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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군대에 갔습니다.
 아들이 군대에 갔습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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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면회 갈까?"
"굳이? 다음 주에 와서 외출이나 시켜줘!"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엄마가, 다른 훈련병들은 면회 와서 내무반 밖에서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을 만나는데 군대에 간 아들 혼자 덩그러니 내무반에 남아 외롭고 서러울까 봐 2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 아들을 보러 가겠다는데 "굳이"라니요.

나는 가고 싶은데, 아들이 오라고 해야만 갈 수 있는데, 아들이 나를 거부하는 것 같아 '엄마가 가겠다는데 못 오게 해? 치사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이 군대에 갔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백일이 넘을 때까지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잠만 자서 '이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걱정하게 만들었던 큰아들이 지난 4월 군대에 갔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입대하기 한 달 전부터 집에서 쉬며 낮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밀린 잠을 자는 건지 하루종일 자다가, 해가 지면 뽀르르 나가서 친구며 선후배를 만나 이별주를 나눈 덕에 저녁이면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며 들어오던 아들 녀석이었습니다.

취중진담이라고 했던가 "남자라면 군대는 당연히 가야지" 하며 특기병으로 자원했던 아들 녀석이 가끔 "군대 가기 정말 싫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때면 '누구 아들은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데 군대 안 가고 공익요원이라며 집에서 출퇴근하던데 나는 그럴 능력이 안 돼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5주간의 육군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 배치 전 후반기 교육을 받는다며 육군방공학교라는 곳으로 입소한 때가 지난 16일입니다. 육군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육군방공학교로 이동한 후 처음 맞는 주말을 앞두고 아들녀석은 "가족들이 보고싶다"며 "주말마다 면회가 가능하니 와주면 안 되겠냐"고 전화를 하더군요.

군대 간 아들이 가족이 보고 싶다는데 당연히 가겠다고 했죠. 하여 논산 육군훈련소 퇴소식이 있던 지난 14일 먹고 싶다던 통닭이며 족발, 피자, 햄버거, 치즈케이크, 불고기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주변 펜션을 빌려 하루동안의 퇴소식 축하 잔치(?)를 한 지 5일 만에 다시 군대 간 아들 녀석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혹여 아들이 기다릴까 아침 9시 면회 시작 시간에 맞춰 달려가는 길은 이른 시간이라 차들이 별로 없는데도 왜 그리 막히던지... 10시를 훌쩍 넘겨 도착해 만난 아들은 다행히 군대 생활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란 게 참 그렇더군요. 세 시간가량은 아주 천천히 흐르더니 내무반으로 돌아가야할 때가 다가오자 빛의 속도로 갑니다. 한달 반이라는 시간을 잘 견뎠고 앞으로 남은 시간들도 잘 견뎌 내리라고 믿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건 왜인지...

속상했지만... 힘이 되어줘야겠습니다

그렇게 아들과 육군방공학교에서의 면회를 마치고 '다음 주에도 가야지' 마음 먹고 있었는데 반가워할 줄 알았던 아들 녀석은 '괜찮다'며 '다음 주는 오지 않아도 된다'더라고요. 주말임에도 쉬지 못하고 왕복 6시간 정도를 달려 자신을 보러오는 가족들이 걱정돼서 그런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이 왠지 서운해서 한동안 시무룩해지더군요.

지금이야 두어 시간 거리에 있어 큰 부담 없이 달려갈 수 있지만 자대 배치가 강원도가 되면 당일 면회는 꿈도 못 꾸고 2박 3일은 돼야 면회가 가능할 것 같아서 '볼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아들은 그 거리를 달려올 가족이 걱정스러웠나 봅니다.

면회를 마치온 그 날 저녁 '잘 도착했냐'며 '와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끝으로 아들 녀석은 전화 한 통 없고, 오지 말라는 면회를 고집 피워 갈 수도 없고, 후반기 교육이 끝나는 마지막 주말에 부대 밖 외출이 허용된다고 하니 그날 아들 녀석에게 달려가 힘이 되어줘야겠습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군인의 길에 한발짝 더 다가가야 할 테니까요.

TIP : 아들은 논산육군훈련소에서 5주간 훈련을 마치고 세종시에 있는 육군방공학교에서 3주간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방공학교에서 3주간 머무는 동안 주말마다 면회가 가능하고요, 한 번은 부대 밖 외출이 허용됩니다. 면회는 별도로 복지관 건물에 마련된 테이블이 면회실에서 이뤄지고, 방공학교 내에 조성된 숲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

유아나 어르신이 있는 경우 훈련병이 미리 부대에 신청하면 면회용으로 방공학교 내에 있는 별도로 마련된 4개의 면회실 중 한 곳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1 만원이 추가되고, 면회실은 노약자 우선 선착순입니다. 방문객들도 PX에서 물품 구입이 가능하고 주말에는 낮 12시 30분까지만 문을 엽니다.

태그:#육군방공학교, #면회, #육군훈련소, #군대, #문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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