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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 비룡산 구룡사입니다.
 경북 김천 비룡산 구룡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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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충북 옥천과 영동, 경북 상주와 김천 일대에서 하룻밤 푹 묵어 갈 절집 소개를 부탁했습니다. 절 이름이 줄줄이 나오데요. 많은 절집 중 귀에 쏙 들어온 절이 있었으니. 지난 1일, 강한 끌림을 쫓아 찾은 곳은 경북 김천 부항면 '비룡산 구룡사'입니다.

충북 옥천에서 경북 상주를 거쳐 김천까지 굽이굽이 구비 길을 돌고 돌았습니다. 몸은 '백회'가 스스로 열린 상태. 뿐만 아니라 백회 주변까지 스스로 활발히 움직입니다. 하늘 기운을 받고 몸의 탁한 기운을 내뱉는 현상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아시다시피 백회는 머리꼭지에 있으면서 의식을 각성시키는 혈 자리입니다. 인연이지 싶습니다.

달리고 달리던 막바지, 구룡사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 순간, 목 뒤 뇌에서부터 백회에 이르는 뇌가 스스로 반응합니다. 무엇인가 잡아당기는 듯한 격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알아차림! 이러한 현상들은 '돈오' 후 생긴 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무슨 일일까. 두고 볼 일입니다.

구룡사는 스님 혼자 계시는 독사찰입니다. 오후에 찾기로 했는데 일정이 앞당겨져 오전에 도착했습니다. 여건이 맞지 않으면 다른 사찰로 옮길 계획이었지요. 그러나 백회와 뇌의 반응으로 보면 그럴 일은 없을 걸로.

포대화상 게송 읽으며 혼자 배시시 웃다
 
김천 비룡산 구룡사에 있는 포대화상과 게송입니다.
 김천 비룡산 구룡사에 있는 포대화상과 게송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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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포불면(夜夜抱佛眠) 조조환공기(朝朝還共起)
기좌진상수(起坐鎭相隨) 어묵동거지(語默同居止)
섬호불상리(纖毫不相離) 여신영상사(如身影相似)
욕식불거처(欲識佛居處) 지저어성시(只這語聲是)

밤마다 부처를 안고 자다가 아침마다 같이 일어난다.
앉으나 서나 서로 붙어 다니고 말을 하며 같이 머물고
털끝만큼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니 몸에 그림자 같구나
부처가 사는 곳을 알고 싶은가 지금 말하는 이놈이니라


구룡사 대웅전 아래 포대화상 동상 옆에 붙은 '포대화상 게송'입니다. 포대화상은 "중국 고승으로 정웅대사입니다. 늘 작대기에 포대 자루를 메고 다니면서 동냥한 것을 담았기에 생긴 별명"이랍니다. 미륵보살의 현신으로 여긴다나. 게송(偈頌)이란? "도를 깨우친 경지를 표현하기 위한 불교 시의 한 형식"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깨달음을 선포하는 글입니다.

글을 읽으며 배시시 웃습니다. 게송에서 말하는 '이놈'이란 '나의 본래 주인'을 일컫습니다. 늘 나와 함께 있기에 나와 한 몸이며, 따로 떨어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를 불가에선 '참나' 혹은 '공적영지(空寂靈智)'라고 합니다. 도가에선 '허령지각(虛靈知覺)', 유가에선 '양지(良知)'라 부릅니다. 기독교에선 '성령(聖靈)' 등으로 불립니다.
 
김천 비룡산 구룡사 미륵보살입니다.
 김천 비룡산 구룡사 미륵보살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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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유가에서 '양지' 등으로 표현

불가가 들어오기 전, 유가에서도 이미 깨달음을 '양지(良知)'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인 '성(性)'과 '인(仁)'을 발견합니다. 진리를 향한 마음, 즉 하늘의 도를 밝히는 것은 사서삼경 등 동양고전의 주제입니다. 일례로, 『맹자(孟子)』 <진심장>에는 하늘을 아는 '양지'와 관련한 내용들이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마음이 극진한 사람은 자기의 본성을 알게 되고, 그 성리를 알면 하늘의 이치(天理)를 알게 된다." <盡其心者(진기심자) 知其性也(지기성야) 知其性則知天矣(지기성즉지천의)>

"늘 행하면서도 드러내지 못하며, 습관적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살피지 못하며, 평생토록 그 도(道)에 말미암아 살면서 그것을 알지 못하는 자가 일반 백성이다." <行之而不著焉(행지이불저언) 習矣而不察焉(습의이불찰언) 終身由之而不知其道者衆也(종신유지이불지기도자중야 )>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양능(良能)'이며, 생각하지 않고도 아는 것, 그것이 '양지(良知)'이다." <人之所不學而能者(인지소불학이능자) 其良能也(기량능야) 所不慮而知者(소불려이지자) 其良知也(기량지야)>
 
김천 비룡산 구룡사 대웅전 불상입니다.
 김천 비룡산 구룡사 대웅전 불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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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은 하나, 표현 차이만 존재할 뿐!

자기를 알고자 하는, 깨달음을 향한 마음은 기독교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독교는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령(聖靈)' 삼위일체를 강조합니다. 동양에선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으로 부를 뿐입니다. 이는 자기 안에 존재하는 공(空)의 또 다른 언어입니다. 그러니까 동양과 서양의 언어적 표현 차이일 뿐 매 한가지인 거죠.

사람이 동양에 산다고 다르고, 서양에 산다고 다르던가요. 인간, 생명의 본질은 같습니다. 하여, 자기 종교만 최고라 여기며 싸우는 무지몽매한 인간의 어리석음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상호 존중만이 모두를 편안케 할 것입니다. 그럼, 『성경』 <요한복음>에 나오는 '하느님 아버지'. 즉, '참나'의 예를 볼까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느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느님이시니라 그가 태초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요한복음 1장 1~3절)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너희가 나를 알았더면 내 아버지도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로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를 알았고 또 보았느니라"(요한복음 14장 6~7절)

"저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저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저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그러나 너희는 저를 아나니 저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요한복음 14장 17절)

천지인, 세상의 이치를 알다
 
구룡사 덕지스님이 내신 오미자차입니다. 색깔이 곱습니다.
 구룡사 덕지스님이 내신 오미자차입니다. 색깔이 곱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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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천 물소리와 천지간 새소리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이게 바로 자연의 소리지요. 여기에 목탁소리가 더해지니 천(天)·지(地)·인(人), 비로써 천하 우주 만물이 완성됩니다. 산사 둘러보기를 마치고 이미 머물러 있는 자를 찾습니다. 덕지 스님, 글을 쓰다 말고 객을 맞습니다. 오미자차를 두고 마주 앉습니다.

- 다른 절집 마다하고 여기 구룡사에 오게 되었습니다. 인연이 깊나 봅니다.
"구룡사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에 아이 못 낳는 사람이 있었는데 기도를 통해 내리 아홉을 낳았다고 합니다. 또 '비룡봉하 구남천에 연꽃을 펼쳐 놓은 곳이 있으니 만개사라 칭하라'는 계시를 받고, 무애선사가 만개사를 개산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대웅전 터파기를 할 때 갑자기 두 어린이가 나타나 하는 말이 '만개는 하였다. 용이 좋아하는 물이 모여 호수가 된다. 그러니 구룡사로 바꾸어라' 해서 구룡사로 부릅니다. 이후 인근에 댐이 건설되었습니다."

- 오미자차 오랜만에 마십니다.
"감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려 낸 차입니다. 인생이 그러하듯 복잡한 거보다 단순하고 간단한 게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 오미자 맛을 살렸습니다. 오미자의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을 즐기세요. 그중 신맛이 강합니다."

- 한 말씀 하시지요.
"물도 페트병 큰 거 하나를 마시라면 못 마십니다. 그러나 차로 마시면 홀짝홀짝 언제 마신 줄도 모르게 다 마십니다. 술도 마찬가집니다. 희한하게 세상 이치도 이와 같습니다."

스님, 방온 거사(龐蘊居士 ?~808)의 열반 게송을 조용히 읊조립니다.

空花落影 (공화낙영) 허공 꽃은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陽焰飜波 (양염번파) 아지랑이는 파도위에서 일렁인다.

태그:#김천, #비룡산 구룡사, #덕지스님, #포대화상 게송, #오미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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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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