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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책과 그림을 전시한 공간
▲ 대나무하우스 작가들의 책과 그림을 전시한 공간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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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지역출판사들의 축제나 다름없는 도서전이 고창군에서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책마을해리'에서 열렸다. 축제 세 번째 날인 지난 11일 현장을 찾았다. 
  
이웅현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아래 한지연) 사무총장은 "책마을해리는 이대건 대표가 고창군 해리면에서 10년째 운영하는 출판사로 인근엔 모두 작가들이 산다"고 소개했다. 깜짝 놀라 되물으니 "책마을해리가 주민들을 모두 작가로 바꿔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주민들을 모두 작가로 키워놓다니. 얼마나 들인 공이 많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책마을해리는
  
책마을해리를 이끌어가는 이대건 대표
▲ 이대건 대표 책마을해리를 이끌어가는 이대건 대표
ⓒ 박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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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도서전이 열린 '책마을해리'는 책을 좋아하고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익숙하다. 나성초등학교를 개축해 만든 책마을해리는 책과 관련한 이야기가 샘솟는 공간이다.

이대건 책마을해리 대표는 증조부가 1939년 건립한 나성초등학교가 2001년 폐교 위기에 놓이자 두 딸과 아내와 함께 이곳에 내려왔다. 인문학과 동학을 연구하며 미래 작가를 양성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불 보듯 뻔한 어려움이 예고된 농촌에서의 삶이었지만 나성초등학교는 이제 이대건 대표 부부의 노력과 정성으로 재탄생했다.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인문학 멘토가 운영하는 '책마을해리'라는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책마을해리 전체를 둘러봤다. 운동장은 '책뜰'이라는 이름이다. 어울린다. '바람언덕'이라는 조그만 야외강연장과 대나무하우스도 멋들어진다. 암벽타기 벽이 설치된 '동학평화도서관'이라는 나무집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전국의 어린이 청소년 양서를 가득 모아둔 '버들눈도서관'과 80년대까지 한지공장이 있던 고창의 역사를 살린 한지활자공방, 다양한 마을신문과 지역출판사 책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한 '책숲시간의숲' 등 볼거리가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온다면 책으로 이렇게 다양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유의미한 시간을 만들 수 있겠다.
 
청소년 작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 곳. 자연과 어우러진 대화의 공간
▲ 바람언덕 청소년 작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 곳. 자연과 어우러진 대화의 공간
ⓒ 박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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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무 위 도서관
▲ 동학평화도서관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무 위 도서관
ⓒ 박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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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도서전, 어떤 행사가 있었나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지역에 살다, 책에 살다'였다. 지역출판생태계의 꿈틀거림을 화두로 삼아, 지역이 살아나는 바탕은 책과 출판생태계의 건강한 살림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뜰에는 4일 내내 제주, 수원, 고창, 대구 등 지역출판사들의 책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부스가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지역출판사들이 출간한 책을 10% 할인해서 판매하는 부스도 열어 동네서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책을 바로 살 수 있게 했다.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했다. 낭독회는 물론 거의 매일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특별한 것은 어린이 작가, 청소년 작가, 할매 작가 등 다양한 계층의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 특히 고창, 순천, 하동, 칠곡, 제주 할매들 '삶의 기록'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글을 쓰고 작가가 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다
▲ 할매작가들 글을 쓰고 작가가 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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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된 영화 상영도 이루어졌다. 북씨네토크에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김상호 감독과의 대화가 열렸고, 북씨네투어라는 이름으로 고창의 대표 관광지 고창읍성과 청보리밭 등을 탐방하는 버스도 운행했다.

일본의 출판역사 등 출판과 관련한 역사를 살펴본 지역출판포럼도 열렸고 천인독자상 시상식도 개최됐다. '천인독자상'은 1000명의 독자가 선정한 책에 포상하는 상으로, 올해 대상은 <도시의 얼굴들>(허정도, 知와you)이 수상했다. 공로상으로는 <청정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김정희, 한그루), <스무 살 도망자>(김담연, 전라도닷컴)가 선정됐다. 이 밖에 책과 관련한 전시, 체험, 공연 등 다양하고도 풍성한 행사는 밤까지 이어졌다.

다음 개최도시는 '대구'
 
정병규 북디자인전이 열린 책마을갤러리
▲ 책마을갤러리 정병규 북디자인전이 열린 책마을갤러리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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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강연 시간에는 지난해 개최도시였던 수원시의 염태영 시장이 '기록의 도시, 인문학의 도시 수원'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염 시장은 "기록은 민주주의다. 기록은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변화를 이끄는 정서적 근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중현 한국지역출판연대 회장과 차기 개최도시인 대구의 김대권 수성구청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개최를 선포했다. 선포식에서 유기상 고창군수는 "이번 한국지역도서전은 한반도의 첫 인문학 수도 고창의 지역사회와 전국 지역출판 문화가 소통하는 중요한 행사였다"라고 밝혔다.

만찬과 축하 공연에서는 4일간 도서전을 열며 수고한 출판인들이 마음껏 열기를 풀었다. 출판인들은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지역도서전이 더 많이 알려져 지역과 책이 공생하는 축제가 되길 기원했다.

지역출판의 가치를 공유한 그들과 그들의 공유가치를 읽고 간 수많은 방문객은 지역출판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갔을까.

4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이대건 대표의 소감이 굵직하게 느껴진다.

"지방소멸 위기론도 있지만 지역이 쉽사리 소멸할 리 없어요. 지역 사람들 속내와 이야기를 발굴하고 유통하는 존재들이 질기게 해오고 있기 때문이죠. 한지연이 매년 추진하는 이 행사는 외부 자원에 기대지 않고 어려운 지역출판의 현실에서 지치지 않고 살아온, 연대하며 스스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랍니다."

질기게 지역의 이야기를 써가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소소한 이야기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질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고창한국지역도서전, #책마을해리, #이대건 대표, #지역출판연대,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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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과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식 교육 문화 생활 소식 등을 전합니다. 지금은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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