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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오면,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 지하주차장에서 '파주 자유 음악잔치'가 열린다. 

음악 잔치가 열리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효율적인 일련번호와 일상을 유지하는 촘촘한 규칙에서 벗어난 다른 세상. 이곳에서 반듯한 직선은 곡선으로 휘며 장난친다. 덕분에 오랜만에 자유의 현기증을 몸속으로 들이마시게 된다.
 
파주자유음악잔치가 열리는 지하 주차장에는 그라피티가 널려 있다.
▲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지하 주차장 파주자유음악잔치가 열리는 지하 주차장에는 그라피티가 널려 있다.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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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 벽에는 낙서(그라피티 아트)가 가득하다. 벽을 타고 흘러내린 페인트, 알파벳의 윤곽만 남은 미스프린트, 사람‧꽃‧동물 등이 한데 어우러진 문양, 건물들이 엉킨 도시의 형상, 무언가 끄적거리다 만 흔적들, 흩어진 알파벳과 숫자와 기호들… 그리고 한쪽에는 목 잘린 화가가 자신의 얼굴을 스케치북에 그리고 있다.

천장에는 그물 같은 설치물이 달려 있다. 흩뿌려진 색채와 형상들을 사로잡을 듯하다. 음악잔치가 시작되면, 그것은 소리를 낚을 그물이자 관객을 낚을 그물이 된다. 

무대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고, 정면에는 낡은 장 3개를 무심하게 세워 놓았다. 그것의 원래 쓰임새가 옷장이었는지 책장이었는지 장식장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무언가 그곳에 담아 둘 수 있다. 상징적인 무대 디자인이다. 버려진 낡은 장 3개는 소리를 채집하고 나름 정리해서 펼쳐 둘 곳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바로 파주 자유음악잔치의 무대가 된다.

낙서 가득한 지하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자유음악잔치 

파주 자유음악잔치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소음이라 치부하는 것들도 음악이 된다. 또는 관심 갖지 않고 흘려버리는 소리들도 음악이 된다. 귀뚜라미 소리, 소 울음소리, 강아지 칭얼대는 소리, 매장에서 상품을 홍보하는 소리, 도시의 각종 소음…. 악기의 엇나간 소리, 흐릿한 소리, 귀를 거슬리게 하는 소리, 무언가 긁는 소리, 미끄러지는 소리, 길게 늘어나는 소리, 부르는 소리, 유령의 소리…. 이들이 미디 시스템과 드럼 머신 등을 바탕으로 음악적 대화의 소재가 된다.

기존의 박자와 화성에서 벗어난 소리들, 인지되지 않고 소통되지 않던 소리들이 파주자유음악잔치의 주인공으로 호출된다. 소리는 비로소 자유를 누린다.
 
김윤기×김태윤이 곳곳에서 수집한 소리로 음악적 대화를 나누고 있다.
▲ 4회 파주자유음악잔치 김윤기×김태윤이 곳곳에서 수집한 소리로 음악적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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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생각의 조각, 쓰다가 만 글, 구상 중인 기획, 결재 받지 못한 기안, 비현실적이라며 거절당한 구상, 미처 다 하지 못한 말, 목소리 없는 말들도 비로소 생명을 얻어 꿈틀 거린다.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연주자들은 목을 가다듬는 듯, 악기를 조율하는 듯, 음향을 체크하는 듯, 서로 호흡을 맞춰보는 듯, 짧게 흥얼거리는 듯, 연주를 준비하는 듯…. 그것이 이미 연주라는 듯 연주한다. 악기의 음이 매혹적인 잔향을 남기며 공간을 깊이 울린다. 보컬은 음가의 색깔을 표현하며 음절을 내뱉는다. 가녀린 소리의 질감은 듣는 이를 몽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현기증은 소름 돋는 전율로 이어진다. 

마침내 보컬 사운드는 강단 있는 질감으로 바뀌고, 기타, 베이스, 드럼이 더해져 한껏 솟아오른다. 곡이 끝났어도, 깊이 울리고 흔들리며 가라앉고 폭발하던 잔향은 여전히 지하 주차장 벽에 유령처럼 남는다. 
 
끝없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은 음가의 색깔을 매혹적으로 표현해 몽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 4회 파주자유음악잔치 끝없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은 음가의 색깔을 매혹적으로 표현해 몽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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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주자가 무대에서 준비를 하는 동안, 누군가 다가와 목을 축일 맥주를 건넨다.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맥주를 받아든다.

2017년 4회 파주 자유음악잔치 때의 일이다. 평소에 인지되지 않고 소통되지 않는 소리를 채집해 음악적 대화를 이끌어 나간 음악가는 '김윤기×김태윤'이고, 음의 질감과 색깔을 매혹적으로 내뱉어 유령과 같은 잔향을 남긴 밴드는 '끝없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이다. 그리고 내게 맥주를 건넨 이는 누군지 모르는 이다. 무대와 객석을 오가는 음악적 기운을 함께 불어넣는 연주자, 스탭, 관객 중 누군가이다. 

파주 자유음악잔치의 목표는 '학교 축제'이자 '지역 축제'

파주 자유음악잔치는 기존 음악 장르를 넘어서는 실험음악 또는 자유음악을 연주한다. 파주출판단지에 자리한 대안 예술 대학인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가 주최한다. 2013년 1회를 시작으로 작년 2018년까지 5회를 진행했다. 2015년에는 메르스 때문에 한 해 쉬었다. 파주자유음악잔치에는 그간 동시대 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음악가들이 함께했다. 

문화생활을 누리기 쉽지 않은 파주라고들 하는데, 의외로 교하에서는 동시대 예술을 만날 기회가 있다. 이른바 홍대앞 문화로 일컬어지는 실험 예술이 파주출판단지를 통해 교하에서 펼쳐지고 있다. 

나는 2016년(3회), 2017년(4회), 2018년(5회) 파주자유음악잔치를 찾았다. 현기증 나는 자유와 현대 음악의 긴장과 전율을 즐겼다. 그리고 쉽게 만날 수 없는 멋진 음악회를 교하에 선물로 펼쳐주는 이들이 고마웠다. 파주자유음악잔치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길을 거쳐 왔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1회~5회 파주자유음악잔치의 총감독
▲ 김윤태(왼쪽), 이한주(오른쪽) 1회~5회 파주자유음악잔치의 총감독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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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자유음악잔치의 총감독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강사인 이한주씨와 김윤태씨다. 멀리 서울 홍대 앞으로 나가 이들을 만나서 지난 파주 자유음악잔치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김윤태씨는 "주민들이 만드는 마을 잡지라는 것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며 반겼다. 이한주씨는 한때 교하에 살았는데 재미있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심학산 밑에 지금은 펜션이 된 안테나 게스트하우스에 살았어요. 파주 들어가면서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술 담그는 것도 좋아해서 실험을 해봤어요. 파를 로스팅해서, '파주'(파로 내린 술)를 만들었어요. 파의 흰 부분 말고 파란 부분을 팬에다 덖어서 커피 내리듯이 소주를 부으면 파의 향이 확 나면서 소주가 고급지게 돼요. 그것을 먹으면 왠지 고기를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삼겹살 먹을 때 좋은 술이라면서. 하하."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이는 술도 재미난 시도를 하면서 마셨다. 물론 그는 음악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지금도 홍대앞에서 '불가사리'라는 실험 음악회를 매달 하고 있는데, 심학산 밑에서 살 때도 정기적으로 실험 음악회를 열었단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놀았단다. 그 얘기들도 재미있겠지만 마음을 다잡고 파주 자유음악잔치 이야기를 들었다. 

김윤태씨는 파주 자유음악잔치의 시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일단, '파티'(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PaTI)의 날개 안상수 선생님의 결단이 컸어요. 안상수 선생님이 실험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지만 잘 안 되었고, 여기서 축제처럼 해보자고 시작이 된 거죠.

파주자유음악잔치의 목표는 '학교 축제'이자 '지역 축제'였어요. 한주 형이 얘기한 불가사리라는 실험 음악 연주회가 있는데, 거기에 아는 뮤지션들이 많아서 부탁을 하고 돕게 되었죠."


이어 이한주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안상수 선생님이 제안하고 우리도 좋아요 해서 시작된 거죠. 그리고 자유음악 잔치잖아요. 실험 음악이 아니라 자유음악이니까 더 포괄적이죠. 명확하게 어떤 음악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기도 하고요.

'파티'의 교육 철학이 처음에 소리 또는 음악이 베이스가 되고, 거기에 시가 입혀지고, 그 다음에 인문학이 입혀진다는 거예요. 그런 취지에서 음악 잔치를 하자는 거였어요. 일반적인 음악보다는 독특한 작업을 하는 분들을 많이 초대했죠."


지금은 파주 자유음악잔치를 파티 지하주차장에서 한다. 그런데 1회와 2회는 아시아정보문화센터에서 했다. 이한주씨는 그곳에서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색다른 학교 축제를 음악 잔치로 열었다고 한다.

"7월에 방학이 시작하니까, 그때 음악 축제를 열었죠. 다른 학교 축제도 그때쯤 하잖아요. 학교 축제가 너무 술판뿐인 게 싫었던 거예요. 어느 학교든 다 주점 운영이니까. 처음에 음악회를 만들려고 했다기보다 학교 축제를 만들려고 했던 거예요." 

실험 음악의 주목할 사례 만날 수 있는 음악 잔치

나는 인터뷰를 위해 1회와 2회 파주자유음악잔치에 참가한 음악가들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엄청 많아서! 1회 참가 음악가는 강태환, 강해진, 발칭유 아나스타시우, 아키라 선라이즈, 임기환, 계수정, 달파란, 권병준, 로다운30, 무카이 치에, 박훈규, 신범호, 백현진, 존 벨, 알프레드 하르트…. 2회 때는 더 많았다. 아마도 실험음악 무대에 목이 많이 말랐던 것 같다. 

지난 1회, 2회에 대해 김윤태 씨는 "엄청난 분들이 왔어요. 그 사람들을 불러서 한 날에 공연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라며 큰일을 치렀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이한주씨는 "지금도 사람들이 그 뮤지션이 누군지 모른다는 게 아쉬워요. 기회가 되면 다시 부르고 싶은데, 돌아가신 분도 있고…."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파주 자유음악잔치는 3회 때부터 장소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지하주차장이 되었다. 실험 음악과 지하 주차장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게다가 상업화되기 전 옛 홍대앞에서 실험 예술이 자라던 시절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이한주 씨는 이렇게 당시를 떠올렸다. 

"이제 건물(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이 생기니까! 첫 삽 뜰 때부터 '이제 지하에서 하는 거야' 하고 생각했죠. '남의 집살이 말고 이제 우리집에서 여기 주차장에서 하는 거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음악 잔치 할 때 건물이 다 완공되지 않았을 때였거든요. 공사판 느낌이 남아 있으니까, 그때 음악잔치 콘셉트를 '소리 공사장'으로 했죠."

3회 때 하면, MUTO의 미디어 아트가 떠오른다. 우선, 거문고를 연주하는 박우재! 그는 거문고를 개량하지 않고도 다른 연주법을 통해 새로운 음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거문고는 원래 채로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그런데 박우재는 활대로 줄을 그어 소리를 내는 연주법을 개발했다. 덕분에 새로운 음색을 구현했다. 그리고 그 음색이 꽤 괜찮다. 그런 박우재의 거문고에 전자음악이 입혀진다. 동서양 음악의 혼합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눈길을 끄는 그래픽 조명 예술이 함께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멋있는 미디어 아트다! 파주자유음악잔치에서 실험 예술의 주목할 만한 사례를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유튜브에서 'MUTO 'Gon' live @ㅍㅍㅁㅍ2016'를 검색해 보시길. 그리고 파주자유음악잔치에 초대받은 원일과 강은일은 이미 이름 있는 뛰어난 음악가이니, 여기서 언급하지 않는 것을 양해해 주시길.)

배우미들이 함께하는 무대 디자인도 눈길 끌어

파주 자유음악잔치는 무대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흥미로운 무대 디자인은 누가 하는 걸까? 김윤태씨가 설명하고, 이한주씨가 덧붙였다.

"배우미(학생)들과 상주 스승인 김건태 선생님이 함께 만들어요. 그 선생님이 파티 학생들이 처음에 올 때 자기 책상 만드는 것을 해요. 자기 작업장을 만드는 거죠. 파티에서 하는 각종 전시라든지 뚝닥뚝닥 만드는 것을 그 분이 장인처럼 하세요."

"아이디어를 배우미들이 내고, 김건태 선생님이 그것을 구현하는 서포트를 하는 거죠. 즉, 실제로 어떻게 만드는지 도움을 줘요."

 
음악잔치의 무대를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학생(배우미)과 스승이 함께 꾸민다.
▲ 4회 파주자유음악잔치 음악잔치의 무대를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학생(배우미)과 스승이 함께 꾸민다.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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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잔치의 주제를 정하는 것도 배우미들과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4회 음악 잔치의 주제, 음악, 무대가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다. 4회의 주제는 '소리 사냥꾼'이었다. 이때 'atmosScape'와 '김윤기×김태윤'는 다양한 소리를 수집해서 음악적 대화를 나누는 방식의 음악을 연주했다.

'끝없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도 지하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더욱 모호한 울림을 만들어 소리 샤냥에 참여했다. 그러니까, 주제와 음악이 잘 맞았다. 이한주씨는 이것이 파티의 수업과도 연결된 것이었다고 한다. 

"해마다 하는 파티의 수업 중에서 주변에 있는 소리를 채집하는 프로젝트가 있었요. 음악 놀이 수업이라고. 이걸 더 확장해보자는 생각으로 배우미들도 주변에서 소리를 잡아내고 화두를 던졌죠. 각자 소리를 녹음해서 가지고 와서 동시에 틀어놓고 감상도 하고 그랬어요. 그것이 구현된 게 '소리 사냥꾼'이었죠. 음악 잔치로 확대된 거예요. 무대 설치 미술도 주제에 맞춰서 했고요."

4회 때에는 공연장 무대 말고도 학교를 둘러볼 수 있게 만든 소리 전시장도 있었다. 그리고 4회부터 배우미들이 뮤지션들에 대한 포스터를 만들어서 전시도 했다. 그렇게 학교 축제로서 풍성해져 간 듯하다. 5회 때에는 초대할 뮤지션에 대해 배우미들의 추천을 더 많이 받았단다. 

파주프리뮤직페스티발, 풍덩 빠져 보시길!

이런 재미난 학교 축제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진정 지역 축제가 된다면 더 좋을 테다. 이한주씨와 김윤태씨는 음악 잔치를 알리기 위한 고민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주는 초청장을 만들기도 했고, 특별한 티켓을 만드는 시도도 했단다. 이한주 씨는 이렇게 말한다.

"1회 때에는 티켓을 가죽으로 만들었어요. 예매한 사람들에게 기념품처럼 줬죠. 파주에 가죽공방을 하는 시각디자인과 동문이 있거든요. 가죽에 불도장을 찍어서 티켓을 만들었죠. 나중에 유물이 되지 않을까 해요. 하하."

실험 음악 내지 자유음악은 음악적 가능성을 넓힌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현대 음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음악적 긴장도 접할 수 있고, 즉흥 음악에서 누릴 수 있는 연주자와 관객의 음악적 에너지의 교류 역시 큰 재미다. 그런데 실험 음악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이한주 씨와 김윤태 씨는 이런 조언을 준다.  
 
음악회 현장에서 연주자와 연주자의 교감, 연주자와 관객의 교감은 또다른 재미다.
▲ 5회 파주자유음악잔치 음악회 현장에서 연주자와 연주자의 교감, 연주자와 관객의 교감은 또다른 재미다.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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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려놓는 거죠. 전에 들었던 음악을. 박자라는 개념도 잊고, 화성도 내려놓고. 그저 상황을 즐기면 좋겠어요. 많은 요소 중에서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것만 챙겨도 훌륭한 관람이라고 봐요. 그리고 못 알아들었다고 해서 자괴감을 가질 필요 없어요. 이해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가질 필요 없고요. 가져갈 수 있는 것을 가져가만 좋을 듯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음악은 그저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잖아요. 장식을 해주는 옷 같은 것으로 끝나는 음악만 계속 들려주고 있거든요. 그런 경험만 해서 실험 음악을 듣기에 어려움이 있죠.

저는 사람들에게 공연장을 가보라고 권장해요. 미리 프레이즈를 짠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들 사이의 미세한 교감으로 음악이 진행되면서 그 공간 속에 에너지가 흘러요. 그리고 연주자와 관객 사이에서 에너지가 서로 오가는 걸 느낄 수 있죠. 소비하는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다르게 훨씬 더 재미있어요. 일단, 공연장에 가보고 집중만 해보라고 권해주고 싶어요."


다시 파주 자유음악잔치가 다가온다. 박자와 화성은 잊어 버리고,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음악 소비 방식도 벗어나, 공연장에서 나오는 기운을 느껴보자. 자유의 현기증과 전율 속으로 풍덩 빠져 보시길.

[참고] 2019 파주 자유음악잔치, 실험음악 페스티벌 언팔로우
 
포스터
▲ 2019 파주자유음악잔치 포스터
ⓒ P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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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올해에는 파주 자유음악잔치의 성격이 바뀐다고 한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파티)의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즉 파티의 여러 수업 중에 파주자유음악잔치라는 프로젝트 수업이 있고, 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음악 잔치를 기획한다고 한다. 수업의 강사는 emanon으로, 파티의 졸업생부터 음악가, 공연기획자, 영상 아티스트, 뮤지션 등이 함께하는 20‧30대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팀이다. emanon은 noname(이름 없음)을 거꾸로 한 것이라 한다.

올해부터 바뀌게 되는 파주자유음악잔치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클럽 디제이와 밴드 등을 초대해 젊은층 취향이 반영되고 즐길거리에 신경썼다고 한다.

2019년 파주 자유음악잔치는 7월 6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해 저녁 9시까지 이어지며, 장소는 여전히 파티 지하 주자창이지만 파티 건물을 좀더 넓게 활용한다고 한다.

또 올해 달라지는 점은 '실험음악 페스티벌 언팔로우'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파티와 미디어 아트를 하는 '김치앤칩스'(kimchi and chips: 손미미, 엘리엇 우즈)가 주최하며, 7월 6일부터 7일까지 파주출판단지 여러 장소에서 진행된다.
 
포스터
▲ 실험음악 페스티벌 언팔로우 포스터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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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음악 페스티벌 언팔로우의 메인 공연인 이브닝 프로그램은 7월 6일 토요일 저녁 6시에 파티에서 아시아출판문화센터까지 퍼레이드 퍼포먼스로 시작해, 아시아출판문화센터 1층 대회의실에서 벌어진다. 다양한 문화와 국적의 실험 음악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실험음악 페스티벌 언팔로우는 새벽까지 계속 이어지니, 튼튼한 체력이 필수다.

다음날인 7월 7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음악가들과 이야기 나누는 살롱 프로그램이 명필름 극장에서 열린다. 실험음악 페스티벌 언팔로우는 출판도시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한다.

파주자유음악잔치와 실험음악 페스티벌 언팔로우의 통합 티켓을 55,000원에 구할 수 있다. 해외 미디어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로, 매순간 엇나가는 날것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드는 파주 교하의 마을 잡지 '디어 교하'(2019년 여름호)에도 실립니다.


태그:#파주자유음악잔치,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실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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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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