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뉴스는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임에도 첫 기사와 비교해서 덧붙여지는 사실을 합한 뒤이어지는 기사를 보면 참 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사건을 다룬 뉴스를 보고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조각들에 대해 제멋대로 추측해나가는 네티즌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를 보다보면 이런 일련의 사태를 그대로 답습한 듯한 플롯을 차용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살아남은 아이 포스터 ⓒ CGV아트하우스, 엣나인필름
아들이 물에 빠진 기현을 구하려다 죽었다. 그리고 성철과 미숙은 죽은 아들의 명예를 기리는 표창장을 대신 받았다. 이후 그들은 아이를 잃은 아릿한 심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영화는 답하듯 은찬의 엄마는 그의 친구를 찾아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하고 아빠는 죽은 아이 대신 살아난 기현에게 밥도 먹여주고 일자리도 주면서 떠난 은찬을 느끼려 하는 부분을 연이어 보여준다.
▲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엣나인필름
뒤이어서 밝혀지는 사실, 그리고 진실에 한발짝씩 다가갈 때마다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경 변화를 보면 보는 내가 조마조마해진다. 진작에 생긴 상처를 헤집는 탓에 성철과 미숙의 아픔을 볼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은찬의 흔적이라도 느끼고 싶어 밥을 사주던 아들의 친구는 은찬의 죽음을 방관했던 게 진실이고 은찬 대신 살아남은 아이 기현은 자신들의 폭력으로 죽어버린 아들의 죽음의 사인을 조작한 장본인이었다.
영화는 진실을 알기 전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아이의 부모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당장 밥 먹을 돈이 없는 기현에게는 자신의 기술을 가르쳐주고 필요한 물품을 주고 가족 나들이에도 껴 주는 등 은찬의 부모가 얼마나 인간적인 사람들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 살아남은 아이 성철, 미숙, 기현 즐거운 한때 ⓒ CGV아트하우스, 엣나인필름
아이러니하게도 성철과 미숙의 이같은 사랑에 기현은 결핍을 채워나갔고 이후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한다.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에 결핍이 많은 아이의 성장이야기를 끼워넣은 건 좀 잔인하다 싶다. 사건 위주로 드라마적 요소 없이 사실만을 나열하는 뉴스가 차라리 낫겠다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이 영화가 유일하다.
충분히 죄책감에 시달렸고 진실을 말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싶은 기현이 마지막 성철의 부름에 활짝 웃었던 것은 아직도 결핍에 시달리는 기현이 여전히 이들 부부의 사랑에 감동했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마지막 피크닉은 즐거웠을까? 성철과 미숙이 사건 전말을 안 그 순간 취할 수 있는 방어란 이것뿐이었다는 것이 공감이 가면서도 해맑은 기현의 웃음이 생각나서 잠시 찝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