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법적조치 포함해 방송 완성에 최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국내 힙합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은 MBC TV 힙합 경연 프로그램 '킬빌'이 '빌보드 입성'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장기간 결방 중이다.

25일 방송가에 따르면 '킬빌'은 마지막 11회를 남겨두고 장기 제작 지연 상태이다. 지난 4월 19일 10회가 방송된 지 두 달도 넘은 상황이다.

제작 지연의 원인은 최후의 2인으로 남은 래퍼 도끼와 비와이가 미국 촬영에 나섰지만, 그들에게 곡을 주기로 한 DJ 칼리드와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비와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제작진이 미국에서 촬영이 있다고 해서 사비를 들여 찾아갔는데, 제작진은 오지도 않았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제작사 측은 DJ 칼리드와의 계약 내용은 명백하다며 제작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2개월 이상 제작이 표류하면서 방송사 내부에서도 "사실상 미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MBC 공식 입장은 "방송을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최선을 다하겠다"이다.
 
 MBC 프로그램 '킬빌'

MBC 프로그램 '킬빌' ⓒ MBC

 
'킬빌'은 처음부터 끝까지 '빌보드 점령'을 목표로 했다. 도끼, 비와이, 양동근, 제시, 치타, 산이 등 대표 래퍼들이 경합에 나선 이유도 미국 유명 뮤지션이자 곡만 냈다 하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DJ 칼리드와의 신곡 협업 때문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목표이자 본질이었던 DJ 칼리드와의 접점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서 프로그램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잡음이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사전에 충분한 계약을 통해서 진행했을 것인데 애초에 시작할 때 제대로 계약이 안 됐을 수 있다. 계약으로 움직이는 건 쉽게 파기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거기다 프로그램이 논란도 있었고, 관심도 낮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잘 진행되지 않았을 수 있다"라며 "엠넷 '쇼미더머니'도 해외와 사전에 충분한 교감이 있는 상황에서 진행한다. 여러 가지로 '킬빌'은 무리한 기획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는 출연자 몫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빌보드 차트에 연이어 곡들을 올리자 국내 경연 프로그램들이 너도나도 빌보드, 세계 무대 진출을 외치는 것이 사실이다.

'킬빌' 외에도 엠넷 '프로듀스 엑스(X) 101' 역시 초반 빌보드 진출을 모토로 내세우며 '국민 프로듀서'(투표권을 가진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자 홍보했다.

그러나 여러 프로그램의 사례를 통해 결국 빌보드 진입 여부는 프로그램이나 방송사의 홍보능력이 아니라 경연을 통해 탄생한 아티스트의 능력과 제작진의 꼼꼼한 협업 준비에 달렸다는 게 증명됐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도 통화에서 "근래 방탄소년단, NCT, 블랙핑크가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자주 올리고 있어서 빌보드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가까운 얘기가 된 느낌이 있다"라며 "그러나 빌보드를 너무 쉽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디테일한 접근방식과 체계화가 필요한데, 일부가 성공했다고 '우리는 무조건 다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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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빌 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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