 얘기가 다르다는 견해도 많다. 단순히 국가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올림픽 출전 자체가 선수 본인과 프로구단에게도 혜택이 따라온다. 선수의 인기도와 해당 종목의 프로 리그 흥행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 효과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축구·배구·농구·핸드볼 등 한국의 단체 구기종목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종목에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자배구는 체육계 전체의 관심 사항이기도 하다. 김연경, 양효진 등 황금세대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을 관리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물론, 프로배구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올해는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지상 과제로 설정하고 '총력 지원'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배구 대표팀 역사상 최초로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라바리니 감독(40세)은 세계 정상급 리그인 이탈리아와 브라질 리그에서 프로팀 감독을 역임하며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소속팀인 미나스를 17년 만에 브라질 리그 왕좌에 올려 놓았고, 4관왕까지 달성했다. 미나스가 선보인 스피드 배구는 완성도 면에서 세계 최정상급 수준이었다.

또한 배구협회는 대표팀 선수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바리니 감독이 직접 선발한 외국인 기술 코치, 체력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등 3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여자배구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외국인만 총 4명이다. 또한 강성형 수석코치와 김성현 트레이너 등을 포함해 대표팀 스태프가 총 12명이나 된다. 코칭스태프의 역량과 규모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 배구 대표팀 역사상 전무한 일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사상 최고'... 주전 멤버들 공백 '당혹'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은 출발부터 '주전급 선수 대거 공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양효진, 박정아, 이재영, 이소영, 김해란 등 주전급 선수가 무려 5명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세웠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오는 21일부터 시작하는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 운영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8월 초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쟁 국가인 중국, 태국 등이 주전 멤버가 모두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조직력을 다지고 있어 근심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 네이션스 리그는 중요도에서 지난해와 차원이 다르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준비하는 전략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네이션스 리그를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출전할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기 위해 테스트에 방점을 두기로 했었다. 때문에 대표팀 후보 엔트리 25명을 프로 주전급 선수 위주로 구성했다. 그리고 단계별로 고루 출전시켜 경기력을 점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전급 멤버들의 대거 공백으로 테스트 의미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표팀에 부상 없는 선수 있나"... 흥국생명 "최대한 협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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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우려가 커지자 지난 시즌 V리그 우승팀인 흥국생명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프로구단 사이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팀 훈련 도중에 흥국생명 선수가 3명이나 빠져나가면서 현재 대표팀에 흥국생명 선수가 단 1명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들은 "리그 우승 팀에서 대표팀 선수가 1명만 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선수 공백이 커지면서 다른 구단의 선수들이 몸 상태가 안 좋은 데도 당초 예정보다 더 일찍, 또는 더 오래 대표팀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A 프로구단 감독은 "솔직히 프로 선수는 대부분 어느 정도 부상을 안고 있다"며 "병원 진단서 제출해서 대표팀에서 나간다면, 지금 대표팀에 남아 있을 선수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B 프로구단 관계자는 "문정원은 무릎 부상 상태가 대표팀에서 나간 선수들보다 더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대영, 이효희는 나이도 많은 데다 몸 상태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대표팀에서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C 프로구단 관계자는 "대표팀에 남고, 나가는 기준이 불명확하고 불공평하다"며 "부상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선수 본인 의지와 구단의 협조 정도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구단 핵심 관계자는 15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적극 해명했다. 그는 "우승 팀에서 대표팀 선수가 1명인 부분에 대해 다른 구단들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며 "저희 구단도 솔직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이재영, 김해란 선수가 최대한 빨리 재활을 해서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앞두고 대표팀의 요청이 오면 복귀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구단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해란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여자배구 인기 2번 올림픽이 절대적, 적극 협조해야"

실제로 여자배구 프로구단들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대부분 '올해는 대표팀 차출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정대영 선수가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 오래 전에 대표팀 은퇴를 한 상태라 부담을 많이 느꼈다"며 "그래서 제가 외국인 감독이 와서 베스트 멤버를 구성하기 위해 정대영 선수의 경기력을 보고 싶어 하는데, 가서 보여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양효진 선수를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보내기 위해 재활 시기마저 앞당겼다. 이도희 감독은 "저도 그렇지만 (양)효진이도 올림픽 출전권을 따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다"며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맞춰서 몸을 만들고 있고, 재활도 예정보다 일찍 시작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도 "여자배구가 프로야구에 근접할 정도로 인기가 꾸준히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는 2번의 올림픽 출전이 절대적인 영향을 줬다"며 "지금은 대표팀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협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대표팀 많이 차출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KGC인삼공사는 한술 더 떴다. 대표팀에서 소속팀 선수들을 많이 차출해준 데 대해, 라바리니 감독에게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현재 KGC인삼공사는 6개 프로구단 중 대표팀 선수가 4명으로 가장 많은 팀이 됐다. 부상 선수가 발생할 때, KGC인삼공사 선수가 대체 선수로 추가 발탁됐기 때문이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대표팀에서 우리 선수 차출 요청이 왔을 때, 오히려 빨리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KGC인삼공사 구단 관계자도 "우리 선수가 대표팀에 많이 차출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언제 이런 세계적인 명장과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들이 지도를 받아 보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게 선수나 프로구단에게도 큰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내 프로농구 팀에서 미국프로농구(NBA)급의 기술 코치 한 명을 모셔다 한 달 동안 가르침을 받는 데 비용이 3000만 원 정도 들었다"며 "라바리니 사단 정도의 코칭스태프를 프로구단이 모셔다 지도를 받으려면 아마 수 억 원이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대표팀에 뽑혀서 공짜로 기술을 전수받게 됐다. 부상 재활 부분도 현 대표팀 스태프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대표팀에서 차출 요청이 오자 바로 짐 싸서 진천선수촌으로 보낸 이유"라고 설명했다.

KGC인삼공사 구단 관계자들은 최근 진천선수촌을 직접 찾아가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될 건강식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대표팀 훈련 장면 '언론 공개'... 방송사도 VNL 준비 박차

한편, 대표팀의 핵심인 김연경은 네이션스 리그 3-4주차(6월 5일~13일)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연경은 지난해 11월 1일 터키 챔피언스컵 대회 경기를 시작으로 지난 5일 터키 리그 챔피언결경전이 종료될 때까지 6개월이 넘는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8일 귀국했다.

주위에서는 체력과 나이를 감안해 휴식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 체제가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3주차부터 대표팀에 합류하겠다고 자청했다.

김연경은 입국 기자회견에서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은 꿈이 아니라 무조건 따야 하는 것"이라며 "현재 여자배구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올해 국제대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라바리니 감독과 코칭스태프, 대표팀 선수들은 16일 오후 언론사 기자들에게 진천선수촌의 훈련 모습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실시한다. 네이션스 리그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자배구 대표팀을 향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방송사도 중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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