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자회견

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자회견 ⓒ 제천영화제

 
여름철 휴양 영화제로 인기가 높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는 부산 전주 부천과 함께 국내 4대 영화제로 자리매김 돼 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독특한 영화제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점이 특색이다. 제천영화제가 생겨난 이후 작은 음악전문영화제들이 생겨날 만큼 영화와 음악의 결합은 매력적인 요소가 됐다.
 
역주행 흥행의 공통점을 가진 <보헤미안 랩소디>와 <알라딘>은 음악을 다룬 영화이면서 영화가 음악과 조화를 이루며 크게 흥행하거나 흥행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다. 국내에서도 강형철 감독의 <과속 스캔들>과 <써니>는 음악이 돋보이는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고 <스윙키즈>는 여기에 춤까지 더해졌다.
 
올해 15회를 맞는 제천영화제에 영화와 음악팬들이 관심이 높아지는 건 이처럼 최근 흥행 추세와도 연관이 있다. 이에 부응하듯 올해도 풍성한 음악이 돋보이거나 음악을 조명하는 영화들을 준비했다.
 
개막작 출연 자메이카 레게 연주자 개막 축하공연
 
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허진호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16편보다 많은 36개국 126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개막작으로는 음악다큐가 상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막작의 주연배우들이 직접 개막공연을 펼칠 예정"이라며 "풀벌레 바람소리와 같이 공연을 즐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고 덧붙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허진호 집행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허진호 집행위원장 ⓒ 제천영화제

 
올해 개막작은 자메이카 레게음악을 그린 다큐멘터리 <자메이카의 소울 : 이나 데 야드>가 선정됐다. 자메이카의 레게의 전설들이 자신들의 히트곡을 녹음하며 새로운 세대들과 함께 마이크를 주고받는 이야기다. 영화 상영을 넘어 자메이카 레게 전설로 알려진 연주자들의 공연이 이어진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국제경쟁에는 장르에 관계없이 최신 음악영화들을 모아 놨다. 스페인 페르난도 베르누에스 감독의 <아코디언 연주가의 아들>, 인도 라지브 메논 감독의 뮤지컬 영화 <리듬은 어디에나>, 2차대전 당시 피난지에서 칼춤을 작곡하는 과정을 감동 드라마로 그려낸 러시아 유수프 라지코프 감독의 <하챠투리안의 칼춤> 등 최근 완성된 영화들을 선보인다.
 
음악이 중요하게 사용된 영화들을 모아 놓은 '시네 심포니'에서는 독일영화 <동독의 광부 가수 군더만>, 프랑스 영화 <샹송가수 기 자메>, 핀란드 로맨스 영화 <바이올린 연주자> 등이 준비됐다. 대부분 극영화로 구성됐다는 게 특징이다.
 
음악가의 삶을 주로 조명하는 영화들로 구성된 '뮤직 인 사이트'에서는 세계적인 기타 연주자의 재능과 야망을 그려낸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 인종차별에 맞섰던 흑인 여성 엘라 피츠제럴드의 삶을 조명한 <재즈 디바 엘라 피츠제럴드>, '보사노바의 아버지'로 알려진 전설적인 브라질 음악가 조앙 질베르토를 찾아다니는 독일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조앙 질베르토여 어디에?> 등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준비했다.
 
고 류장하 감독 추모상영   

국내 음악영화로는 제천영화제가 제작을 지원한 다큐멘터리 영화 < Viva la Vida >와 <샤이닝그라운드>가 관심을 끈다. 각각 제주로 이주해 온 플라멩고 퓨전밴드와 음악적 여정과 홍대 무명 래퍼 7인의 위태로운 꿈과 목표를 담았다. 허진호 집행위원장은 "다큐 수준이 높다"며 제작지원으로 완성된 영화들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국내 상영작 중 관심을 끄는 건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다.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해외 음악영화와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춤과 음악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지난해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영작에 이름을 올렸다. 강형철 감독은 영화 상영 전에 나오는 트레일러 영상 제작까지 맡았다.
 
 고 류장하 감독의 <뷰티플 마인드>

고 류장하 감독의 <뷰티플 마인드> ⓒ 제천영화제

 
고 류장하 감독 작품 추모 상영 역시 주목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작고한 류장하 감독은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대표작인 <뷰티플 마인드>(2018)와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순정만화>(2008) 등 3편을 특별하게 상영한다.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해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과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배팡호 감독의 <고래사냥>,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 등 음악이 인상 깊거나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상영하기도 한다.
 
외국영화와 비교할 때 한국 음악영화의 제작 편수와 작품성은 격차가 있는 편이다. 이에 대해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기획력과 너무 알려진 소재로 영화를 만들려는 자세, 촘촘하지 못한 시나리오 등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폭압을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호흡과도 같은 일상적 저항음악을 다른 작품들을 모아 놓은 '주제와 변주: 음악과 저항'도 관심을 끄는 부문이다. 최근 홍콩 시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러졌듯, 이 부문에서는 '노래에 담긴 저항의 의미'를 되새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서 공개됐던 <나의 노래 : 메아리>는 한국 노래운동과 음악운동의 역사를 담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제천영화제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됐으나 부산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지원대상에서 교체되기도 했다. 부산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특별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제천의 관객들 역시 70~80년대 노래들을 만날 기회를 마련했다.
 
인도네시아 다큐 <풀뿌리들의 노래>는 수하르토 정권에서 실종됐던 인권활동가의 아들과 밴드가 앨범 제작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인권유린 실상을 잊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는 다큐멘터리다. 단편영화 <팔레스타인 파티 피플>은 이스라엘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음악과 정체성을 통해 가교를 형성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국내 영화제에서 소개됐던 영화들이 여러 편 상영작에 포함됐는데, 설경숙 프로그래머는 "국내 주요 3개 영화제를 제외한 다른 영화제들은 첫 상영인 프리미어에 크게 중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통해 눈과 귀가 호강하지만, 음악을 통해 의미를 찾아달라는 부탁도 담겨 있다"며 상영작들과 음악에 담긴 의미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은 요청했다.
 
영화 상영 후 초대 가수들의 '원 썸머 나잇' 공연도
 
 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홍보대사 정수정

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홍보대사 정수정 ⓒ 제천영화제

 
제천영화제가 가장 인기가 높은, 영화 상영 후 청풍호반에서 유명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이 이어지는 '원 썸머 나잇'은 올해도 금토일 주말에 열린다. 선우정아, 휘성, 레게 강 같은 평화(스컬 & 하하), 김창완 밴드, 에일리 등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올해 홍보대사는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정수정이 맡았다. 정수정 배우는 "홍보대사로 선정돼 매우 기뻤고 감사했다"며 "영화제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고,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오는 8월 8일 개막해 13일까지 6일간 이어진다. 올해는 관객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구 동명초등학교인 동명로 77무대와 제천 시민회관, 문화회관 등 도심에 행사장이 집중됐다.
제천영화제 허진호 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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