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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마른 대지에 귀한 씨를 뿌리는 것은 싹이 터서 더 큰 수확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2016년 7월 사드(THAAD) 도입 발표 및 2017년 2월 말 도입 결정 이후 중국이라는 밭에 씨를 뿌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실제로 3년 동안 중국이라는 대지를 가진 농부들은 큰 '가뭄'을 겪고 있다.
 
한중일청년혁신창업포럼이 열린 중국 옌타이 금해남힐튼호텔 외경이다. 옌타이개발구 해변가에 위치해 있다.
 한중일청년혁신창업포럼이 열린 중국 옌타이 금해남힐튼호텔 외경이다. 옌타이개발구 해변가에 위치해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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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지난 6월 24일부터 이틀간 중국 옌타이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상호융합과 소통을 통한 미래혁신'(互融互通 共创未来)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한중일청년혁신창업포럼'(中日韩青年创新创业论坛)이 바로 그것. 

기자도 이 행사에 참석해 전체적인 흐름을 봤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것은 미중 패권 대결이 사드로 경색된 한중관계에 주는 영향을 읽고, 기자가 주관하는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대중국 활동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큰 자금을 들여서 이 행사를 추진한 것에서부터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현장에서도 그간 있었던 분열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협력의 목소리가 들렸다. '잔칫집에 재 뿌릴 수 없다'는 기본적 예의도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한중일 세 나라가 화합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공영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렸다. 지금 분위기를 읽고, 향후 3국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그 분위기를 읽어본다.
  
위에서부터 중국청년국제문회교류센터 마싱민, 중청련 이커용, 옌타이 시장 천페이 순이다.
▲ 이번 행사에 참여한 중국측 인사 위에서부터 중국청년국제문회교류센터 마싱민, 중청련 이커용, 옌타이 시장 천페이 순이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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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주최는 중화전국청년연합회(아래 중청련)와 중국국제상회,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이 맡았다. 중청련은 공청단의 중요한 조직 중 하나인 만큼 중국 내 미래 리더그룹의 상당수가 참석했다.

6월 24일 환영만찬에서는 중국청년국제문회교류센터(中国青年国际文化交流中心) 마싱민(马兴民) 주임이, 6월 25일 개막선언은 중청련 대표이자 공청단 서기인 리커용(李柯勇)이 한 것만 해도 이 행사의 중요도를 느끼게 했다.

그들의 말에는 우선 한중일 3국 청년들의 상호 신뢰에 대한 요청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요구가 많았다. 리커용은 중국은 이미 하루 창업자수 1만8000명을 돌파하는 등 중국이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사업에 매진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3국 청년들이 신뢰를 갖고, 청년학자 조직을 구축하고, 혁신 창업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요청했다.

한국 측 연사들은 3국 협력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협력 사항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는 분위기였다. 한국 측 축사를 맡은 장승필 JC 중앙회장은 3국이 교류하고, 파트너십을 쌓아,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하자고 말했다.

한국 측 기조연설(키노트) 연사로 나선 김동근 전 경기도 부지사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고용창출에 보고인 청년 창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전 세계 222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미국이 112개, 중국이 52개인데 반해 한국은 2개 뿐인 현실을 말하고 그 원인으로 기업 생존율을 꼽았다.
  
상단에 있는 일본 측 발표 제목이 흥미롭다. 한중일 3국이 일대일로와 4차산업혁명에서 협력하자는 의견이다
▲ 노리요시 연구원의 일본측 키노트 발표 상단에 있는 일본 측 발표 제목이 흥미롭다. 한중일 3국이 일대일로와 4차산업혁명에서 협력하자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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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야마모토 쿄지(야마모토 쿄지) 부비서장은 이미 세 나라는 15개 정도의 장관급 회의체를 통해 교류하고, 4차산업혁명에 따르는 비즈니스 환경에 공동대응하는 등 공조를 지속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 키노트 연사로 나선 노리요시(江原規由) 일본국제무역투자연구소 주임연구원도 실질적으로 160여 개 국가와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가진 중국의 '일대일로'나 '4차산업혁명' 노력에 같이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미중을 중심으로 한 신형대국관계나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피력해서 뜻밖이었다. 그의 발표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운명 공동체'라는 표현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상대적으로 중국 측 참가자들은 오히려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45세의 나이에 712만 명의 인구를 가진 옌타이 행정을 책임지는 천페이(陈飞) 시장은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말로 시작해 옌타이를 통한 한중일 교류를 주창했다. 그는 진시황 때부터 옌타이를 통해 시작된 한중일 교류를 이야기하며, 옌타이가 가진 매력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김 전 부지사는 창업시장에서 한중일 협력을 말했다. 오후에는 대우조선 등 한국 입주기업 등을 돌아봤다. 대우조선은 지난해까지 물량이 줄다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 김동근 전 경기부지사 키노트 장면 김 전 부지사는 창업시장에서 한중일 협력을 말했다. 오후에는 대우조선 등 한국 입주기업 등을 돌아봤다. 대우조선은 지난해까지 물량이 줄다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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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옌타이는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 지역이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의 비행거리에 있고, 대기업이 생산기지로 만들기에 적당한 지역이었다. 2017년까지 3800여개 한국기업이 6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가운데는 두산중공업, 현대자동차, LG전자·이노텍·디스플레이, 포스코, 한화, 롯데, 대우조선 등 상당수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 또 3만 명에 달하는 교민사회는 '연대한국국제학교' 등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돌아가는 지역 중에 하나다.

실제로 옌타이는 한국 교류에서 가장 기초가 튼튼한 지역이다. 한중 수교 직후 옌타이시는 군산시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필자가 보는 한중 자매도시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역이다.

옌타이에 있는 군산시 사무소를 통해 실질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인구 차이(27만명 : 712만명)가 크지만 직급에 맞춰 의전을 갖추는 등 초심을 잃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 한중산업원 프로젝트를 공동추진하는 새만금개발청과 업무협의를 위해 파견 공무원을 받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일을 추진하는 곳 중 하나다.

기자가 이번에 옌타이를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전라남도 서남해안에 추진하는 솔라시도 프로젝트와 옌타이의 교류 접점을 찾기 위함이다. 전남은 한국 친환경 농산물의 50%, 수산물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 지역 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는 게 현실이다. 기존 제조업이 위기를 맡는 상황에서 한국은 친환경 미래 먹거리 생산에 중심이 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하이엔드층 소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때 전남이 가진 자원의 가치는 무안하다. 이때 파트너 도시가 될 곳은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 등 한국과 가장 가깝게 연결된 지아오동 반도 도시들이다. 중국 정부 역시 이 지역 도시들이 요청하는 한중자유무역구 등의 프로젝트를 허가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중국 북방 과일 생산의 중심이자, 수산식품 기지인 옌타이는 무한한 교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한중은 농어업 부분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나 신뢰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중국서 유행하는 돼지 열병으로 인해 돼지고깃 값이 폭등하고, 과일 등도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의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 수산물 역시 예외는 아니고, 특히 조미김 등은 지속적인 수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 하이엔드층을 상대로 생산물 이력제를 실시하는 허마셴셩(盒马鲜生) 같은 고급 식품 매장이 늘어나면서 그에 격이 맞는 농수산물의 수출 가능성은 증대되고 있다. 옌타이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6000달러에 달한 만큼 실질적인 소비능력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진행된다면 5년 정도 뒤면 한국과 옌타이의 실질 구매력 지수는 같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태그:#한중일, #옌타이, #청년, #창업,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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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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