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성공적이다. 16회 시청률 5.517%, 2018년의 화제작 <라이프 온 마스> 16회 시청률이 5.851%, < 손 the guest >가 4.073%였으니 이만하면 올해 상반기 내내 저조했던 OCN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최근 수작이라 평가받는 <구해줘2>가 최종회 3.56%에, 동시간대 전작들 <트랩>, <프리스트>, <킬잇> 등이 고전한 것에 비하면 월등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런 화제성과 달리 <보이스3>를 충성스럽게 보아온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청률의 수치와 달랐다. 주인공 도강우(이진욱 분)가 죽는 절정의 씬이 담긴 영상에 달린 폭발적인 댓글은 '분노'의 반응을 주로 드러냈다. 도대체 어떤 결말이길래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일까?
 
 <보이스 3> 포스터

<보이스 3> 포스터 ⓒ OCN

  
시청자들의 분노... 단순히 주인공이 죽어서 그런 게 아니다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주인공 도강우가 죽었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면도 있다. 그런데 그저 주인공이 죽어서 나오는 반응이나 '새드 엔딩'에 대한 허무함이나 절망감과는 다르게 보인다.

극 중 도강우 형사는 강권주(이하나 분) 센터장과 함께 <보이스> 시즌2에 이어 시즌3를 '공조 수사'로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시즌1에서 출동팀장을 맡았던 무진혁 팀장이 아들의 치료를 핑계로 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하차하고, 새로이 등장한 도강우 형사. 시즌1의 무진혁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아내가 살해당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미친개'처럼 사건의 해결에 돌진했었다. 하지만 시즌2의 도강우 형사는 그와 전혀 반대의 입장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후배 형사가 손목이 잘려나간 채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그 형사의 죽음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등장한 것이다. 

경찰대 출신으로 탁월한 수사력을 가졌지만 사회 생활은 제로에 가까운 일명 '또라이 알파고' 도강우 형사. 그런 그가 이제 파트너 나형준 형사의 살해범으로 의심받고, 특히 나형준의 형인 나형수 과장은 사사건건 도강우의 발목을 잡는다. 도강우 형사는 동료들의 의심을 넘어선 적대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저돌적으로 다가선다. 그런데 싸이코 살인마 방제수는 자꾸만 도강우를 도발한다. 너의 '본성'을 숨기지 말라고. 그와 함께 도강우 뇌의 회로는 자꾸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도강우의 자기 한계에 대한 처절한 사투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는 시즌3로 오면서 더욱 극심해진다. 통증을 넘어 잠깐인지 며칠인지 기억을 잃는 '블랙 아웃'에 시달리며 도강우는 점점 잃었던 기억을 되살려낸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였다던 어린 소녀 미호의 살인범이 자신일 수도 있다는, 즉 자신이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다는 확신에 다가선다. 

증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종종 거울 속 자신의 형체가 일그러져 나타나기 시작하고, 심지어 사건 현장에서 본능적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채 강권주 센터장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던 도강우. 그는 자신의 본능적 욕망을 줄기차게 거부하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그의 집에는 자신이 블랙 아웃 되는 동안 행동을 지켜볼 수 있도록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도강우는 자신을 제어하기 위해 '자해'도 불사했던 사람이었다. <보이스> 시즌2~3는 '닥터 파브르'라는 인간의 신체를 절단하여 거래하는 엽기적인 혐오 범죄 단체와의 전쟁이지만, 또 한편에서 주인공 도강우가 자신의 '사이코패스'적 본능과의 처절한 싸움의 과정이었다. 

특유의 설정을 조금 더 살리는 방향이었더라면
 
 <보이스3> 스틸컷

<보이스3> 스틸컷 ⓒ OCN

  
바로 그런 '싸움'의 과정을 지켜봤기에 <보이스> 시즌3의 엔딩에서 도강우 형사가 형 카네키의 목을 그의 살인 도구인 와이어로 죽이고 경찰 특공대의 총에 맞아서 죽게되는 시청자들은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시즌4를 위해 예비한 쿠키 영상에 등장하여 저격 총을 챙겨든 방제수가 도강우를 저격했다는 의심까지 할까?

즉, 살인마가 되지 않기 위해 그토록 두 시즌을 내내 자신을 학대해왔던 주인공이 퇴장의 즈음에 스스로 살인을 기꺼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를 응원하며 지켜보았던 시청자들에게는 허무를 넘어선 황망함이 느껴질 수 있었다. 더구나 그 살인의 대상이 그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극대화된 그의 형이라는 점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시즌 내내 자신의 성향에 저항했던 그 사투가 단 한번의 미소도 없이, 살인마와의 사투가 아니라 동료들의 총격에 의한 죽음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점도 있었다. 

더불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그 우물이 탁해질 수도, 깨끗해질 수도 있다는 강우 아버지의 '우물론'으로 대변되는 주제의식을 <보이스> 시즌2~3까지 끌고 왔는데, 그게 붕괴되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다수의 장르물이 사이코패스를 결정적으로 다루었던 것과 달리 도강우 캐릭터는 자신의 그런 본성에 대한 절박한 싸움을 통해 다른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물론 작가는 짧은 순간이나마 도강우의 유언을 통해 죽음의 개연성을 설득하고자 한다. 점점 자신의 이상 증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강우는 '형같은 괴물로 살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고 한다. 그런데 스스로에게만 인간이면 되는 방식으로 괴물로 죽고 사람들이 날 잊으면 된다며 특공대의 총구에 자신을 내민다. 하지만 마지막회 시간에 쫓기는 듯한 강우의 죽음은 작가가 원하는 개연성의 설득 대신, 단 한번도 행복을 얻지 못한 채 쓸쓸하게 자신을 던진 주인공의 허무한 죽음으로 다가온다 이런 점에서 제작진과 시청자의 동상이몽처럼 결론을 맺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시즌3 내내 되풀이 되었던 <보이스>의 부족한 상황 설정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크다. 우스개 소리로 매회 한 번 이상씩 이해하고 봐주려고 해도 다소 억지스럽게 만든 상황이 범죄적 상황을 도발해 왔던 것이 <보이스>의 관행 아닌 관행이었다. 

특히 16회에서는 살인마 카네키와 강권주 센터장이 대치한다. 두 사람 다 총을 소지하고 있는 상황. 카네키는 자신의 발 밑에 총을 맞고 신음하고 있는 박 형사를 볼모로 강 센터장에게 총을 내려놓으라 협박한다. 그런 협박을 받기 전에 먼저 강 센터장이 자신의 총으로 카네키를 쐈다면 어땠을까. 물론 드라마가 더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강 센터장은 순순히 총을 내려놓으며 볼모가 된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앞서 카네키가 죽인 부인에 대한 유력한 증거를 가지고 온 일본의 모델을 보호하고자 강 센터장과 도강우 팀장이 온다. 하지만 카네키에게 배달되어온 폭발물을 조사한답시고, 보호해야 할 증인인 일본인 모델을 홀로 옆방으로 보낸다. 왜냐하면 그녀 혼자 그 방에 들어가 살인을 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설정은 거의 매회 나오다시피 <보이스>에서 등장했고, 마지막회 도강우가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권주를 구하기 위한 카네키와의 사투 과정에서 우발적인 죽음이 아니라, 뜻밖에도 경찰 특공대가 그의 머리를 정조준하여 쏘아 죽였다. 다소 개연성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만든 것이다. 

<보이스>가 시즌4로 돌아올까

결국 주인공을 죽이는 상황에 이어 <보이스> 애청자들이 시즌 내내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은 바로 <보이스>라는 시리즈 본류의 정체성 때문이다. 

도강우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니고, 그 성향과 싸우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되었다. 그러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드라마의 주된 서사적 고리였다. 그리고 그의 형이 시즌3 최종 빌런으로 등장하면서 당연히 그토록 외쳤던 '코우스케'의 악연의 고리를 풀어내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보이스> 본연의 설정이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시즌3를 화려하게 열었던 일본 료칸 사건에서 등장한 것처럼 남들과 다른 탁월한 듣는 능력을 가진 강권주 센터장을 비롯한 골든 타임팀, 그리고 동물적 수사력을 가진 도강우 형사의 '공조 수사' 등이 작품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시즌3에서는 도강우 사건에 천착하며 이런 매력이 약해졌다. 시즌2의 마지막회, 사고로 인해서 얻은 청력의 상실 때문이라기엔 강권주 센터장의 존재감이 이전 시전에 비해 한결 위축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즌2에 이어, 시즌3에서 활약한 나홍수 과장의 경우도 있다. 그는 시즌2에서는 내내 강우를 미워만 하다가, 시즌3에서는 내내 강우를 안타까워하다 희생된다. 그러면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등 출연진들의 비중과 활약이라는 면에서도 아쉬운 점을 남긴다. 그만이 아니다. 의혹은 많지만 차마 해결할 시간이 없었는지 '의심'으로만 남긴 설정들은 다음 시즌을 위한 것일까? 

그럼에도 16회 엔딩, 의사는 강권주 센터장의 귀가 이전처럼 회복되어 가는 모습으로 기쁜 소식을 전했다. '소머즈' 저리 가라 할 만큼의 남들과 다른 청력을 가진 강권주 센터장과 골든 타임팀의 공조 수사는 시즌2~3의 결말을 허무하게 만들었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설정이다. 심지어 쿠키 영상으로 시즌2의 빌런 방제수의 건재함을 보였으니, 결말에 안타까운 와중에서도 시즌4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이 정도면 마력의 <보이스>라 할까? 다만 부디 다음 시즌으로 돌아온다면 더 짜임새 있는 서사와 사건으로 돌아오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보이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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