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 CJ ENM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던 그 날 최우식, 박소담은 이미 한국에 있었다. 일정상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보다 먼저 귀국했던 이들은 인터넷 생중계로 혹은 다음 날 사진과 영상을 통해 수상 소식을 접하고 그 기쁨을 나눴다. 

30일 개봉을 맞아 국내에서 <기생충> 주역들이 다시 인터뷰 중이다. 앞서 칸영화제 기간 중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라운지에서 만난 박소담과 최우식은 "레드카펫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최우식은 각종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며 레드카펫 행사를 연구(?)했고, 박소담은 그와 반대로 생생한 현장을 느끼고 싶어 전혀 찾아보지 않고 영화제에 참석했다는 후문.

"대본 읽은 후 뭔가 허했다"

<기생충>에서 박소담과 최우식은 남매로 분했다. 기우(최우식)는 반지하 방에 살며 하루벌어 먹고 사는 기택(송강호) 가족이 부유한 박 사장(이선균) 저택에 순차적으로 취직하게 하는 데 시발점이 된다. 여기에 더해 기정(박소담)은 특유의 손재주로 박 사장네 신임을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두 캐릭터 모두 극의 사건 전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영화가 세계적으로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경제 계급을 풍자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두 사람은 대본을 처음 본 후 어떻게 해석했을까. 

"읽고 나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뭔가 아주 특별한 가족이 나오는 게 아닌데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뻥 뚫려서 뭔가 허하기도 하고, 멍해지기도 했다. 혼자 되게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촬영 전까지 그래서 선배님들과 감독님과 빨리 얘기하고 싶었다." (박소담)

"같이 웃고 즐길 수만은 없는 작품 같았다. 뭔가 팝콘 무비는 아니었고, 어떤 캐릭터를 봐도 관객에 따라 감정이입될 수 있는 영화였다. 보고 나서 서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역할 하나하나에 저마다 스토리가 있는데 모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최우식)


 
 영화 <기생충> 팀.

영화 <기생충>에서 장남 기우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 ⓒ CJ ENM

  
 영화 <기생충> 팀.

영화 <기생충> 에서 막내 기정 역을 맡은 박소담. ⓒ CJ ENM

 
전원 백수 가족의 특별함

봉준호 감독이 첫 촬영을 앞둔 두 사람에게 가장 먼저 요구했던 건 바로 자연스러움이었다. 박소담은 "사실 우식 오빠를 만나기 전까지 서로 닮은 걸 인정 안 했다"며 "감독님께선 우리에게 멋쩍어하시며 잘 씻지 않아 더럽고, 최대한 내추럴 한 모습으로 왔으면 하셨다"고 당시 일화를 전했다. 그렇게 기택과 충숙(장혜진), 기우, 기정의 조합이 완성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박 사장 집에 기생하는 이들이 얄미워 보일 수 있고, 한편으론 경제적으로 몰락한 우리 사회의 어떤 가정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애잔해질 수도 있다. 
 
 <기생충> 스틸컷

<기생충>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아버지가 악하지 않고, 엄마도 착해서 우리가 모나지 않게 자란 것 같다. 전 기우와 기정을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에서도 그런데 실제로 소담과 오빠 동생 이런 호칭을 잘 안 했다. 누가 오빠이고 누가 누나인지 모를 느낌으로 가길 감독님이 원했거든." (최우식) 

"기택 가족이 전원 백수긴 하지만 누가 돈 못 벌어온다고 미워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기정이가 제일 막내지만 동시에 상황 판단이 가장 빠른 친구다. 실제 제 모습에도 그런 게 있다. 누군가 어리바리하고 있으면 가만히 있질 못한다. 집에서는 제가 장녀다. 동생이 둘이다." (박소담) 


지난 21일 현지에서 첫 공식상영 직후 최우식과 박소담은 관객의 환호와 박수에 많이 상기돼 있었다. "'브라보!'라고 외치는 소릴 많이 들었다"는 최우식은 "어떤 외국 기자 분이 제게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여행을 같이 다녀온 것 같다'고 하셨다"라고 반응을 소개했다. 박소담 역시 "영화제 기간 중 절 알아보시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라며 "너무 기분 좋았다"라고 전했다.

두 사람에게 제목의 이유를 짐짓 물었다. 이 가족들 이야기에 왜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봉준호 감독님 전작 중 <괴물>이 영어로 호스트지 않나. 이번엔 패러사이트(parasite)인데 의도치 않게 영어로 더욱 호기심을 끄는 것 같다. 제목은 기생이지만 전 나름 공생이라고 생각한다. 기우가 박 사장 큰딸에게 과외도 해주고, 기정은 막내아들의 미술 선생을 해주잖나. 무조건 우리가 이들에 기생하는 건 아니다." (최우식)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어딘가에 누군가에 기댈 때가 있잖나. 저 역시 엄마에게나 제가 키우는 강아지에게도 기댈 때가 있다.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다. 때론 뭔가 도움을 요청할 때도 있고, 좀 더 강하게 요구할 때도 있다. 제목이 그런 부분들을 담고 있는 건 아닐지." (박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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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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