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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게임중독" 질병코도 도입 반대 공대위 발대식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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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현수막 안에는 '근조, 게임문화 게임산업'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게임'이라고 쓰인 영정도 마련됐다. 참가자 중 다수는 상복처럼 검은 양복을 입고,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달았다.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게임질병코드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 출범식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다수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몰려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지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B위원회에는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추가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부문의 하위 항목으로 분류되며 '6C51'이라는 코드가 부여됐다. 오는 2022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준이 된다.

이 의결에 따라 학부모단체‧보건계 중심으로 찬성 입장을 피력하고 있고, 게이머들과 게임업계를 중심으로는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8일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이에 대해 "기대는 체계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게임이용 장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고, 우려는 게임 이용자에 대한 부정적 낙인과 국내외 규제로 게임산업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와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논쟁은 정치권으로도 옮겨 붙었다. 지난 28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동두천시연천군)이 주최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도 이런 맥락이었다. 29일 공대위의 출범식과 기자회견은,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게임업계 움직임의 신호탄이었다.
 
"게임 향한 반감과 멸시, 질시의 결과"


현장에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 황성익 모바일게임협회 회장, 김병수 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뒤에 걸린 현수막에는 게임질병코드도입반대 참여단체 53개의 연명도 포함돼 있었다. 사회를 맡은 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사업실장은 현재까지 참여한 협회‧단체 등이 90여 개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위정현 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오늘 이 자리는 흔히 국회에서 하는 정책토론회 자리가 아니라, 게임문화와 게임산업의 장례를 치르는 장례식 현장"이라며 "게임은 젊은이들의 문화이고, 미래산업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4차산업의 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의 원조이기도 한 한국 게임이, 20년 짧은 역사 속에서 뭘 잘못한 것인가 하는 회한과 자괴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게임문화의 장례를 치르는 데 조의를 표하는 건, 게임문화가 젊은이의 문화, 미래의 문화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에 대한 반감과 멸시, 질시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과거의 게임문화, 구 게임문화를 떠나보내는 장"이라며 "또 한편으로 우리는 새로운 게임 문화, 새로운 게임 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장으로서도 오늘의 행사를 자리매김하려고 한다"라고 다짐했다.

다음 순서로 참석자들은 미리 준비한 애도사를 낭독했다. 이들은 '게임 질병코드 지정에 관한 애도사'를 통해 "소식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에 휩싸였다, 탄식만이 맴돌았다"라며 "과거의 실수에 깊은 회한에 빠지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자 한다"라며 "게임이 문화가 아니라는 자들에 대항하여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그들은 이제 게임뿐만 아니라 인터넷, 유튜브, 영화, 만화에도 이러한 굴레를 씌우려고 시도할지 모른다"라며 경계했다. 또한 "우리는 이스포츠(e-Sport)의 종주국이며 게임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라며 "우리의 이 자부심은 과거의 영광이 될지 모른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게임은 완벽하지는 않다"라면서도 "우리는 그 완벽하지 못한 모습의 게임을 좋아했다, 게임을 게임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게임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게임 자유 선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게임은 우리 젊은이들의 살아 있는 문화"라면서 게임의 순기능들을 설명했다. 이어 "게임은 지금 현대판 '마녀'가 되어가고 있다"라며 "19세기에는 소설이 그 대상이었다, 20세기에는 TV였다, 21세기에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새로운 악을 찾았고 낙인을 찍었으니 그것이 바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고자 한다"라며 "게임이 청소년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들의 삶에 위안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첨언했다.

"질병코드 도입 취지에는 공감... 낙인효과 안 돼"

위정현 회장은 일부 게임 이용자가 지나친 과몰입으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저희 학회뿐만 아니라 게임산업협회, 모바일게임협회, 게임개발자협회 모두 충분히 (WHO의 질병코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라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힐링센터가 전국에 있다, 그 힐링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데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협회가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과몰입 이슈가 중요하기 때문에, 과몰입 가능성 있는 분들에 대해서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라고 첨언했다.

그러나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낙인 효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공대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중소기업벤처부 등 게임관련 범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공대위 상설 기구화 ▲사회적 합의 없는 KCD 도입 강행시 법적 대응 ▲보건복지부 장관 항의 방문 및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위원, 국회의장 면담‧게임질병코드 관련 국내외 공동연구 추진 및 글로벌 학술 논쟁의 장 마련 ▲게임질병코드 도입 FAQ 제작 및 배포 ▲게임질병코드에 맞설 게임 스파르타 300인 조직 및 범국민 촛불운동 시작 ▲게임질병코드 관련 모니터링팀 조직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대 활동 강화 ▲범국민 청와대 국민청원 등 10가지 향후 계획을 제시했다.

태그:#게임질병코드,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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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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