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가 우리를 찾고 있다. 그나마 시원하게 해주는 짧은 장마가 끝나고 나면 뜨거운 공기가 우리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더욱 우리를 숨막히게 하는 한여름의 더위는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피서법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산이나 바다, 관광을 위해 개장된 동굴 같은 곳으로 피서를 떠나 시원한 풍경을 보며 더위를 잠시 잊을 것이다. 멀리까지 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고층의 건물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가족들과 보내기도 할 것이다. 그것마저 어려운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매년 찾아오는 이 뜨거운 공기는 우리에게 잠시 휴식을 취하라는 자연의 속삭임일지도 모른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은 여름휴가 계획을 잡고 바쁜 와중에 잠시나마 고된 생활을 내려놓고 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피서지로 이동하면서 차에서 영화를 보거나, 활동이 제한적인 어두운 밤에 같이 간 사람들과 둘러앉아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휴가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도 집의 TV 앞에 둘러앉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과거작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공포영화가 선보였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공포영화 중에서 우리의 목덜미를 시원하게 해 줄 영화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장소로 휴가를 떠나고, 그곳에서 각기 특색을 가진 무서운 존재들을 만나는 상상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여름철에 다 같이 둘러앉아 보면 좋을 공포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나 기괴한 존재에게 쫓기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배경별로 정리해 봤다.

[바다] 바닷속의 포식자, 상어에 대한 공포 
 
 영화 <언더워터> 포스터

영화 <언더워터> 포스터 ⓒ 유니버설 픽처즈

  
<언더워터>(2016)
감독 : 자움 콜렛 세라
출연 : 블레이크 라이블리, 오스카 자에나다


영화 <죠스>(1975)는 사람들에게 상어를 공포의 존재로 만들었다. 개봉 당시 엄청난 기세로 흥행했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해수욕을 즐기면서도 '상어가 언젠가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상어를 소재로 한 공포 영화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샤크네이도> 시리즈와 같이 B급 영화들이 만들어져 VOD 시장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여전히 상어라는 존재는 공포 영화 장르에서는 빠질 수 없는 무서운 캐릭터가 된 셈이다. 

최근에 나온 상어 영화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영화 <언더워터>는 86분이라는 상영 시간 동안 거의 1명의 주인공만 등장하는 영화다. 낸시(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멕시코의 작은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다가 상어의 습격을 받고 고립되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해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얼핏 지루할 것 같아 보이는 1인극 영화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상어다. 마치 과거 <죠스>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숨 막히는 긴장감을 그대로 이식한 듯, <언더워터>는 영화 내내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다리를 다친 낸시가 어떤 식으로든 외부와 연결되려고 하는 순간순간마다 상어의 공격이나 주변 자연환경의 변화로 번번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런 순간마다 등장하는 상어의 지느러미는 관객의 숨통을 조여 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의 도움 없이 여성 혼자서 상어와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낸시라는 주인공이 최선을 다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다. 즉, 여성을 약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이 영화가 가지는 특별함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바닷속의 존재를 공포스럽게 묘사한 영화이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 보기에 딱 맞지 않을까. 멕시코 해변의 모습은 아름답고 주인공 낸시를 연기한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아름답고 강한 모습도 또 다른 볼거리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주인공은 바로 상어다. 과거 <죠스>나 다른 상어 영화 시리즈를 좋아했다면, 영화 <언더워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동굴] 어두 컴컴한 지하 동굴 속에서 만나는 괴생명체 
 
 영화 <디센트> 포스터

영화 <디센트>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디센트>(2005)
감독 : 닐 마샬
출연 : 슈어나 맥도널드, 나탈리 멘도자, 알렉스 레이드, 사스키아 멀더


인류에게 동굴은 미지의 영역이다. 전 세계에 수많은 동굴이 있지만 그 깊은 속까지 탐험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곳곳에 위치한 동굴에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한다. 동굴은 특이한 장소이기도 하다. 겨울에 가면 따뜻한 공기가 동굴을 채우고, 여름에 가면 시원한 공기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너무 춥거나 더울 때, 많은 사람들이 이질적인 공기를 만나기 위해 관광자원으로 개발된 동굴을 찾기도 한다. 

영화 <디센트>는 동굴 탐험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히나 여성들로 구성된 주인공 팀은 취미로 동굴 속을 탐험하는 전문가들이다. 동굴을 탐험하는 장비를 가지고 동굴로 떠나는 이들은 1년 전 가족을 잃은 사라(슈어나 맥도널드)를 위로하기 위해 다시 모여 다 같이 동굴에 들어가게 된다.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입구가 무너져 내리면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전된다.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아 동굴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되는 이들의 모험이 영화 <디센트>의 주요 줄거리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모험 어드벤처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굴은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암흑 세상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가 주인공들을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이때 등장하는 괴생명체들은 주인공들을 공격하여 자신들의 식사로 활용하려고 한다. 영화 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어디선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괴생명체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공포에 질린 주인공의 얼굴, 혹은 동굴에서 하나 남은 전등의 불이 꺼질 때 느껴지는 공포감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싹 잊게 만든다. 

이 영화는 상황적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든 다음, 그 안에 내던져진 여성 팀원들이 공포스러운 존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이 동굴을 탈출하기 위해 암벽을 오르고, 괴생명체와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은 굉장한 박진감과 통쾌함을 준다. 몇몇 캐릭터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은 적극적으로 서로를 지켜주며 필사적으로 괴생명체를 제압한다. 

영화 <디센트>는 동굴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동굴에서 여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 이 영화에는 동굴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칠흑 같은 어둠이 담긴 공포스러운 내부의 모습도 같이 담겨있다. 괴생명체가 나오는 크리쳐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그야말로 더위를 날려버리게 만드는 공포영화다.  

[산]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한 영화 
 
 영화 <곡성> 포스터

영화 <곡성>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곡성>(2016)
감독 : 나홍진
출연 :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산은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자주 찾는 곳이다. 매일같이 오르는 등산길이더라도 인적이 드물어지거나 어둠이 찾아오면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그곳에서는 시야가 한정되고, 여러 가지 동물들의 이동으로 어디선가 다양한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산에 있는 것 자체가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 <곡성>은 어느 마을 뒷 산에 찾아온 일본인(쿠니무라 준)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지인인 그가 마을 뒷 산에 거주하면서부터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고, 경찰 종구(곽도원)도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상한 일들을 겪으며 그 외지인을 의심한다.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 중 하나는 산속에서 벌거벗은 일본인이 산속을 배회하는 모습을 볼 때다. 이 일본인은 영화 내내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표현되지만, 그것이 단지 허상인지 아니면 진짜 모습인지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종구 일행이 산속에 있는 일본인의 집을 뒤질 때,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공포감이 극대화된다. 주변이 모두 나무로 가득한 산 속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는 공포가 주인공뿐만 아니라 관객들을 압도한다. 그렇게 산에서 시작된 공포감은 점점 산 밑으로 내려와 마을 전체로 퍼지고, 몇 번의 굿판을 벌이고서도 살인은 끊이질 않는다.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긴장감에 취해 몰입하다 보면 금방 영화의 끝까지 관객도 함께 달려가게 된다. 보는 동안 더위를 잊을 수 있고, 무엇보다 영화를 같이 본 사람과 함께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과의 대화를 활발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집] 집에서조차 소리를 낼 수 없는 세상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포스터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
감독 : 존 크래신스키
출연 :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밀리센트 시먼즈, 노아 주프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소리를 내며 산다. 숨 쉬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걷는 소리, 물건을 옮기는 소리, 만지는 소리 등 온갖 소리들이 가득 차 있는, 어쩌면 시끄러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공포스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악당들이 옆에 있어 소리를 내지 못할 때나 전쟁터에서 적군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소리만 내며 이동하는 경우 등이다. 그야말로 까치발로 걸으며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최소화한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가 나면 공격하는 괴물이 갑자기 등장한 이후 거의 멸망하기 직전의 세계를 다룬다. 특히 한 마을에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그들이 필요한 음식을 구하기 위해 마트에서 물건을 찾는 광경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조심조심 집으로 향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집 안과 집 주변에서 벌어지는 괴물과의 사투로 이어진다. 

특히나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에벌린(에밀리 블런트)이 임신한 상태라는 것이다. 세상이 공포에 뒤덮여 있어도 인간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적어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에벌린의 가족들은 살아가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 가족은 희망을 지키기 위해 괴물이 침입했을 때 그것을 피할 여러 가지 장치들을 집에 준비해 두었다. 이들이 실수로 소리를 내는 순간, 에벌린과 그의 남편 리(존 크래신스키)의 표정이 사색으로 변하는데 저 멀리서 괴물의 움직이는 소리가 순식간에 집 근처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영화다. 영화에 별 다른 소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다. 소리가 들리는 순간, 보는 관객 또한 공포심에 사로 잡힌다. 그리고 영화 중반 에벌린이 급작스럽게 출산을 하고 난 후,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을 때 벌어지는 괴물을 피해 에벌린이 집안 곳곳으로 조용히 도망치는 장면에서는 공포감이 극대화된다. 가족들과 집에 모여 앉아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며 보게 될 것이다. 

[하늘] 외계에서 찾아온 존재에 대한 두려움
 
 영화 <우주전쟁> 포스터

영화 <우주전쟁> 포스터 ⓒ UIP코리아

  
<우주전쟁>(2005)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톰 크루즈, 다코다 패닝, 저스틴 채트윈, 팀 로빈스


외계에서 온 존재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SF 영화들이 있고, 외계인을 악당으로 묘사한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외계인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잘 묘사한 영화를 꼽으라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을 예로 들 수 있다. 

주인공 레이(톰 크루즈)는 아내와 이혼한 이후 주말에 아들 로비(저스틴 채트윈)와 딸 레이첼(다코다 패닝)과 시간을 보낸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기 시작하고 그 이후 땅속에서 커다란 외계 존재가 나와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공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존재의 모습은 매우 거대해서 관객이 크기에 압도될 정도다. 또한 현재 인류의 무기 시스템으로 외계 존재를 무력화시키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더욱 공포심이 커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처럼 연출되었는데, 지하에 숨은 레이와 레이첼이 외계 존재가 탐색을 위해 보낸 긴 촉수형 다리를 피하는 장면은 마치 살인자로부터 피하기 위해 피해자가 숨을 죽이는 장면처럼 보인다. 이 외계 존재들은 인간을 죽이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더욱더 막다른 골목에 있는 듯한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재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외계인에 겁먹은 수많은 군중들이 도망치는 장면은 보는 이에게도 위압감을 준다. 

언뜻 무능한 아버지처럼 보이는 레이의 태도가 바뀌어 가는 것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는 아버지였던 그는 위기 상황이 닥치고, 아이들이 위험에 빠진 이후에는 자신의 아이들을 안전한 장소로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자신도 공포에 질려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서운 순간에도 한 발을 앞으로 내밀어 앞으로 전진한다. 

영화 <우주전쟁> 역시 가족들과 같이 보면 좋을 영화다. 기본적으로 공포로부터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공포를 같이 느끼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도 더위를 피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공포영화 피서지 여름휴가 무더위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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