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내딛으면 이 손을 놓으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단 걸 알고 있지만 흩날려가는 꽃잎들 그 별들 속의 작은 점 하나 난 그뿐이니까 날개가 없어도 이상할 정도로 편안하기만 해 하지만 기억해줘요 여기에 내가 있었다는 걸 하지만 잊지 말아요 나라는 꽃이 있었다는 걸" - 곡 '물망초' 중

"누군가가 저희 음악을 들었을 때 한쪽 귀로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많이, 그리고 오래 남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아 '러티(Rutty)'라는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이인주)

러티는 리더 이인주(기타), 한수민(베이스), 이다예(피아노), 이동훈(보컬), 김배승(드럼) 다섯 명으로 구성된 록 밴드다. 2018년 12월, 첫 싱글 <눈을 뜨다>로 데뷔했고, 지난 5월 두 번째 싱글 <흩날리다>를 발표했다. 밴드는 러티의 매력으로 "시각적 ·미술적 표현"(김배승), "가사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기승전결"(한수민), "순간적인 폭발음"(이다예)을 꼽았다. 러티가 곧 장르가 되는 것을 꿈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러티만의 색채를 가진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 저희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고, 개인적으로는 록 페스티벌, 해외 라이브 투어 등을 통해 멋진 무대를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동훈)

지난 6월 19일 밴드 러티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옮긴 것이다.

밴드의 이름 '러티', 어떤 의미냐 하면...
 
 한수민(베이스), 이다예(피아노), 이인주(기타), 이동훈(보컬), 김배승(드럼)

한수민(베이스), 이다예(피아노), 이인주(기타), 이동훈(보컬), 김배승(드럼) ⓒ 스튜디오몽향

  
- 멤버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동훈 : "보컬을 맡은 서른 살 이동훈입니다. 20대 초반부터 밴드 활동을 하다 러티에 합류한 지는 2년 정도 되었습니다. 보컬 트레이너로도 활동했습니다."
김배승 : "드럼을 맡은 김배승입니다. 러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시작했어요."
한수민 : "베이스와 서브 보컬을 맡고 있는 한수민입니다."
이인주 : "기타, 작사, 작곡, 디자인 등등과 리더를 맡고 있는 이인주입니다."
이다예 : "러티의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를 맡은 이다예입니다. 러티에서 '먹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러티(Rutty)는 도로에 바퀴 자국이 많이 난 것을 뜻하는데, 어떤 의미로 팀명을 지었나요?
이인주 : "도로에 바퀴 자국이 남았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바퀴가 도로를 지났고 흔적이 남았다는 이야기잖아요. 음악이란 것이 시간예술이다 보니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파동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멜로디가 좋았다거나 보컬의 보이스에 이끌렸다거나 청자가 처해 있던 상황과 가사가 잘 맞아떨어져서 공감을 얻는다거나 하면 그때부터 그 음악이 그 사람에게 의미를 가지게 되고 다시 듣고 싶게끔 만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가 저희 음악을 들었을 때 한쪽 귀로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많이, 그리고 오래 남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아 '러티'라는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 팀 결성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인주 : "원래 저와 수민이는 2009년부터 다른 이름의 4인조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속한 팀의 보컬이 탈퇴하면서 얼마간 제가 보컬을 맡았는데, 아무래도 사운드가 많이 비어서 피아노로 다예를 영입했습니다. 이후에 드러머 친구도 탈퇴하면서 거의 팀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었는데, 그때 마침 동훈이도 자기 팀이 해체되고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동훈이를 꼬셔서 팀으로 끌고 왔어요."
이동훈 : "이런 걸 보고 저희는 '러티당했다'라고 합니다."
이인주 : "(웃음) 그리고서 드러머를 구하느라 한참을 헤맸어요. 반년 정도 침체기를 보내다 제가 모 사이트에 올린 멤버 구인 글을 보고 배승이 형이 연락을 주었어요. 첫 합주에서 첫 곡을 연주할 때부터 '아, 이 드럼이다!' 하고 감이 왔죠. 그렇게 러티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현재의 러티가 완성되었습니다."
     
- 2018년 첫 싱글 <눈을 뜨다> 이후, 지난 5월 '물망초', '우산이끼', '사막의 바다'가 수록된 두 번째 싱글 <흩날리다>를 발표했는데요. 기타를 치는 이인주씨가 작사 작곡했는데, 곡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인주 : "이번 앨범에 수록된 세 곡에는 모두 흩날리는 무엇인가가 등장합니다. 타이틀곡인 '물망초'는 물망초의 꽃말과 봄이라는 좋은 계절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곡이에요. 자세히 설명해 드리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아무튼 곡의 화자가 청자의 어떤 응어리진 감정을 대신 해소해주기를 바라며 쓴 곡입니다.

다른 곡인 '우산이끼'에서는 민들레 씨앗이 흩날리는 장면이, '사막의 바다'에서는 모래가 흩어져 날리는 장면이 있어요. 연주의 분위기와 가사가 묘사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곡을 들어보시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는 지난 싱글 1집보다 비교적 대중적인 곡들을 담았습니다."

러티만의 매력, 러티만의 공연

- 6월 15일 쇼케이스를 열었는데, 소감을 전한다면?
이다예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버리는지… 관객 분들에게는 영겁의 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즐거웠고 한 곡 한 곡 끝나가는 게 너무 아쉬운 쇼케이스였습니다."
이동훈 : "처음에 저의 기타 소리가 나지 않아 아찔했지만,(웃음) 그 후에 큰 사고 없이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수민 : "우선 공연을 찾아주신 많은 관객 분들과 좋은 공연 만들려고 힘써주신 감독님과 멤버들 덕분에 쇼케이스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 너무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안도감이 더 크지만 아쉬웠던 부분들 보충해서 다음에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어요. 다음 공연도 기대해주세요."
김배승 : "셋리스트에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곡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 좋았어요. 또 각 노래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이 잘 전달되어서 뿌듯합니다."
이인주 : "관객분들께서 에너지를 정말 아낌없이 나눠주셔서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게 연주했습니다. 몸 안의 혈이 뚫린 느낌이랄까? 그리고 30분 남짓한 클럽공연에서는 미처 들려드릴 수 없었던 곡들을 모두 연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지난 5월 발매한 <흩날리다> 싱글 재킷

지난 5월 발매한 <흩날리다> 싱글 재킷 ⓒ 스튜디오몽향

  

- 앨범 재킷은 어떤 의미로 디자인했는지?
이인주 : "두 앨범의 재킷을 나란히 놓고 보면 느끼시겠지만, 각 앨범에 실린 곡의 내용을 과학 문제집에 실리는 도면이나 어떤 기호 같은 느낌의 시각 언어로 표현했어요. 1집에서는 곡 'Magnifier'의 '흐렸던 초점이 맞는 바로 그 순간'이라는 가사를 이미지화했고 2집에서는 민들레로부터 막 이륙해서 '흩날리는 상태'가 된 민들레 씨를 단순화했습니다. 그리고 지시선이 가리키고 있는 점은 어떤 추상적인 흔적(rut)이 남은 자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술 작품이 아닌, 의미 그대로의 '디자인'을 하려고 했습니다."

- 러티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김배승 : "음악을 시각적, 미술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수민 : "스토리를 담고 있는 가사와 그 장면의 이미지를 극대화해주는 뚜렷한 기승전결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연극처럼, 서로 다른 장르의 영향을 받은 멤버들의 연주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하모니도 러티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다예 : "러티의 음악에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코러스, 기타, 피아노가 폴리포닉하게 구성된 부분들이 많아요. 이런 소리들을 모두 주의 깊게 들으시면 러티만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피아노 클러스터로 내는 순간적인 폭발음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러티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동훈 : "러티만의 색채를 가진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 저희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고, 개인적으로는 록 페스티벌, 해외 라이브 투어 등을 통해 멋진 무대를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 러티가 생각하는 록이란?
김배승 : "글쓰기, 말하기, 수화, 모스부호, 그림처럼 사람이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동훈 : "록은 'live'라고 생각해요. 제가 무대에서 연주하는 동안 살아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다른 의미로는 라이브로 연주되는 공연을 직접 접했을 때 록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요."
이인주 : "어릴 때는 음악을 많이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록이 저의 피를 끓게 한 뒤로는 식지를 않는 느낌이에요. 꺼지지 않는 불같은 게 아닐까요?"
이다예 : "'눌'을 거꾸로 쓴 것."
한수민 : "무조건 반사 같은 거랄까요. '신난다! 이 곡 좋네?'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미 고개를 까딱이거나 발로 리듬을 맞추고 있어요."

- 여름에 들으면 좋을 러티의 곡을 추천한다면?
이인주 : "곡 'Magnifier'가 딱 7월에 온몸으로 햇살을 흡수하면서 썼던 곡이에요. 더울 때 시원한 걸 찾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돋보기로 불태워지는 검은 도화지에 빙의해서 열기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사막에서 노를 저어간다는 내용의 '사막의 바다'도 비슷한 느낌으로 즐기실 수 있겠네요. 그리고 아직 음원으로 발매되지는 않은 곡이지만, 초여름 사춘기의 풋풋한 감성을 담은 'Secret Wish'라는 섬머송이 있는데, 곧 음원으로 들으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7월 이후 계획이 있다면?
이동훈 : "EP앨범이 될지 정규 1집이 될지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올해 안에 싱글보다는 큰 볼륨의 앨범을 발매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크고 작은 라이브들을 소화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 6월 15일 신촌 몽향 라이브홀에서 열린 <흩날리다> 쇼케이스

지난 6월 15일 신촌 몽향 라이브홀에서 열린 <흩날리다> 쇼케이스 ⓒ 스튜디오몽향

  
- 러티 라이브 무대를 찾으면 어떤 기쁨을 느낄 수 있을지?
이다예 : "무대 바닥을 무릎으로 청소하고 있는 기타리스트를 구경하는 기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한수민 : "꼭꼭 눌러 담아두었다가 폭발시키는 에너지를 받아 가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분들께서 무대 위에서 멤버들 사이의 호흡과 유대감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음원으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죠."

- 독자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동훈 : "독자님들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저희 러티 음악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수민 : "늘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은 온도의 열정으로 좋은 음악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관심과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인주 : "모든 분께서 러티의 음악을 좋아해 주실 수는 없겠지만, 어디엔가는 채널이 닿기만 한다면 서로 격렬하게 공명할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러티당할' 누군가를 한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곧 만나러 갈게요!"
이다예 :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좋은 음악이 너무 많이 누적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음악을 듣는 데에 시간을 써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더욱 더 좋은 음악을 누적하는 데에 일조하는 밴드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배승 : "앞으로 들려드릴 러티의 이야기들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2019년 7월호에도 실립니다.
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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