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02 11:27최종 업데이트 19.07.02 11:27
날카로운 통찰과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가득차 있는 2030 칼럼 '해시태그 #청년'이 매주 화요일 <오마이뉴스> 독자를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직장인은 모두 '칼퇴'를 꿈꾼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사정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칼퇴는 꿈에 가깝다. 어떤 사람들은 일이 지나치게 많아서 칼퇴를 꿈꾸기 어려웠고, 어떤 사람들은 직장 상사의 눈치 때문에 칼퇴를 못하기도 했다. 적어도 주 52시간 이후 후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개선이 이루어진 듯하다.

그런데 왜 직장 상사들은 칼퇴하는 직원들을 나쁘게 바라보는 것일까? 이런 상사들은 나름의 이유를 부여한다. '팀워크가 부족하다', '이기적인 직원이다' 등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칼퇴하는 직원을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없는 직원' 정도로 취급하기도 했었다. 


반대로 직원 입장에서 보자면 이것은 매우 비합리적인 사유들이다. 야근이 일상화되는 문화는 생산성에 큰 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날그날의 업무 상황에 따라 일은 빨리 끝날 수도 있고 늘어질 수도 있다.

만약 이를 고려치 않고 일괄적으로 야근을 강제할 경우 업무 시간에 일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도록 유인 구조가 갖춰진다. (물론 인간사에는 언제나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도 칼퇴하는 직원도 있긴 하다). 이런 무의미한 시간 낭비로 자신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매우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일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매우 비합리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행이 꽤 오랜 시간을 이어져 왔다. 그렇다면 직장 상사들은 칼퇴하는 직원에 대해 왜 이런 비합리적인 평가를 내려왔던 것일까? 상사들이 너무나도 무능해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생산성보다 중시되는 '시간' 

댄 애리얼리와제프 크라이슬러가 쓴 <부의 감각>이란 책에는 아주 인상 깊은 사례가 하나 소개된다. 두 명의 열쇠수리공에 관한 이야기다. A라는 수리공은 잠긴 문을 2분 만에 열고 100달러를 청구하는 반면, B라는 수리공은 1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려가며 문을 열고 동일한 금액을 청구한다고 하자. 책에 의하면 어느 쪽이 나은 거래냐고 물을 때 대부분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쪽을 선택한다고 한다. B 수리공이 들인 노력에 비해 비용이 더 적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문을 연다는 결과로만 보자면 A와 B는 비교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 B가 잠긴 문 하나를 여는 시간 동안에 A는 잠긴 문 30개를 열 수 있다. 생산성으로 따져 보자면 A가 B보다 30배의 생산성을 가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B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같은 비용일 때 B가 더 많은 노력을 들였으므로 비용에 걸맞는 노력을 지불했기에 합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문제의 해결이나 생산량보다 대가에 걸맞은 비용(노력)을 지불하였는가가 평가에서 우선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직장 상사는 직접적으로 돈을 주는 존재가 아니므로 관점이 조금 다르긴 하다. 하지만 평가에 있어 문제 해결이나 달성보다 상대방이 치른 비용을 중시한다는 성향은 왜 직장 상사들이 야근하는 직원에 대한 평가가 후하고, 칼퇴하는 직원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인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힌트가 된다.

기업은 정해진 임금을 직원에게 주고 그 반대 급부로 노동을 요구한다. 우리가 열쇠수리공에게 100달러를 대가로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노동에 대한 평가는 결과물보다 비용(노력)을 더 우선시하는 우리의 거래 평가방식에 영향을 받게 된다. 여기에서 시간은 가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비용이기에 제 1 평가 요소가 된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 사람을 더 좋게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업무 능력이라고 이야기 하는 부분은 상당 부분은 눈에 두드러지지 않는 비가시적 요소들이 많으며 수치화가 어렵고 순위를 매기기도 어렵다. 심지어는 '업무집중도' 마저 단위라는 의미의 도(度)가 들어간 표현이지만 수치화되지 않고 단위로 매길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업무에 들인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도 명확하다. 그래서 시간을 가장 큰 평가 요소로 쓰게 되는 것이다.

'편향성'을 인지해야, 달라질 수 있다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김혜수 분)은 '칼퇴근'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 KBS


앞서 언급한 열쇠수리공의 사례에는 뒷이야기가 더 있다. 만약 B 수리공이 문을 여는 과정에서 공구를 여럿 부러뜨려가며 120달러를 청구했다면 사람들의 수리공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까? 불행하게도 여전히 사람들은 B와의 거래를 선택한다고 한다. 평가의 지표가 결과물이나 능력이 아니라 노력과 고생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점은 직장 상사들만이 가진 편향이 아니다.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향이다. 따라서 좋은 기업이라면 직원의 평가에 있어서 직원이 들이는 '야근'이란 개인적 비용이 과대평가 받는 부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아울러 개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평가의 편향성을 인지하고 다른 방식으로 직원들을 바라보고자 해야 한다.

이 점에서 보자면 직장 상사들이 그런 비합리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무능해서가 아니라 나태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편향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동일하게 그런 상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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