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왼쪽)과 윤종신의 음악은 최근 일부 마니아들의 시티팝 유행을 통해 재평가되고 있다.

김현철(왼쪽)과 윤종신의 음악은 최근 일부 마니아들의 시티팝 유행을 통해 재평가되고 있다. ⓒ 에프이 엔터테인먼트, 미스틱스토리

 
지난주 김현철과 관련된 신작이 나란히 공개되어 묘한 흥미를 선사했다. 무려 13년이란 오랜 침묵을 깬 김현철의 10집 프리뷰 음반, 그리고 그의 명곡 '춘천가는 기차'를 리메이크한 태연+윤종신의 합작 싱글이 그 주인공이다. 

오랜 친분을 지닌 두 사람 모두 자의건 타의건 간에 1980년대 일본 시티팝(City Pop) 혹은 AOR(Adult Oriented Rock)의 한국적 재해석을 시도한 인물이기에 이들의 신보 발표는 제법 눈 여겨볼 만한 움직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불고 있는 음악인들의 시티팝 창작 유행에 비해 아직은 소수 마니아들의 기호품 정도로 머물고 있는 시티팝이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시대의 '레트로' 장르로 정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현철, 윤종신의 신작들은 제법 시사하는 바가 크다.  

13년만의 귀환...김현철 < Feㅇ's 10th : Preview >
 
 김현철의 새 음반 < Fe's 10th - Preview > 표지

김현철의 새 음반 < Fe's 10th - Preview > 표지 ⓒ 에프이 엔터테인먼트

 
요즘 젊은 시청자들에겐 그저 MBC <복면가왕>의 연예인 패널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김현철이지만, 1990년대까지 그의 음악적 위상은 결코 가볍게 흘려버릴 것이 아니었다. 본인의 솔로작 외에도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장혜진, 이소라 등의 음반은 그 시절 가요계 한 축을 담당했던 발라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 Fe's 10th : Preview >에 수록된 총 5곡은 크게 3가지 줄기로 나눠진다.  'Drive', 'Tonight Is The Night'은 일본 시티팝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1970~1980년대 미국 AOR 음악에 상당 부분 의지한다. 보즈 스캑스(Boz Scaggs)에 대한 기억을 다시 꺼내도 좋을 만큼 찰랑거리는 기타 리듬과 브라스, 말랑말랑한 느낌의 키보드 등이 곡 전체를 지배하면서 초여름에 접어든 요즘 분위기도 적절히 녹아들어간다.

이와 달리 화사와 휘인(마마무)의 보컬로 담아낸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김현철 본인의 목소리로만 채운 '열심'은 그가 가장 잘했던 1990년대식 발라드를 오랜만에 전면에 등장시킨다. 음반의 끝을 장식하는 '웨딩왈츠'는 3박자 리듬이 시작되는 순간 "옥상달빛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가장 이질적인 채취를 물씬 뿜어낸다.

예전 김현철의 음악을 좋아했던 분들에겐 과거의 추억을 다시 살려낸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울 만한 작품이다. 반면 지난 2002년 <그리고 김현철>에서 시도했던 후배 음악인들과의 협업이라는 방식을 또 다시 선택한데다 새로움 혹은 도전이라는 측면에선 특별함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약점도 드러낸다.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명인의 컴백작이 아닐 수 없다.

그 시절 명곡의 재해석... 윤종신+태연 '춘천가는 기차'
 
 태연의 보컬로 녹음된 '춘천가는 기차'가 담긴 < 2019 월간 윤종신 5월호 별책부록 > 표지.

태연의 보컬로 녹음된 '춘천가는 기차'가 담긴 < 2019 월간 윤종신 5월호 별책부록 > 표지. ⓒ 미스틱스토리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이한 패션 브랜드 빈폴과 <월간 윤종신>이 손잡고 진행중인 캠페인 '이제 서른'은 그 시절 명곡들을 새롭게 만드는 기획을 매월 진행하고 있다. <월간 윤종신 별책부록>이란 이름을 달고 지난달 장범준의 목소리로 녹음된 '그대 떠난 뒤'(빛과 소금 원곡)에 이어 두 번째로 선택된 노래는 김현철의 명곡 '춘천가는 기차'다. 

보사노바 풍의 차분한 멜로디와 20대 방황하는 청춘의 느낌을 녹여낸 가사가 잘 어우러져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곡을 동료 윤종신은 태연(소녀시대)의 힘을 빌려 전형적인 1980년대 일본 시티팝 장르의 프로듀싱으로 재해석했다.

지난 2017년부터 'Welcome Summer', 'Summer Man', 'Night Drive' 등의 신곡에서 시티팝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드러낸 윤종신이었던 만큼 이런 편곡 선택은 오히려 당연한 결정처럼 보인다. 통통 튀는 전자 드럼과 슬랩 베이스 연주, 쉼없이 울려 퍼지는 코러스 등 요즘에 보기 힘든 과장된 소리를 담으며 노골적으로 30년 전 음악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윤종신의 주요 시티팝 노래들과 SUV(UV+신동)의 'Marry Man', 토이의 'Goodbye Sun, Goodbye Moon' 등에서 1980년대 복고풍의 사운드를 절묘하게 만들어낸 작/편곡가 송성경의 작업은 그 시절 편곡 명인이던 고 김명곤(나미, 소방차 등 담당)의 부활마냥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역류해 나간다.  

태연이 그동안 들려준 노래들과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춘천가는 기차'는 기대 이상의 합을 보여준다. 이처럼 그녀가 능력있는 보컬리스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점은 이 곡이 발휘하는 큰 미덕 중 하나다. 

다만 1980년대 소리의 재현에 큰 비중을 둔 탓에 일부 음악팬들의 지적처럼 태연의 목소리가 종종 악기 연주에 묻혀버리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세밀한 후반 믹싱 및 마스터링 작업이 이뤄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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