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저물어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와 아스널의 시대에 하나의 마침표가 찍혔다. 두 팀 모두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아래 UCL) 진출에 실패했다. 2000년대 들어선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아스널은 30일 오전 4시(한국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 첼시와 대결에서 1-4로 대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경기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후반전 초반 올리비에 지루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한 후 크게 흔들리며 무너졌다.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면 다음 시즌 UCL 본선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었지만, 준우승으로 물거품이 됐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5위에 그친 아스널은 다음 시즌도 유로파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

이로써 맨유와 아스널의 다음 시즌 UCL 동반 불참이 확정됐다. 리그 6위로 이미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참가가 결정된 맨유는 아스널과 사이좋게(?) 유로파리그 우승을 두고 다투게 됐다. 1996-1997 시즌부터 적어도 한 팀은 UCL에 참가했던 두 팀의 동반 기록은 다음 시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퍼거슨과 벵거 시대의 완벽한 종말

두 팀의 UCL 본선 동반 불참은 길었던 한 시대가 완전히 종말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예고된 결과다. 2016-2017 시즌에도 아스널이 리그 5위, 맨유가 리그 6위를 차지하며 UCL 티켓을 둘 다 놓쳤지만, 해당 시즌에 맨유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며 두 팀의 동반 탈락은 잠시 미뤄졌을 뿐이다.
 
 2007년 7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이 20일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맨유와 서울FC의 친선경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07년 7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이 20일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맨유와 서울FC의 친선경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두 클럽의 영광은 이제 과거다. 우승을 기본으로 최소 3위 안에 들었던 맨유도, 다이나믹한 축구로 리그 무패 우승을 일궈냈던 아스널도 현재로서는 역사의 기록이 됐다.

먼저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의 향기를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맨유의 행보는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 가까이 맨유 지휘봉을 잡고 무수한 트로피를 선물한 퍼거슨의 업적을 상대적으로 더욱 빛나게 할 정도로 추락했다.

우승은커녕 4위권 싸움도 쉽지 않은 흐름이고, 부진한 성적 탓에 감독은 자주 교체되고 있다. 한 팀으로 뭉쳐 승리를 갈망하던 맨유 선수단은 잡음 가득한 집단이 됐다. 더이상 상대팀은 맨유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스널도 마찬가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능력만 회자되고 있다. 아스널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일궈낸 성적이 화려했다. 벵거 감독은 신 구장 건설로 빚더미에 앉은 구단 사정에 맞는 선수 영입과 전술로 팀을 상위권에 유지시킨 바 있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널 감독이던 당시 아르센 벵거 ⓒ 연합뉴스/EPA

 
지난 시즌을 끝으로 물러나 벵거의 후임자인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이번 시즌 나름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과적으로 리그 5위에 그쳤고 유로파리그 트로피도 놓치며 첫 시즌은 실패로 귀결됐다. 에메리는 벵거가 보여줬던 참신함과 전술적 탁월성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벵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1996년부터 퍼거슨이 은퇴를 선언한 2013년까지 두 명장은 18년 가까이 자웅을 다퉜다. 그 사이 두 클럽이 따낸 트로피 개수만 합계로 36개(맨유 24개, 아스널 12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제 두 클럽은 트로피는커녕 다음 시즌 UCL 티켓도 따내지 못할 정도로 부진한 성적을 내고 말았다. 굴욕을 겪은 두 구단이 다음 시즌 어떤 모습으로 다시 UCL 무대 복귀를 노릴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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