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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오후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개막, 28일까지 진행된다.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오후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개막, 28일까지 진행된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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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두두두... 3박 4일 동안 총탄이 쏟아졌다. 노근리 쌍굴다리에 숨은 피난민들은 콘크리트벽에 목숨을 맡겨야 했다. 경부선 철길 아래 단단한 콘크리트는 총탄의 흔적을 품은 채 통곡의 세월을 버티며 그날의 잔혹함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아랫부분 일부가 뜯겨나갔고, 그를 감싸주던 담장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오늘도 아파트 빌딩 숲 사이에 우뚝 서 있는 4층짜리 콘크리트 망루. 독립투사들의 고된 옥살이와 전쟁 통에 수없이 죽어나갔던 민간인 학살의 참상을 지켜봐왔던 옛 대전형무소 터 망루는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지금까지도 고스라니 기억하고 있다.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오후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임 기자는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전형무소 터, 산내 골령골 민간인학살지, 영동 노근리 등을 찾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해설하는 '평화기행 해설'을 하고 있다.

그는 2016년과 2017년 '박근혜 퇴진 대전 촛불행동'이 131일간 투쟁한 기록을 사진으로 담아 '大田大戰 : 봄으로 간 촛불(대장간, 2017)'을 이상호 작가와 함께 공동으로 출간하고, 사진전시회를 연 바 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기록주의자'라 칭한다.

전쟁, 학살, 감옥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오후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개막, 28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은 개막식 후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재근 시민기자.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오후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개막, 28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은 개막식 후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재근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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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이번에는 노근리평화기념관에서 개인 사진 전시회를 연 것. 그가 선보이는 작품의 키워드는 '전쟁', '학살', '감옥'이다. 우리 현대사의 처절한 아픔을 담고 있는 '옛 대전형무소 터'와 '산내민간인학살 현장', '노근리 쌍굴다리'를 사진에 담았다. 그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는 27점의 작품에는 그러한 '기억'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소개하면서 "전쟁과 학살의 흔적, 그 시작은 감옥이었다. 3.1운동이 발발하던 해 신설된 대전감옥은 해방 후에도 수많은 정치범들이 옥살이를 한 곳"이라며 "4.3항쟁 속에 학살은 면했으나 7년형을 받고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제주도 사람들, 동포의 학살을 거부하고 반란을 선택한 여수·순천·남도 사람들, 그리고 분단을 온몸으로 막아 나선 전국토의 많은 동포들이 한국전쟁 발발 전 대전감옥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전쟁 발발 3일 만에 학살 터가 된 산내 골령골, 그곳으로 끌려 온 상당수는 대전형무소 정치범들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죽였고, 도와주겠다던 미군은 그 학살을 방관했다"며 "미군의 후퇴 길에는 총탄의 흔적이 가득했고, 후퇴 길은 학살의 길이기도 했다. 미군이 피난민을 향해 쏜 총탄의 흔적은 노근리 쌍굴다리 콘크리트 벽에 생생히 '기록'되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철길로 이동 중이던 피난민들에게 가해진 공중폭격에 이어 쌍굴다리로 몸을 피한 이들에게 3박 4일, 70여 시간 동안 계속된 총격, 그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긴 밤을 사흘이나 버티며 기적처럼 살아 낸 이들은 역사의 증인이 되었다"며 "경부선 철길 아래 단단한 콘크리트 쌍굴다리는 통곡의 세월을 버티며 그 총격과 충격을 지금까지도 기억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진전의 주제를 '콘크리트'로 정한 것에 대해 "콘크리트는 그 단단함 때문에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콘크리트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단단한 벽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끝으로 콘크리트는 앞으로 우리가 평화를 만들기 위해 굳건히 지켜야 할 연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콘크리트에 남겨진 아픈 전쟁의 기억을 보여주지만, 결국 평화로 나아가는 굳건한 연대를 조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는 이러한 처참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과 마음이 다짐하면서 평화를 꿈꿀 때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28일까지 노근리평화기념관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평화의 소중함과 절박성 보여주고 싶었다"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오후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개막, 28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은 개막식 후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재근 시민기자.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오후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개막, 28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은 개막식 후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재근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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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임재근 시민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콘크리트 기억, 사진전'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평화'의 소중함과 절박성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은 대전형무소 터, 산내 골령골, 영동 노근리까지 한국전쟁으로 인해 입은 상처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아픔을 담고 있다. 다시는 한국전쟁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한점 한점 고르고, 사진전을 준비했다."

- 특별히 보여주고픈 작품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이번에 전시하는 사진은 27점이다. 우선 가장 먼저 '오늘 밤에도 망루 옆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인다'는 제목을 붙인 사진을 소개한다.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부터 오는 28까지 개최되고 있다. 사진은 임 기자의 사진 중 '오늘 밤에도 망루 옆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인다'는 제목의 사진 작품.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부터 오는 28까지 개최되고 있다. 사진은 임 기자의 사진 중 "오늘 밤에도 망루 옆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인다"는 제목의 사진 작품.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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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 대한 설명을 전 이렇게 적었다. '한국전쟁 발발 3일 만에 학살 터가 된 산내 골령골. 그곳으로 끌려 온 상당수는 대전형무소 정치범들이다. 전쟁 통에 국민의 목숨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국가는 오히려 국민의 목숨을 불법적으로 빼앗았다. 높게 솟아오른 저 망루는 국민의 목숨을 해치려는 자들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죽음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가? 오늘 밤에도 망루 옆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인다.' 그 다음 사진은 '꽃밭'이라고 제목을 붙인 사진이다. 올 봄에 산내 골령골에 벚꽃 잎이 흩날리던 날 찍은 사진이다.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부터 오는 28까지 개최되고 있다. 사진은 '꽃밭'이라는 제목의 사진. 올 해 봄 산내 골령골에 벚꽃 잎이 흩날리는 장면이다.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2일 부터 오는 28까지 개최되고 있다. 사진은 "꽃밭"이라는 제목의 사진. 올 해 봄 산내 골령골에 벚꽃 잎이 흩날리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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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 대한 설명은 '흩날리는 벚꽃 잎이 산내 골령골 마당 위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분홍 꽃잎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수천여 명의 넋이라도 되는 듯 참으로 슬픈 봄날이다'고 적어 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지만, 저 땅 밑에는 아직도 수습조차 하지 못한 수천 명의 유골이 나뒹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장 더 소개를 드릴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긴 밤'이란 제목의 사진이다.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오는 28까지 개최되고 있다. 사진은 임 기자의 사진 중 '세상에서 가장 긴 밤'이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노근리 쌍굴다리의 밤 풍경을 찍은 사진이다.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임재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개인 사진 전시회 "콘크리트 기억(주최: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오는 28까지 개최되고 있다. 사진은 임 기자의 사진 중 "세상에서 가장 긴 밤"이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노근리 쌍굴다리의 밤 풍경을 찍은 사진이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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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노근리 쌍굴다리 현장은 낮에만 가 봤다. 노근리 쌍굴다리에 피난민들을 몰아놓고, 3박 4일, 70여 시간 동안 총격이 지속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밤의 노근리 쌍굴다리를 찾아갔었다. 가기 전에는 조명도 있고 해서 야경처럼 찍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칠흑같이 깜깜했다. 간신히 자동차의 불빛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긴 밤'이란 사진 한 장을 찍게 되었다.

사진에 대한 소개는 '철길로 이동 중이던 피난민들에게 가해진 공중폭격에 이어 쌍굴다리로 몸을 피한 이들에게 3박 4일, 70여 시간 동안 계속된 총격이란 그야말로 충격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밤을 사흘이나 버티며 죽음의 쌍굴에서 기적처럼 살아 낸 이들이 역사의 증인이 되었다'고 적었다."

- 이 전시회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그간 몇 년간 대전 산내 골령골과 영동 노근리를 연계해서 기행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측에서 노근리평화기념관 전시실에 평화기행을 진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전시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다. 그 제안에 응하게 되어 사진전이 구체적으로 기획되었다."

-주제가 전쟁, 그리고 흔적이다. 예전부터 이러한 주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나?
"평화통일교육의 한 방법으로 대전형무소 터나 산내 골령골, 영동 노근리를 다니면서 평화기행 해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의 상처, 평화의 소중함, 통일의 필요성은 일상적인 관심 사항이었다. 이곳들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활동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 왔다. 그런데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같은 장소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났고, 그때 찍은 사진에 나름 평화의 메시지 담긴 글귀들을 써 보게 되었다."

-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어서, 개인전을 여는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당연히 부담이 되고, 부끄럽기도하다. 그래도 부족하지만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게 되었다. 멋진 사진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사진에 담긴 이야기와 메시지를 함께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

- 본업은 시민단체 활동가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록자로서 사진전을 연다. 그 동안 기록자로서 어떤 활동을 해 왔나?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기자회견이라든지 행사나 집회 현장들을 자연스럽게 사진으로 기록을 해 왔다. 지난 2016년~17년 역사적인 박근혜탄핵 촛불집회가 대전에서도 벌어졌고, 131일 사이에 61번의 촛불집회가 진행되었다. 그 기록들을 거의 빠짐없이 기록하고, 취재해서 오마이뉴스와 통일뉴스에 기사를 내보냈다.

또한 한편으로 그 역사의 현장을 사진집으로 기록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그 현장에서 우연히 만났던 이상호 작가와 함께 그 작업을 했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大田大戰, 봄으로 간 촛불'이라는 사진집이다. 사진집에는 300여 장의 사진이 담겨있다. 그중에서 61차 촛불집회를 상징하면서 61점을 골라 사진전(2017.4.16-4.28)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대전에서 열린 '2018코리아오픈국제탁구대회' 때 북측선수단이 참가해서 우리 대전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그때 북측 선수단이 도착한 때부터 경기 기간 내내, 그리고 숙소인 유성호텔을 나설 때까지 9일간 20개 이상의 기사를 쓰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 앞으로 사진작가, 또는 기록자로서의 계획이 있나?
"요즘 저 스스로를 '기록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닌다. 앞으로도 '현재'의 '현장'을 꾸준히 기록하고 싶다. 특히 사는 게 팍팍하다보니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지금'을 기록하는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기록이 훗날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오늘도 기록 중에 있다."

- 전시회에 오는 관객들, 또는 국민들에게 작가로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끄러운 사진들을 용기 내서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은 전시공간이 '노근리'였기 때문이다. 사건의 현장에서 '평화'를 소재로 사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영동 노근리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다. 비단, 노근리 사건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중에는 수많은 '노근리 사건'이 있었다.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도 마찬가지다. 제 사진들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과 통일의 필요성을 함께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태그:#임재근, #콘크리트, #사진전시회, #산내학살살, #노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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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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