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17년 KBO리그를 제패한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이후 KIA의 부진을 예견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주요 선수의 이적이나 유출도 없었기에 오히려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KIA는 현재 8위에 머무르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역시 가까스로 5위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1경기 만에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끝내고 말았다.

2019년, KIA 타이거즈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KIA의 라인업을 보면 그 변화를 바로 실감할 수 있다. 2년 전 우승을 이끌었던 선수들의 이름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단적으로 2년 전 한국시리즈와 현재의 라인업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명확해진다. 최근 타선에서는 최형우, 안치홍, 김선빈, 김주찬이 주전 자리를 보장받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선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오히려 박찬호와 이창진처럼 1군 경험이 적지만 시즌 초부터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이 당당히 매 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의 라인업과 달라진 KIA 타이거즈의 라인업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의 라인업과 달라진 KIA 타이거즈의 라인업 ⓒ 청춘스포츠

 
최근 KIA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신인선수들과 지금까지 1군 출장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이 라인업에 많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단적으로 지난 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최형우를 제외한 8명의 타자가 1군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실험적인 타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KIA는 항상 뒷문이 약하다는 약점이 시즌 내내 괴롭혔었다. 이번 시즌 역시 불펜 평균자책점 4.86으로 10개 팀 중에서 8위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투수진에서도 젊고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고,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한 불펜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쁘게만 볼 성적은 아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불펜진에서 힘을 보태는 임기준, 문경찬을 필두로 박준표, 이준영, 하준영, 전상현 등 이번 시즌 불펜진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선수들 모두 1군에서 활약이 많지 않기에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은 KIA의 불펜진의 미래를 기대케 한다.
 
 KIA 타이거즈의 뒷문을 책임지는 마무리 문경찬

KIA 타이거즈의 뒷문을 책임지는 마무리 문경찬 ⓒ KIA 타이거즈

 
이 중에서 문경찬의 성장은 크게 두드러진다. 문경찬은 2015년 KIA에 지명되어 상무 복무 후, 지난 시즌부터 불펜진에 합류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팀의 마무리투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시즌 초 KIA의 마무리투수였던 김윤동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자 문경찬이 임시 마무리로 그 자리를 맡게 되었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문경찬은 마무리로 보직 변경 후, 22경기에 등판해 1승 11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9일 삼성전 자책점을 기록하기 전까지 그는 매 경기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박흥식 감독 대행이 KIA 임시 감독직을 맡은 후부터 KIA의 새로운 얼굴들이 자주 그라운드 안을 누비고 있다. 이번 시즌 박 감독이 리빌딩이라는 장기 계획을 통해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최근, 1군에 올라와 타격에서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선우, 오정환, 유민상 등의 선수들이 박 감독의 부임 후 경기 출장 수가 늘어났다. 비록 젊은 선수들이 모두 기대만큼의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에게 지금의 기회는 경험이고 앞으로 KIA 타이거즈의 주전 선수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젊은 선수의 기용과 맞물려 기존의 선수단 정리에 있어서도 박 감독은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일 KIA는 NC 다이노스에 이명기를 내주고 이우성을 받아오는 트레이드 감행했다. 이명기가 2017년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되어 오면서 KIA는 팀의 리드오프 자리를 해결함과 동시에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즉 KIA는 우승 주역인 이명기를 내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단순히 이번 시즌 성적으로만 비교해도, 이명기는 80경기에서 타율 0.283 75안타 21타점 37득점을 기록 중이었다. 반면 이우성은 28경기에서 타율 0.268 19안타 12타점 12득점을 기록 중이며, 상대적으로 이명기가 더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이적 후 첫 안타를 1타점 2루타로 장식한 이우성

지난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이적 후 첫 안타를 1타점 2루타로 장식한 이우성 ⓒ KIA 타이거즈

 
하지만 이우성이 군 문제를 해결한 94년생의 잠재력 높은 젊은 외야수라는 점이 KIA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는 KIA의 방향성을 보여준 트레이드라고 볼 수 있다. 즉 KIA는 젊고 미래 가치가 높은 선수들을 주력해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9년 동안 KIA의 3루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이범호의 은퇴 선언도 이러한 KIA의 육성 정책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리빌딩은 노쇠해진 선수들을 정리하고 젊은 피를 수혈해 팀을 재정비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과정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리빌딩이 진행되면 정들었던 프랜차이즈 스타가 팀을 떠나게 되며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부진한 팀의 성적과 그들에겐 생소한 어린 선수들로 인해 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기도 한다.

KIA는 현재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지만, 젊은 선수들의 출장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KIA 팬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인 추세이다. 이는 얼마 전 올스타 투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KIA는 올스타 베스트 12에 한 명의 선수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이는 팀 통산 역대 3번째 기록이며 2013년에 이어 6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KIA의 젊은 선수 육성 정책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다. 많은 출전 기회와 믿음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발판이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통해 주전 선수로 도약하는 과정이 있어야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팬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

팀이 긴 부진과 암흑기에 들어설 때, 뒤돌아선 팬심은 선수들과 팀에 충격요법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 KIA는 리빌딩 중이다. 당장 성적이 안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는 올해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은 팀의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기이다. 그들에게는 팬들의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곧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팀 성적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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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9기 김영현
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 리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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