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영화제 필름 마켓 풍경.

제72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팔레 드 페스티벌 전경. ⓒ 이선필

  
칸영화제 마켓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화 시장이기도 하다. 1959년 올드 팔레 크롸상트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한 이후 60년, 올해는 그만큼 칸영화제 마켓에 기념비적 한해지만 국내 수입사를 비롯해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도 침체 분위기라는 게 중론이다. 

마켓 참가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칸영화제 측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1990년대 2000여 명의 전 세계 영화인이 마켓을 찾았고, 2018년 기준으로 1만 2000명을 돌파했다. 총 3820개 작품이 마켓에 출품됐고, 1500회 이상 스크리닝이 있었다. 

칸영화제 마켓 화제작은?

올해 역시 이에 준하는 규모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작품 거래는 그리 활발하지 않아 보인다. 14일부터 23일까지 마켓이 진행되는데, 지금쯤이라면 경쟁 부문 작품 거래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하고, 수입업자와 배급사들 사이에서 몇 개의 화제작이 나와야 한다. 

국내 수입사를 비롯해 <스크린> <할리우드 리포터> 영화 산업 기사를 종합하면 현재 마켓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은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의 차기작인 <문폴>이다. 이미 지난 2016년 이 감독의 차기작 소식이 알려졌고, 올해 칸영화제 마켓에 영화가 등장하며 각국 수입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인디펜던스 데이> 등 SF 재난영화에 탁월한 실력을 보인 감독이기에 업계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 

국내수입사 역시 <문폴>(Moonfall) 거래를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후문이다. 재정 상황이 안정적인 두 수입사가 경쟁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한 업체가 약 40억 원의 돈을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 영화의 애스킹 프라이스(Asking Price, 제작사가 원하는 가격)는 250만 달러로 약 30억 원 정도였다. 약 10억 원을 더 얹어준 셈.

<문폴> 외에는 마켓을 달구고 있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게 수입업자들의 중론이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21편의 작품 중에서도 UPI 등 글로벌 직배사 영화와 이미 지난해 거래가 성사된 켄 로치 감독 <쏘리 위 미스드 유>, 다르덴 형제 감독의 <아메드> 등을 빼면 이렇다 할 거래가 보이지 않는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올해 영화제 마켓 분위기가 최악"이라며 "넷플릭스나 AMC 등 OTT 업체나 스트리밍 업체에서 미리 될 만한 영화를 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스트리밍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영화들이 마켓으로 안 나오고 바로 해당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현상 때문"이라 덧붙였다.
 
 제72회 칸영화제 필름 마켓 풍경.

제72회 칸영화제 필름 마켓 풍경. ⓒ 이선필

 
대세는 스트리밍?

또 다른 수입사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칸영화제 주요 경쟁작을 수입해 온 이 수입사 관계자는 "영화제 이전에 경쟁 부문 작품들을 선구매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조심스럽다"며 "평소 같았으면 구매했을 작품이지만 현재 국내 극장에서 예술 및 다양성 영화의 흥행이 어려워지면서 조심스러워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켓 침체 현상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짚었다. 앞서 말한 상업 영화 중심의 극장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OTT 업체들의 증가세였다.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극장 개봉이 아닌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기면서 부가판권 이익을 챙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극장 영화처럼 높은 완성도가 아니더라도 스트리밍 서비스용으로는 잘 팔릴 만한 장르 영화들은 거래가 나름 활발한 편이다. 이런 영화들의 거래 가격 또한 오르고 있다. 살 영화가 없다는 게 그래서 관점의 차이 같다. 

우리 같은 수입사는 힘들지만 중국 쪽 여러 스트리밍 업체들은 반대로 특정 장르 영화를 쓸어 담기도 한다. 또 UPI나 소니 같은 글로벌 직배사가 예술영화에까지 직접 배급을 맡으면서 중소수입사는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인 짐 자무쉬 감독 영화도 UPI 것 아닌가."


이 관계자는 "할리우드 역시 영화 제작 단계에서 배우들 캐스팅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라며 "배우들이 영화 출연보다는 (출연료와 인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TV, 스트리밍 드라마 출연을 선호하기 때문"이라 귀띔했다. 

사실 칸영화제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미 의식하고 있긴 하다. 2017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옥자> 이후 프랑스 극장 협회 등이 강하게 반발해 공식 부문에 이런 스트리밍 업체가 투자 제작한 영화를 받지 않고 있지만, 마켓 한쪽에선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각국 영화들을 데이터베이스화 시키고 있었다. 
 
 제72회 칸영화제 필름 마켓 풍경.

제72회 칸영화제 필름 마켓 풍경. ⓒ 이선필

  
 제72회 칸영화제 필름 마켓 풍경.

제72회 칸영화제 필름 마켓 풍경. ⓒ 이선필

 
김영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마켓에 DOC 코너라고 전 세계 다큐멘터리를 스트리밍으로 받아서 틀고 미팅 또한 진행하는 곳이 있다"며 "넷플릭스 관계자도 여기서 만나고, 각국 관계자들도 활발히 얘길 나누고 있다"고 알렸다. 이밖에도 칸영화제는 올해 VR 콘텐츠를 확대한 XR 코너를 만들어 가상 현실을 포함한 확장 현실 관련 영화들을 시연하고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침체 분위기가 명확해 보이지만 국내 제작사와 수입사들은 올해 역시 부스를 차려놓고 손님 맞이에 한창이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CJ ENM <기생충>도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NEW에선 <비스트>를 주력해 홍보 중이고, 엠라인은 <나랏말싸미>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을, 올해부터 국제 마켓에 적극 진출하기로 한 리틀빅픽쳐스는 <미스터 주>와 다큐멘터리 <옹알스>, 케이팝스타의 성장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샤이닝 스타>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칸영화제 필름마켓 봉준호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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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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